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의 전망, 10년의 계획을 위해
    2011년 05월 26일 10: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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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깃발? 소통? 핵심은 혁신이다.

불안한 침묵과 무기력이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현재의 상황은 모두의 ‘불안’과 ‘패배감’을 먹고 자라는 괴물이 되고 있다. 이는 현재의 진보신당 내부뿐 아니라 진보운동 전체의 비전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이미 몇 년째 지속되고 있으며, 그 와중에 주체는 지치고 노쇠해가고 있다.

휘몰아치는 협박정치, 파편적인 주장, 그리고 돌발 상황들이 수시로 발생하는 과정에서 정작 단련되고 훈련되어야 할 중간층 활동가들은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 ‘깃발’과 ‘소통’이 집단적으로 모색되어야 할 시점에서 모두들 허둥대고 당장의 시간표에 발목 잡히거나 거꾸로 등한시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보다 공격적으로 극복되어야만 한다.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의 원인은 ‘패권’과 ‘종북’만이 아니었다. 그것만을 부여잡고 분당이라는 잘못된 정치를 했다며 반성하고자 하는 분들은 진심으로 반성문을 쓰시라. 행여 잊어버렸는지 모르겠지만, 분당의 핵심은 ‘신자유주의’라는 폭풍으로 자본주의의 역동적 위기관리 능력에 대처하지 못하는 진보진영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혁신’이었다.

가치를 재구성하고 주체를 재형성해야 한다는 절박함은 ‘대중과 접속하라’ ‘생활정치를 실현하라’ ‘지역을 주목하라’는 주문을 남겼다. 논쟁과 합의로 해결하지 못한 찌질함으로 분당한 것이 아니었으며, ‘쟤네랑 우리는 이렇게 달라요’ 차이만을 보여주기 위해 분당한 것도 아니었다.

분당의 이유를 잊었나?

정파연합당의 불안정함과 이미 조직된 대중조직에만 의존하는 한계를 뛰어넘어야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고 그러기 위해 스스로가 혁신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영역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2004년 이후 민주노동당은 그 담지체가 될 수 없음을 선언했던 것이다. 애초부터 분당에 대한 인식과 혁신에 대한 이해가 달랐다면 솔직히 털어놓고, 적어도 거기서부터 출발했어야 한다. 청산은 비겁한 자의 감추기일 뿐이다.

새로운 진보정당의 건설은 현재진행형이다. 새로운 진보정당의 건설은 연석회의 합의문 문구만으로 대체될 수 없으며, 아래로부터의 진보정당 건설은 대의자들의 선언이나 이름 올리기로 대체될 수 없다. 그렇지만, 모두가 입을 닫고 있었다. 불신의 기운이 존재하지만, 모두들 몸을 사리고 명징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

2011년 현재의 진보신당은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된 것이 아니라 2008년 창당 이후 조금씩 쌓여 온 결과일 뿐이다. 대중정치인과 정당운동의 지도부는 분리 정립되지 못했으며, 유명 정치인의 행보에 좌지우지 되어온 당의 사업들은 핵심 당직자들과 간부들을 수동적으로 만들었다.

당 내부와 운동진영을 이끌어 갈 화두를 주도하지 못하고 조직이 아닌 관계 위주의 소통문화를 정착시키고 있었으며, 당연하게도 정보가 늪으로 고이고 당원은 배제되었다. 학습하고 토론하고 함께 결정하고 함께 책임지지 못하는 조직운영은 활동당원 전반을 개별화시키고 하향 평준화시키고 있었다.

진보신당의 실험은 실패했을지 몰라도 실패의 원인을 ‘분당’으로 돌리는 것은 책임 회피일 뿐이다. 실패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적어도 신자유주의의 승자독식, 성과주의가 아니라면, 실패의 원인을 면밀하게 평가하고 다시 딛고 가야 한다. 진보신당의 3년 역시 혁신의 대상이다.

2. 한 고개 넘어 또 한 고개.

5월 24일 열린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제 15차 집행책임자회의가 결국 합의안을 만들지 못하였고, 미합의 쟁점 협상을 26일 대표자 연석회의에 상정하기로 하였다.

지루한 탐색전과 ‘애써 감추고 봉합하기’는 마지막 집행책임자 회의에서 ‘두괄식으로 표현하자면, 더 이상 협상불가, 변경불가’라는 민주노동당 장원섭 사무총장의 발언으로 일단락되었다. 결국, 정치적 결단이 핵심이며 그 공은 26일 대표자연석회의로 넘어갔다. 이제 무엇이 남았는가?

진보신당 내의 상처는 2차 감염을 우려할 정도로 깊이 패였다. 깊이 패인 상처의 치료는 주위의 불순물과 고름을 도려내고 새살이 돋을 수 있도록 영양을 공급해줘야 하며, 적절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어야만 한다. 또한,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상처의 원인이 넘어져서였는지 체질이 약해서였는지 판단하고 이에 대한 대처를 해야만 한다.

연석회의 합의문이 어떤 경로를 통해 만들어지든, 6월 말 당 대회든 아니면 9월이든, 새로운 진보정당의 건설이라는 과제가 2012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면,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자. 도대체 무엇을 가지고 누가 할 것인가?

‘녹색’‘사회당’ 제안에 반가움을 표한다.

지나간 중앙당 문서들을 훑어보다가 2009년 부문위원회 운영과 관련한 김현우 동지의 글을 본 적이 있었다. 제출 시기가 제2창당을 슬그머니 정리하는 시점이었고, 당의 조직운영이 대표의 의중에 따라 요동치는 시점이었으며, 예산이나 인력 등의 지원에서 부당한 결정이 있었다고 추측되는 글이었다. 물론, 안타깝게도 중앙의 상황이 경기도 작은 당협의 집행부에 불과했던 내게 속속들이 전달되지 못했던지라 추측에 불과하다.

얼마 전 제출된 김현우 동지의 ‘녹색사회당’ 제안은 2009년의 문제의식이 보다 명징하게 제출된 것으로 판단한다. 김현우 동지의 제안에 적극 동의하며, ‘녹색사회당’을 정종권 동지가 언급한 ‘부문이 강조된 특성화 정당’이라는 묘한 단어는 애써 축소시키고 폄훼하는 표현이라고 단언한다. 더불어 장석준 동지가 제출한 전투적, 급진적 야당이 필요하다는 제안에도 의견을 같이 함을 밝혀둔다.

또한 두 동지의 제안이 2012년 선거만이 정세의 모든 것으로 치환되고 진보정당의 갈 길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아님을 환기시켜줘서 반갑고, 진보신당 창당정신을 기억하고 정치적 동질성을 느끼게 해주어서 고맙다. 결국 세력재편만 남아버린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논의가 지향하는 대안사회의 상과 주체를 고민해야 함을 기억나게 해주어서 감사하다. 그리고 내친김에 조금 더 논의를 확장하고 성의 있게 토론했으면 한다.

3.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의 몇 가지 실천적 과제

다양한 영역에서 꼼꼼하게 짚어져야 할 과제가 있겠지만, 그 중 몇 가지만 짚어보자. 미력하지만, 앞으로도 더 많은 영역의 과제를 짚어보도록 하겠다.

(1) 20년 전 노래 ‘단순 조립공’과 노동유연화, 그리고 새로운 주체의 형성

민중가요를 처음 접할 무렵 내가 가장 꽂힌(?) 노래는 ‘단순 조립공’이었다. 민요풍의 느낌도 얹혀 있고, 얼치기 선민의식이 작동하던 때였던지라 노래를 부를 때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이던 노래이다. 2011년 현재에도 여전히 나의 18번은 ‘단순 조립공’이고, 그 노랫말은 2011년 현재에도 여전히 노동현장의 현실이다. 다만, 과거는 ‘생산량 극대화’였고 현재는 ‘유연화를 위한 탈숙련화’라는 산업구조와 자본의 대응이 달라졌을 뿐이다.

구분

 
성장기(고도성장기)
위기(저성장기)
자본축적방식
장기지향, 성장 중시
(성장률, 시장점유율)
단기지향, 수익중시
이윤량 확대→팽창(규모확대)
비용절감을 통한 이윤율 향상 →
규모축소
수익추구양식
직접적 가치생산 중심
직접적 가치생산 +
가치이전(기획, 디자인, 판매, 마케팅, 유통 등에 집중)
; 가치생산기능 외부화
; 금융수익 추구
시장전략
표준제품 시장확대 전략
제품차별화 전략
생산전략
표준제품 대량생산
유연표준화 생산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상당수 노동자층에게 상대적 안정성을 제공하고 소비주의 체제로 포섭함으로써 통제했던 포드주의-케인즈주의적 자본주의의 방식과 다르다. 불안정 노동과 빈곤의 구조화는 노동자들에게 저임금을 전가해야 하는 자본주의의 위기의 표현이자, 대중 수요가 없어도 가진 자들의 투기장으로서 자본축적을 유지해 나가는 금융자본주의의 특징이기도 하다.

노동자들의 불안정과 빈곤은 일시적이거나 제도개선을 통해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현대자본주의의 축적 방식, 즉 착취와 통제 방식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빈곤 속에서 저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는 비정규 노동자들, 까딱하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을 인지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불안정 노동과 빈곤의 위협 자체가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기제가 된다.

현 시기 자본의 핵심전략은 위험의 분산과 통제의 유지를 위한 비정규직의 사용이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노동자는 정규직/비정규직, 계약직/용역직/파견직 등으로 나뉜다. 업무를 세분하여 구분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비정규직 사이에서도 층층이 위계를 설정한다.

자본은 비정규직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운영체제와 고용방식을 재편하는데, 이를 통해 정규직 또한 촘촘한 위계로 분할한다. 이의 목적은 노동자들의 집단성을 해체하고 개별화하기 위해서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막론하고 노동자들을 세분화된 체계로 편성하고, 개별경쟁을 유도하고 분할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위험의 분산을 위해 중층적이고 경쟁적인 하청구조를 만들고, 상시적인 인력조절이 가능하도록 하는 유연화를 위해서는 숙련도가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자본은 생산의 표준공정화와 탈숙련화를 통해 위험은 분산시키면서, 납품 단가 등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통제 역시 유지한다. 원청이 사용자이고 책임자임을 합법적이고 구조적으로 은폐시키는 일에 성공하고 있다. 이 역시 노동자들의 집단성과 단결을 막고 개별화하는 것이다.

자본은 비정규직 사용을 통해 노동 3권의 제한된 제도조차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키고 있다. 노동조합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사용자의 책임을 모호하게 만들면서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고 있다. 무엇보다도 비정규직의 불안정성은 보장된 노동권조차 행사할 수 없도록 만든다.

새로운 대안사회를 앞당기기 위한 주체는 자본의 축적을 위한 핵심이기도 하면서 약한 고리인 위험전가의 가장 말단에 위치한 불안정노동자이다. 자본의 권리 해체와 개별화 전략을 깨뜨리기 위한 새로운 주체 형성은 조합주의와 실리주의에 빠진 노동운동의 혁신과 진보정당을 비롯한 전체 운동진영의 분명한 목표가 되어야만 한다.

(2) 권리와 연대

노동조합 운동이 기업별 대응이 가지는 한계를 인식하는 속에서 업종별 산별 대응을 고민했던 것은 이의 출발이었다. 그렇지만, 발 빠른 자본의 변화는 더 나아간 대응을 요구한다. 노동운동은 조직된 조합의 당사자 문제만이 아닌, 산재해 있는 조직되지 못한 모든 노동자들의 문제를 위해 보편적 사회운동을 주도해야 한다. 집단의 이해를 넘어 모두가 공유하고 연대하기 위한 ‘보편적 권리’를 제기함을 통해 구조적 원인을 인식하고 결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많은 운동진영에서는 이를 실천하고 있다. 2011년 진보신당의 전당적 실천사업으로 체택되었던 ‘우리 동네 노동자 권리찾기’ 제안은 바로 같은 문제의식이었다고 판단한다. 최근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에서 제출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권리협약(권리장전) 쟁취투쟁’ 역시 공동의 요구, 보편적 권리를 집약하고 의제화 하며 사회적 투쟁을 전개하자는 적확한 제안이다.

그 외에도 작년부터 서울을 비롯한 많은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학교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이나 민주노총의 공단 중심의 전략조직화 사업은 지역에서 다양한 운동진영이 권리와 연대를 중심으로 조금씩 진전된 문제의식을 실천하고 실험하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제기되는 ‘비정규직의 정당’은 민주노총과 정규직을 배제하자는 것인가? 라는 질문은 참으로 우문이라 할 수 밖에 없다. ‘혁신’을 이야기하는데 ‘배제’로 들리는 것은 지나친 “제 발 저림”에 불과하다. 새로운 진보정치는 자본의 분할을 극복하고 광범위한 저항전선을 만들어 낼 주체형성을 가장 핵심적으로 고민해야 하며, 자본주의의 모든 영역에 대한 대안사회의 가치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혁신’을 뜻하는 것이다.

(3) 잃어버린 정치를 찾아서

대중적 진보정당은 이미 의회정치와 제도정치의 장에서 진보정치의 실현을 위해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회주의 정당’이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보수정치와 다른 진보정치의 기본이 있다. 정치의 주체는 정치인만이 아니며 제도정치 개입은 의원 당선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인과 당선이 가장 빠른 길이고 중요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2004년 민주노동당 국회 진출을 기점으로 정치적 시민권을 획득했다면 이젠 진정한 정치의 회복을 꾀해야 한다. 정치는 국회에만 있지 않으며, 정치는 관리가 아니다.

기득권에서 배제된 자들, 통제의 영역 안에 있지만 권리가 없는 자들, 존재하지만 몫이 없는 자들이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내게 하고 스스로 저항하는 주체가 되는 것. 그 목소리와 저항이 바로 정치이다. 진보정당의 목적은 대의제에 개입하면서 기반하고 있는 계급 계층의 목소리를 드러내어 정치의 주체가 되게 하는 것이다.

단결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경험을 통해 동질감을 가지는 것, 이를 함께 하는 진보정당의 ‘책임정치’와 ‘소명으로서의 정치’는 유명정치인의 리더십만으로 한정할 수 없다. 임박한 정치일정은 그 자체로 과정이다. 2012년 정권교체와 연립정부 주장은 주체가 빠진 정치이며, 그 자체로 진보정당의 소명이 아니다.

4. 우아하게 깃발 꽂기? 펄럭이게 할 계획을 제출하자!

몇 차례의 선거와 굵직굵직한 당내 사건들. ‘용두사미’식 사업진행들은 원인조차 규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맥상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애초부터 할 수 없었던 문제였는가?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는가? 하지 못하도록 막았는가?

   
  ▲필자.

이제는 답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진보신당의 3년은 또 하나의 평가대상임을 분명히 하자. 정치조직으로서 앙상한 절차에 의존하기 이전에 구성원들의 정치적 동질성을 유지하기 위해 촘촘하게 노력해야 하며, 역량에 비해 체계와 구조를 안이하게 운영했다면, 핵심을 짚고 집약해야 한다.

이제 땅으로 내려오자. 통합을 주장하는 분들도, 원칙을 주장하는 분들도 지난 3년을 평가해야만 한다. 특히 지난 대표단과 주요 집행부, 당직자들의 자기평가가 있어야만 한다.

과거의 패권을 새삼 다시 우려하기 이전에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운영조차 되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인지 처절하게 판단하고 규명하라. 자발적으로 직접행동을 결의하고 묵묵히 곳곳의 현장에서 실천하는 무수히 많은 당원들의 기운을 소진시키고 있음에 통렬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진보신당 창당정신 ‘보다 녹색으로 보다 적색으로’에 부합하는 정당한 ‘녹색사회당’의 깃발이 펄럭이지 못하고 오롯이 꽂혀 있다. 이를 펄럭이게 할 바람은 같은 눈높이의 평가와 결의로부터 불 것이다. 촛불을 경유하고 과거 세대와 달리 다양한 이념과 문화의 고유함을 가진 차세대들을 주목하자. 이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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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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