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 예외는 독일? 또는 프랑스?
    2011년 05월 24일 09:1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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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문제를 주제로 몇 차례의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다. 후쿠시마의 불행한 사고가 한국인들에게 핵발전소의 위험을 일깨우면서, 오랫동안 반핵운동을 지켜온 소수의 활동가들이 모두 소화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교육 요청이 넘쳐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 물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탓에 나처럼 반핵운동을 옆에서 조금 거들고 있는 사람에게도 강의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지금은 누구라도 가릴 것 없이 반핵 교육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 그동안 피하지 않고 다녔다. 

대개 그렇겠지만, 나는 반핵 강의의 마지막 부분에서 대안을 이야기하곤 한다. 핵발전소를 폐쇄하여도 에너지 효율화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서 충분히 에너지 대안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 현실적 가능성을 예시하고 있는 국가로서 독일의 예를 자주 거론한다. 1973년대의 오일쇼크와 1986년의 체르노빌 사고를 경험하면서, 독일 사회는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대장정에 올랐다. 

후쿠시마, 독일을 바꿔놓다

최근 후쿠시마 사고를 전후로 하여 독일 사회는 핵발전소 폐쇄 문제를 두고 정치적 격변을 겪고 있다. 1997년에 수립된 적록연정을 통해서 2021년까지 핵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고 법제도적 개혁이 이루어졌지만, 이후 권력을 잡은 보수연정이 계획을 후퇴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징검다리’로 핵발전을 사용해야 한다며, 적록연정이 32년으로 정한 수명을 연장하려 시도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독일 시민들은 거대한 저항의 물결을 만들어냈고, 정치적 공간을 통해서 이를 표출해내고 있다. 후쿠시마 이전에 이미 녹색당 지지도는 대약진했으며, 후쿠시마 이후 보수연정에 참여한 기민당이 전통적으로 집권해온 바덴 뷔르템부르크주를 녹색당에게 내주는 수모를 경험하고 있다. 이에 당황한 메르켈 총리는 ‘안전한 에너지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구성하고, 6월까지 핵발전소의 단계적 폐쇄시기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근에 독일 방문에서 만난, 베를린 자유대학 환경정책연구센터 소장이자 이 위원회에서 참여하고 있는 미란다 슈로이어 교수는 “독일에서 핵발전소를 폐쇄할 것인지 아닌지는 쟁점이 아니다. 쟁점은 얼마나 빨리 폐쇄하느냐에 있다.”고 단언했다. 위원회가 논의하고 있는 결론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묻자, “대단히 공격적인 목표 시기가 논의되고 있다.”며 적록연정이 제시한 2021년 목표보다 더 이른 시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였다. 

독일 연방의회 건물에서 만난 녹색당 연방의원 실비아 코팅-울 의원은 지금 메르켈의 연방정부가 사면초가의 상황에 있다고 설명했다. 메르켈 총리는 반핵운동과 녹색당의 바람을 재우기 위해서 7기의 핵발전소 운행을 중지시켰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핵발전소 폐쇄를 촉구하는 독일 시민들의 인간 쇠사슬 시위. 

독일 시민들은 더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녹색당은 현 정부의 집권 시기 안에 핵발전소를 폐쇄하도록 압박할 별도의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마당에 베를린에 찾아간 이명박 대통령이 “핵발전소는 계속 가동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을 때, 메르켈 총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다. 

독일과 프랑스는 왜 다른가?

강의를 통해서 전하는 독일의 사례는 여러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용기를 이끌어내곤 한다. 그러나 어디나 냉철한 사람들은 있다. 그들은 묻는다. 바로 옆 나라인 프랑스는 상황이 다르지 않느냐는 것이다. 프랑스는 전력 공급에서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핵발전에 의존적인 나라이기 때문이다.

왜 프랑스는 독일과 다른가. 독일이 예외적인가, 프랑스가 예외적인가. 한국은 독일의 사례를 참고해야 하나, 프랑스의 사례를 참고해야 하나. 솔직히 사례라는 것이 인용하는 사람들에게 의해서 의도적으로 선택되기 십상이기 때문에, 나도 독일의 감동적인 사례만을 강조했을 뿐이다. 답할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 

최근의 독일 방문에서 그 질문에 대한 일부 대답을 얻었다. 예외적인 국가로서 독일을 설명해야 할지, 프랑스를 설명해야 할지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지만, 왜 두 국가가 다른지에 어느 정도 설명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첫째, 독일은 분단된 상황에서 냉전을 경험했고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로 공격당할 수 있다는 공포 속에서 반전반핵운동이 활발했고, 이것이 환경운동과 연계되었다. 반면에 프랑스는 스스로가 핵무장 국가가 되었으며, 핵무기 개발이 프랑스 국가의 정체성의 일부를 형성하였다. 

둘째, 체르노빌의 경험이 서로 달랐다. 독일 북부는 체르노빌에서 날아온 상대적으로 강력한 방사능 물질이 낙하하였으며, 프랑스는 다행히도 그 위험에서 벗어나 있었다. 방사능 물질이 낙진하면서 채소와 우유를 폐기하는 등의 핵재앙에 대한 공포를 실제로 경험한 독일인에게 핵 위험에 대한 ‘집단적 기억’을 형성했다. 

셋째, 해석에서 논쟁적일 수 있지만, 프랑스는 여론에 덜 민감한 정부 소유의 전력회사가 핵발전소를 운영한 반면에 독일은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한 민간 소유의 전력회사가 핵발전소를 운영했다.

유럽에서 독일, 프랑스 모델 경쟁 중

이런 설명은 한때 한국전력의 민영화가 논의되던 중 일부 환경운동 활동가가 핵발전소가 민영화되면 경제성 때문에 포기될 것이라는 전망하였던 견해와도 연계될 수도 있고(시장주의적 설명), 혹은 중앙집권적인 성격을 강한 프랑스 국가가 오일 쇼크를 거치면서 대안으로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핵에너지를 선호했다는 해석과도 연계될 수도 있는 듯하다(관료주의적 설명). 

유럽연합 환경자문위원회 의장도 맡고 있는 미란다 교수는 이상과 같이 두 국가의 핵정책을 비교한 뒤, “지금 저탄소 사회를 향한 유럽의 정책에서 독일과 프랑스 모델이 경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 건설 중인 핵발전소. 

즉 기후변화와 석유고갈 등의 문제로 유럽 국가들은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데, 그를 위해 독일과 같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대안을 선택할지, 아니면 프랑스와 같은 핵에너지 중심의 대안을 선택할지 논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독일과 프랑스의 대안 중에서 유럽인들이 어떤 것을 지지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마란다 교수는 최근 일본 간 총리가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취소한 것을 언급하면서, 후쿠시마 이후 전세계 핵산업계가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새로운 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등, 그동안 면제되어 왔던 여러 규제와 비용이 추가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후쿠시마 사고는 유럽인들이 저탄소 에너지 시스템의 대안을 선택하는데도 영향을 미치게 되지 않을까. 적어도 미란다 교수는 향후 한국의 신규 핵발전소 건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핵발전소 수출 같은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는 주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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