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사실 · 초헌법적 노동관 '대통령의 연설'
    2011년 05월 31일 10: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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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노동자들을 비난한 30일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내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진보 성향 언론인 한겨레·경향이 사설까지 동원해 전면 비판에 나섰다. 특이한 것은 조선·동아 등 일부 주요 언론은 라디오 연설 자체를 아예 다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대통령 ‘레임덕’의 또 다른 징후는 아닌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연봉 7000만원을 받는다는 근로자들이 불법파업을 벌이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며 “기업 한 곳의 파업으로 전체 산업을 뒤흔들리는 시도는 이젠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평균 2000만원도 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아직도 많다. 그 세배 이상을 받는 근로자들이 파업을 한 것”이라며 “노측이든 사측이든 법과 원칙을 공정하게 적용해나가겠다”고도 강조했다.

18일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사측의 직장폐쇄에 맞서 공장점거 투쟁에 들어간 직후부터 보수언론이 제기한 프레임인 ‘불법’, ‘귀족’, ‘알박기’ 파업을 그대로 받아들여 공개적으로 언급한 셈이다.

   
  ▲한겨레 5월 31일자 2면. 

한겨레는 이에 <또 근거없이…파업 흠집내기> 기사를 통해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유성기업 생산직 노동자들의 연봉이 7000만원이란 것을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언급해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최중경 장관도 파업이 진행 중이던 지난 23일 “연봉 7000만원을 받는 회사가 파업을 하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유성기업이 지난 3월말 금감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직원들의 1인당 평균 급여(2010년 말 기준)는 5710만9000원 정도다. 이기봉 유성기업 아산공장장은 1000만원 넘게 차이가 나는 것과 관련 “생산직의 평균 연봉이 6100만원이고 여기에 퇴직금과 단협상 명시된 의료비 지원 등 각종 복리후생 항목을 합치면 7000만원이 넘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생산직의 연봉에는 매달 80시간꼴로 이루어지는 잔업·특근과 심야근무 수당이 포함돼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연봉’에는 퇴직금 적립금과 복리후생비는 포함되지 않는다. 노동부 역시 연봉 계산 때 퇴직금을 빼도록 권고하고 있다.

유성기업노조 측은 “노동자들의 월평균 급여는 449만원(2010년 8월 기준)으로 연봉은 5390만원에 그친다”고 밝혔다. 특히 이 가운데 기본급은 172만원 정도로 전체의 38.3%에 불과하며, 잔업·특근 등에 따른 수당이 20%, 나머지는 상여금과 주휴수당 등으로 채워져 있다.

다음은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 <전 금감원장 김종창도 연루 의혹>
국민 <北 ‘육사동기’ 사칭 해킹 시도>
동아 <국경엔 아직도 포성…불안과 희망 공존>
서울 <승부조작 자살…죽음의 K리그>
세계 <靑 고위층에 로비 시도 민정수석 외 또 있다>
조선 <배국환 감사위원도 비위업체측과 접촉>
중앙 <김황식, 오만 군데 청탁 밝혀야>
한겨레 <“1962년부터 DMZ 고엽제 살포” 미국 정부 공식문서 통해 드러나>
한국 <서울대생 한밤 총장실 점거>

비뚤어진 노동관, 편견과 아집의 표출

경향도 2면 분석 기사 <이 대통령, 의도적인 ‘노조 파업권 무시’>를 통해 대통령의 발언을 비난했다.

경향은 특히 “아무런 관련 없는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유성기업의 파업을 ‘이런 가운데’라고 연결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는 지적”이 있다고 전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연봉과 비교한 것도 파업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유도하고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제한하려는 초헌법적 발상이란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경향신문 5월 31일자 2면.

이 대통령은 노사협력의 모범 사례로 쌍용자동차를 언급했지만 지난 2009년 파업 후 무급휴직 등의 후유증으로 노동자 15명이 자살 같은 비극적 죽음을 맞았다.

경향은 또 “이 대통령은 노사 양쪽 모두에 법과 원칙을 공정하게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유성기업 파업에 대해서는 임단협에 따른 주간 2교대 근무 도입을 저지하기 위해 사측이 직장폐쇄에 돌입하면서 촉발된 측면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기업 문제는 자율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유독 노사문제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노사 간 자율적 조정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사설에서도 질타는 이어졌다. 경향은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현 정권의 비뚤어진 노동관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씁쓸하다”며 “노동운동에 대한 편견과 아집의 표출이라는 해석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화제가 된 이 대통령의 ‘개념없는 노동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서울시 오케스트라가 민주노총에 가입돼 있었다. 음악하는 사람들이, 그것도 전에는 금속노조에 가 있었다. 아마 바이올린 줄이 금속이라서 그랬나 보다”라든가, 인도의 무노조 IT업체 사례를 거론하며 “소위 대학 출신 종업원들은 프라이드가 있어 그런 것 같다”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경향은 이어 “설사 (연봉 등과 관련한) 이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근로조건을 개선하려는 노조의 노력을 저해할 근거가 될 수 없다. 노동기본권은 연봉의 다과에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권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라며 “하물며 대통령까지 나서 그것도 왜곡된 정보를 동원해 노조를 핍박하려 든다면 정녕 공정사회라 할 수 없고, 동반성장도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의 30일 유성기업 관련 발언을 보도한 주요 일간지는 비판적으로 다룬 한겨레·경향을 제외하고, 단순 사실로 전한 국민일보와 한국일보 두 곳에 불과했다.

   
  ▲경향 5월 31일자 사설.

승부조작 자살…죽음의 K리그

31일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들이 1면 머리기사 등을 통해 일제히 전한 주요 뉴스는 ‘승부 조작’에 연루된 프로축구 K-리그, 그리고 잇단 자살 소식이다.

보도에 따르면, 30일 오후 1시 40분경 서울유나이티드 소속 정종관 선수(30)가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정 선수의 시신 옆에서는 “승부 조작의 당사자로서 부끄럽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가 놓여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신문 5월 31일자 1면.

3부리그인 챌린저스리그 소속의 정 선수는 K리그 전북현대에서 2007년까지 미드필더로 활약하다, 2008년 중반 어깨탈골을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으려다 팀에서 방출되면서 뒤늦게 3부리그에 합류했다고 한다.

서울신문은 이에 1면 머리기사에서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연루돼 검찰에 쫓기던 선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6일 인천 유나이티드 소속 윤기원씨가 돌연 자살하면서 승부조작에 연루된 것이라는 추측을 낳은 지 20여일 만”이라며 “이에 따라 검찰의 수사 범위가 4~5개 구단의 선수 20여명으로 늘면서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창원지검 측은 이날 “정종관 선수가 승부조작 사건의 수사대상 중 한 명이었다”고 밝혔다. 정씨는 승부조작에 참여할 선수를 포섭하기 위해 대전시티즌 미드필더 박모(26·구속)씨와 광주FC 골키퍼 성모(31)씨에게 각각 1억 2000만원과 1억원을 건넨 혐의로 지난 21일 구속된 브로커 김모(27)씨 및 김모(28)씨와 같은 창원의 마산공고 축구부 선후배 사이로 알려졌다.

국민일보는 2면에 “K리그뿐 아니라 각 리그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복합적으로 얽혀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아 수사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보도해 눈길을 모았다.

30일 정몽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의 사죄 기자회견 자리에서 안기헌 사무총장은 “사설 토토는 축구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도 해당된다고 들었다”며 “선수들은 스포츠토토를 해서는 안 되지만 불법 사설 토토가 더 문제”라고 밝혀 논란을 예고했다

국민은 이에 “이번 사건은 합법적인 스포츠토토를 사며 승부조작을 했지만 불법 사설 토토에서는 광범위한 조작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라 관심을 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5월 31일자 2면. 

조선일보는 “정부 차원의 프로 스포츠 승부조작 조사단이 사상 처음으로 결성된다”고 보도했다. 30일 프로축구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프로 스포츠를 총괄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사정당국인 검찰, 주요 프로구단 관계자가 모두 참가하는 승부조작 조사단이 구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조사단에는 K리그뿐 아니라 프로야구와 프로농구 관계자들까지 포함된다.

조선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프로축구연맹의 태도를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30일 사죄 기자회견에서 안기헌 연맹 사무총장이 승부조작 블랙리스트 존재 유무와 관련 “구단에 연락했지만 대부분 ‘그런 건 없다’는 반응이었다”며 “몇몇 선수가 불법 베팅에 참여하고 있다고 하는데, 과거보다는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조선은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은 구단이 승부조작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는데, 연맹의 전화 한 통에 내놓겠느냐”는 쓴소리를 담았다.

“김황식 총리 ‘오만 군데 청탁’ 밝혀라”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사건도 점차 그 규모와 파장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세계일보는 1면 머리기사 <靑 고위층에 로비시도 민정수석 외 또 있다>를 통해 “검찰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 측은 박모 변호사를 통해 청와대 권재진 민정수석과 접촉한 것 말고 다른 청와대 고위인사한테도 로비를 시도했다”며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임원이나 은행이 고용한 로비스트가 청와대를 드나든 기록을 확보해 누굴 만났는지 일일이 확인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세계일보 5월 31일자 1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1억7000여만원을 받고 금융감독원에 감사 무마 로비를 펼친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돈을 받았을 당시 금감원장인 김종창(63)씨도 조사 대상이다. 김 전 원장 측근은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검찰은 의혹 규명을 위해 김 전 원장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중앙일보는 30일 여야가 “감사원장 때 저축은행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를 감사했더니 오만 군데서 청탁과 압력을 받았다”고 한 김황식 총리에 대해 누구에게서, 어떤 내용의 청탁과 압력을 받았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한 사실을 비중있게 보도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감사위원이 비리에 연루됐다는 것은 공직기강을 뿌리째 흔드는 사건인 만큼 김 총리를 비롯한 감사원 고위 간부들은 청탁 인사들의 실체와 내용을 한 점도 남김없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도 성명서를 통해 “김 총리는 ‘오만 군데’ 청탁이 어디서 들어왔는지 밝히고 (그 청탁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감사원의 공무원 행동강령에는 ‘부당한 직무수행을 강요받거나 청탁을 받은 경우 원장에게 보고하고 원장은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한편 조선은 “작년 감사원의 서울시 지하철 상가 비리 감사의 주심 감사위원이었던 배국환(55) 감사위원(차관급)이 감사 과정에서 비위 사실이 적발된 업체 측 법률대리인을 맡은 이석형(62) 전 감사위원과 감사 기간 중 집무실에서 여러 차례 접촉하고 저녁 식사도 함께했던 것으로 30일 드러났다”고 전해 또 다른 파장을 예고했다.

보도에 따르면, 감사원은 작년 4월부터 실시한 지하철 입점 상가 비리 감사를 통해 지하철 상가를 임차해 운영한 S사가 매장을 불법적으로 제3자에게 고액(매출의 7~20%)의 임대료를 받고 재임대한 사실을 적발해 작년 연말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런데 S사의 법률 대리인이 A법무법인이며 이곳의 대표가 이석형 전 위원이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이와 관련 "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자꾸 관련 내용이 피감 업체 측에 새어 나간다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말했다. 조선은 “배 감사위원은 또 올 초 이 전 위원 측의 부탁을 받고 상가 비리 감사에 대한 감사원의 처분요구서 원본을 복사해 A법무법인 측에 팩스로 보내준 사실도 확인됐다”고 했다.

조선은 지난해 9월 김황식 원장 이임에 이어 지난 1월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낙마 등 6개월간의 ‘원장 공백상태’에 주목하고 있다. 조선은 3월 양건 감사원장이 취임하기 전까지 이 기간 동안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감사원 내부 기강이 많이 풀어졌던 게 사실”이라는 한 감사원 간부의 말을 전했다.

   
  ▲중앙일보 5월 31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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