• 이 대통령 라디오연설 '쌍용차도 거짓말'
        2011년 05월 31일 04: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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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엉뚱한 통계나 사실과 크게 다른 거짓말로 노동자들의 파업을 ‘사회악’으로 몰고 간 사실이 드러났다. 쌍용차의 파업전후 자동차 생산시간을 엉뚱한 통계를 인용해 노조와 노동자들이 마치 낮은 생산성의 주범인 것처럼 몰았다. 또 최근 경찰력을 투입해 파업을 진압한 유성기업의 생산직 노동자 임금 수준도 지극히 일부의 사례를 들어 턱없이 높게 인용하는 등 기본적인 사실 관계마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오전 KBS1 라디오를 통한 정기연설에서 상생의 노조문화가 정착된다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쌍용자동차와 유성기업의 사례를 들어 파업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켰다.

       
      ▲5월 30일 제66차 대통령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유성기업 파업을 언급한 장면. ⓒ청와대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이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여러분 기억하시겠습니다만 쌍용차의 경우 파업 사태 전까지는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데 106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노사관계가 안정된 뒤에는 38시간으로 줄어들었다”며 “예전에 차 한 대 만들던 시간에 이제는 세 대를 만들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고 발언했다.

    이 대통령의 말에 따르면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나흘하고도 10시간이 더 걸리며 이런 ‘비효율적’인 생산이 파업 후 이틀 안으로 단축됐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쌍용차의 경우 지난 2009년 큰 갈등을 겪은 뒤에 기업도, 노조도 변화해서 적극적으로 노사상생 프로젝트를 실천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엉뚱한 통계 인용으로 사실을 크게 왜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대통령이 인용한 대당 생산시간은 차종이나 조립라인별 생산능력의 차이 등을 감안하지 않은 채 일정기간 공장에서 생산한 총 차량대수를 차체-도장-조립으로 이어지는 총 시간으로 나눈 것으로 생산성의 지표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 기준이다.

    가령 판매 물량이 많아 조립라인을 100% 가동할 때는 대당 생산시간은 크게 줄지만, 물량이 적어 조립 라인 가동을 멈추거나 공장 가동률이 전반적으로 크게 떨어지면 당연히 대당 생산시간은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이대통령이 비교한 2009년 상황은 쌍용차가 법정관리로 넘어가던 때로 쌍용차의 조립라인 가동률이 최악인 상황이었기 때문이 쌍용차 내에서 까지 이러한 비교 자체가 넌센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쌍용차 생산관리 부문의 J모 씨는 “(이대통령이 언급한) 대당 생산시간에 주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생산물량과 라인 가동률이 가장 영향이 크며, 작업자들의 숙련도 등에 따른 작업불량률도 일부 영향을 주지만 그리 크지는 않다”며 “이대통령이 너무 극단적으로 노동자들을 폄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의 이창근 기획실장도 “생산성을 따질 때는 보통 최종조립라인에서 시간당 나오는 차량대수로 계산한다”며 “판매할 물량이 없어 라인이 쉬고 있으면 당연히 대당 생산시간은 한없이 올라가게 돼 있는데 이것을 가지고 노조책임론, 노동자 태만론을 펼친다면 판매 물량 없는 것 까지 생산라인에 있는 사람들한테 책임지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황당해 했다.

    이른바 현장에서는 ‘짭수’라고 하는 최종 조립라인에서 시간당 나오는 차량대수(UPH:시간당 생산량)는 2009년 파업 전후 일부 차이가 있지만 이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두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최종 조립라인은 전체 공정에 대한 작업자들의 숙련도에 따라 신차인 경우 그 속도를 조금 늦추고, 익숙해지면 정상속도로 가동하는 등 똑 같다. 다만 작업불량에 따른 라인 가동 중단 등에 따라 차이가 나더라도 아주 작은 차이가 날 뿐이라는 것이 자동차 생산 현장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쌍용차는 파업 전에도 최고급 차종인 체어맨의 경우 최종 조립라인에서 시간당 17대 이상을 생산하는 등 지금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최근에는 조립라인 설비 개선이 이뤄지고 작업 불량에 따른 가동 중단 사례도 줄어들어 시간당 생산대수가 조금 더 올라 간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에서 14년 이상 근무했다는 김 모(43)씨는 “(이대통령의 발언에 대해)106시간은 말이 안 된다. 청와대가 제대로 보고 받았어야지…”라며 이 대통령의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씨는 “체어맨 1대당 4.3분당 걸린다. 수제로 만들어도 그렇게까지 안 걸린다. 무슨 방탄차 만드냐”라고 덧붙였다.

    현장 관리자로도 일하다가 2009년 해고당한 그는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워낙 황당해서 말이 다 안 나온다”고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 씨의 이같은 반응은 현장 작업자들의 경우 이 대통령이 언급한 대당 생산시간 개념 자체가 생소하거나 아예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에 대한 이대통령의 발언도 터무니없이 과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연설에서 “연봉 7천만원을 받는다는 근로자들이 불법파업을 벌이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면서, “평균 2천만원도 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아직도 많”은데 “그 세 배 이상 받는 근로자들이 파업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 수준은 연봉 7천만원에 훨씬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성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1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3월 31일 기준, 재직중인 전체 직원의 평균 연봉은 4천5백만원선이다.

       
      ▲2004년 3월에 입사한 한 생산직 노동자의 2011년 3월분 급여명세서. 공제전 총지급액은 2,419,827원이다. ⓒ유성기업 노동조합 제공 

    실제 근무경력이 8년차인 생산직 노동자 A모씨의 2011년 3월 월급명세서를 보면 세전 총임금은 242만원으로 단순 계산해 연봉을 사정하면 2,880만원 수준이다. 역시 8년차인 B모씨의 2011년 2월분 월급명세를 보면 세전 총임금은 180만원으로 연봉으로 치면 2160만원 선이다.

    A씨와 B씨의 경우 같은 8년차지만 월급 차이가 큰 것은 호봉이 달라 일급에 일부 차이가 있고, 근무일수와 심야 및 휴일 근로시간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A씨의 경우 한달 근무일수가 30일로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한 경우이고, B씨는 24일만 근무했다. 또 A씨는 심야와 연장근로시간이 64시간이었던 반면 B씨는 56시간이었고, 휴일근로시간도 A씨(37시간)와 B씨(21시간)으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정훈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대외협력담당은 30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사실과 다른 말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정훈 씨는 “연봉 7천만원 받는 사람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 수는 근속년수가 28년에 이르는 100여 명의 노동자들 중에서도 5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연봉 7천만원’은 “28년차 노동자가 정규 근무시간 여덟 시간 외에 한 달에 잔업을 80시간 하고, 야간근무를 꼬박 2주 동안 해야 가능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마저도 공장 사정이 ‘좋아서’ 잔업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이미 과장된 것으로 확인된 유성기업의 임금 수준은 물론, 뻔히 나와 있는 쌍용차 자동차 생산시간까지 터무니없는 수치를 인용해 사실과 다른 거짓말로 국민을 호도했다는 점은 큰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쌍용차의 차량 생산시간을 전혀 사실과 달리 언급한 것은 참모진들이 기본적인 사실 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기본적인 사실 확인조차 안하는 것도 문제지만 만약 대통령이 기업의 편을 들기 위해 특정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면 더욱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연봉과 쌍용자동차의 생산시간을 잘못 언급한 것에 대해 그 진위를 확인하고자 청와대 대변인에게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30일 한차례 전화통화가 된 김희정 대변인이 “지금 다른 전화를 받고 있어 통화하기 어렵다”고 말해 차후 다시 통화하기로 했지만 김 대변인은 그 뒤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았다. 31일 오전에도 김 대변인과 통화가 됐지만 브리핑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영호 KBS 이사(전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이대통령이) 노동 환경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면서 “대통령이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이야기 했다는 점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영호 이사는 “잘못된 수치를 연설문에 인용한 참모진의 책임이 특히 크다”고 지적했다.

    KBS 새노조는 30일 오후 성명을 내고 “헌법이 규정한 노동자의 기본권한을 급여의 수준에 근거해 판단하는 대통령으로서는 해서 안 될 커다란 과오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성기업의 평균연봉이 7천만 원이라는 자료는 이미 오보로 확인된 사항”이라며 “이에 대해선 무비판적으로 받아쓰기한 기존언론들까지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확인도 안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셈이 됐다”고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유성기업 측은 “연말정산을 기준으로 7천만원이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유현석 유성기업 기획실 이사는 30일 “개인별로 차이는 있을 것”이라고 단서를 달면서 “이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사람들은 근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이사는 그러나 평균임금 수준이나 구체적인 항목, 노동시간 등을 묻는 질문에는 “그 쪽은 경리부 담당인데 지금은 통화가 곤란하다”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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