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에 진 빚을 노동자가 갚자
        2011년 05월 25일 02:23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는 113개의 악질사업장이 있다. 정권과 자본의 노동탄압이 극심하다보니 투쟁이 시작되면 보통 장기화되고, 현장에서 밀려나 힘들게 투쟁하는 경우가 절대 다수이다. 아무리 노동조합이 자본에 밀린다고 해도 이대로 투쟁사업장 문제를 방치 할 수는 없다.

    투쟁사업장 문제를 해결하고 고통에 시달리는 투쟁사업장 동지들이 현장으로 돌아 갈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겠는가? 내가 금속노조 부위원장으로 올라와서 비정규직과 함께 투쟁사업장을 담당하고 난 후 끊임없이 고민했고 제기했었던 내용이다.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나?

    지난 5월 18~19일 민주노총 1박 2일 투쟁사업장 집중 상경투쟁 때, 동지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이제 그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하여 글을 통하여 제안한다.

    이미 이명박 정권은 정권 말기로 치닫고 있고, 소위 말해 레임덕이라는 덫에 결려 있다. 최후의 발악을 한다고 해도 별반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민중들의 민주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고 승리로 귀결되기도 한다. 

    이러한 정세는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올해가 투쟁사업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말이다. 지역마다 각 연맹마다 존재하는 투쟁사업장이 일상적 풍경으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몸에서도 아픈 곳이 중심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조직 내에서 투쟁사업장이야말로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민주노총 내 113개의 투쟁사업장이 시기를 정해 전국 동시다발로 거점을 잡고 끝장 투쟁에 돌입해야 한다. 각개 단위사업장 싸움으로는 투쟁사업장 문제를 해결하기가 힘들다.

    또한 매번 해왔던 투쟁이지만 어느 한 곳을 집중적으로 선정하고 투쟁을 하는 것도 각 단위사업장의 이해 때문에 쉽지 않았다. 설사 그렇게 했다손 치더라도 우리가 집중하는 만큼 적들도 집중하기 때문에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

    사업장을 넘어 사회화해야

    지금껏 내가 투쟁사업장에 결합하며 느꼈던 것은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의 대규모집회나 상경투쟁, 순회투쟁 등 기획투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주체들이 목숨을 걸고 투쟁을 하고, 여기에 지역이나 노동사회단체 등 연대 대오들이 결합하여 사회 문제화하고 끈질기게 투쟁해야 한다. 아마도 기륭전자나, 동희오토, 지엠대우 비정규직 등이 예가 될 것이다. 모두가 공통적으로 비정규직 사업장에 소규모의 조합원들이 있었고, 공장 밖으로 쫓겨난 상태에서 장기투쟁을 하고 있었던 동지들이었다.

    그러나 주체들의 목숨을 건 결의, 물불을 가리지 않는 강고한 투쟁, 지역과 노동사회단체의 끈질긴 연대가 빚어낸 성과로 문제가 해결 될 수 있었다. 물론 일부 부족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가장 높은 것들을 쟁취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5월 18~19일 민주노총 투쟁사업장 상경투쟁에서 나는 투쟁사업장 동지들의 절박한 눈빛을 보았다. 한편, 조건만 갖춰진다면 주저 없이 투쟁하겠다는 결의의 눈빛도 보았다.

    민주노총이, 금속노조가 이 동지들에게 무엇으로 희망을 줄 수 있겠는가? 전국에 흩어져 있는 투쟁사업장 동지들의 의견을 모으고 투쟁을 기획해서 실제적인 투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거점투쟁의 필요성

    국정감사 등 전국적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를 정해 거점을 형성하고 강력한 투쟁을 만들어 내야 한다. 현장을 거점으로 잡을 수 있는 곳은 현장을 잡고, 여건이 되지 않는 곳은 노동부든, 지자체든 어느 한 곳을 거점으로 잡으면 될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 투쟁에 책임을 지고 투쟁사업장 대표자회의를 조직하고 이 회의를 통해 주체들의 결의를 끌어내야 한다. 필요하다면 투쟁사업장 전국 순회 간담회 등도 조직하여 투쟁사업장 문제를 비정규직 불법파견 문제와 더불어 사회 이슈화하고 전면적 투쟁에 돌입해야 한다.

    지금 민주노총에서 싸울 수 있는 대오는 비정규직과 투쟁사업장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비참하게 밀려왔던 민주노조가 다시 정권과 자본을 항해 대반격을 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금속노조가 지금 그런 투쟁을 만들 수 있는가? 그러하기에 비정규직과 더불어 투쟁사업장 동지들이 자신들의 문제와 민주노조의 자존심을 걸고 선봉에서 한판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투쟁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과 투쟁사업장이 본인들의 문제로 투쟁을 시작했지만 노동계의 절박한 문제인 정리해고 저지 투쟁, 노동법 전면 재개정 투쟁 등 정권과 자본에 대한 전면전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주춤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투쟁도 다시 불붙을 것이다. 비정규직 불법파견 판결이 난 7월 22일쯤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어떻게든 다시 투쟁에 나설 것이다. 비정규직 불법파견 투쟁과 투쟁사업장 동지들의 목숨을 건 투쟁이 일어난다면 정권과 자본의 대응도 쉽지 만은 않을 것이다.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이명박 정권과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자본가들과의 투쟁에서 명분도 국민적 지지도 모두 우리에게 유리할진데 주저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제2의 촛불항쟁은 노동운동이

    1987년 6월 국민들의 항쟁이 있고 나서 노동자들의 7~8월 투쟁이 있었다. 80년대 상황이나 지금이나 노동자들에게는 그다지 변한 게 없다. 아니 오히려 더 살기가 팍팍해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0년 대에는 국민들의 저항으로 노동자들이 수혜를 입었다면 이제 지금은 우리 노동자들이 조직된 노동자로서 먼저 투쟁에 돌입하고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촛불 때만 해도 민주노총이 학생들을 포함한 촛불들을 따라가지 못했지 않은가. 그 때 민주노총이, 금속노조가 제대로만 투쟁했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왔을까에 대한 일정 정도의 반성의 의미도 포함하면서 대반격의 투쟁을 시작하자.

    이번 상경투쟁에서 많은 동지들을 만나면서 투쟁의 의지도 보았고, 집단적 분위기도 느꼈다. 복수노조 시대에 민주노총의 위상도 그렇고, 왜? 민주노총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아니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투쟁사업장 동지들의 고통을 더는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