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주의를 급진화해야 한다"
        2011년 05월 23일 05: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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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일관성 있는 반민주적인 국정 운영과 국가폭력 증대 그리고 민중들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면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 여전히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독주하고 있고 소통의 부재는 지난 20여 년 동안 발전시켜온 절차적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과잉된 절차적 민주주의에 스스로를 가두면서 ‘법치’를 내세울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법치는 반민주적 성격을 띠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의 구성과 운영에서 합법성을 크게 손상시키기 않았다는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이명박 정권을 파시즘으로 규정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하지만 여전히 반민주세력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명박 정권이 반민주세력이라고 해서 정치지형을 ‘독재 대 민주’ 구도로 인식해서는 곤란하다는 뜻이다.

    그것은 절차적 민주주의에만 갇혀 있는 현 지배세력에 대한 저항이 ‘선출된 권력’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본, 언론, 군대, 국가기구 등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이르기까지 전면화되어야만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민주주의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뢰가 상실된 이명박 정권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지난 10년 동안 법·제도의 개정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착취 체제가 쉽게 작동할 수 있도록 자본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을 제공해 주었다. 시장경제의 만능을 무기로 하는 신자유주의는 경쟁력을 길러 이윤 창출에 기여하는 자본주의의 가장 극단적 형태로서 민주주의와 가장 적대적인 존재이다. 그래서 신자유주의는 민주주의에 대해서 관심이 없으며, 오히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이명박 정권의 규제 완화와 사유화 추진이 자본의 축적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민주주의의 위기가 구조화되어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으려는 정부 여당의 일방적 밀어붙이기에 야당이 맞서면서 대립과 충돌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지난 3년 동안 ‘정치’는 없고 ‘통치’만 있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그 결과 용산참사를 비롯해 비정규직 문제, 4대강 사업 강행, 복수노조 허용, 쌍용차 사태, 방송장악 논란, 세종시 문제 등 현안문제를 두고 쉼 없이 격렬한 공방과 대치가 벌어졌다.

    이러한 일방적 밀어붙이기가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이어져 향후 이명박 정권의 국정 운영 전략이 선회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일관성 있게 독단적인 국정 운영을 지속하다가 천안함 사태로 인해 회복 불가능한 불신의 늪에 빠져버렸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천안함 사태로 인한 안보위기 결집효과(rally-around-the-flag effect)가 한나라당에게 결정적인 이익을 안겨줄 것이라고 예상되었지만, 선거 결과 한나라당이 충격에 가까운 참패를 당함으로써 천안함 사건과 관련된 국민들의 불신은 현실정치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비정상적인 국가권력과 민주주의 악화

    이명박 정권의 제도적·절차적 민주주의 퇴행은 3년이 넘도록 지속적이다. 정치적 민주주의는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 등 기본권을 억압하고 침해하면서 현저하게 후퇴하였다.

    게다가 개발주의 정책과 권위주의적이고 독선적인 국정 운영은 생존권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후퇴하기 시작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는 부자감세 정책으로 인해 더욱 후퇴되고 있다.

    또한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게 실업과 비정규직, 계층 간의 임금 격차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복지비용은 OECD 회원 국가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출산율 꼴지, 자살률 최고라는 기록은 삶의 피폐와 불안정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한미 FTA의 굴욕적 재협상, 국민 불법 사찰과 은폐, 정권의 시녀로 다시 전락한 검찰 등은 민주주의 퇴행의 상징이다.

    한편 이명박 정부는 연평도 포격으로 인해 우리가 반드시 피해야 할 전쟁 위협을 증폭시킴으로써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으며, 아직도 국가보안법을 통해 사회운동을 탄압하는 행태를 자행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3년 내내 예산안을 단독 강행 처리하여 4대강 사업 예산을 밀어붙였지만 구제역 파동과 물가·전세 대란 등 서민생활의 위기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동남아 신공항,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국책사업은 ‘공약’ 번복 논란 속에 ‘지역 대 지역’의 무한투쟁 양상으로 번졌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 기조인 ‘친서민’과 ‘공정사회’의 빛이 바래고 있다. 사교육비 절감 등 교육개혁, 보금자리 주택,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 등 ‘친서민’을 표방하고 추진한 기존 정책의 효과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명박 정부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핵심 기조로 제시한 공정사회 노선도 흐트러졌다. 결정적 계기는 대포폰 사태였으며, 공정사회 구현의 핵심 정책과제로 제시했던 대·중소기업 상생도 대기업의 자율에만 맡겨 효과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문제, 불교계와의 ‘종교 편향’ 갈등이나 포항에 쏠린 ‘형님 예산’ 역시 공정사회 기조와는 어긋난다.

    현 정부의 중도 실용·친서민 정책은 진정성을 상실했고, 공정사회 기조는 방향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행태의 근본적 인원은 사회의 운영원리 자체가 이윤과 효율을 추구하는 기업논리로 무장된 국가의 성격 때문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민주주의의 기초인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가 붕괴되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를 숨 막히는 경쟁사회로 변질시키면서 단기간에 무너뜨린 것이다. 한국사회가 전체적으로 87년 6월 민주화이후 제도화된 민주주의에 집중하면서 생명력을 상실해 간 민주주의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더욱 악화된 것이다.

    민주주의를 급진화해야 한다

    민주적 절차를 거쳐 탄생한 이명박 정부는 대중이 원하지 않는 변질된 모습의 국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헌법 제1조 1항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에서 강조한 공화국, 즉 다 함께 잘 사는 나라가 아니었다.

    ‘민주공화국’의 ‘민주’가 국가의 권력은 국민에게 있다는 권력 주체를 규정한 개념이라면 ‘공화’는 모두를 위한 국가가 돼야 한다는 내용과 목적이다. 그런데 지금의 대한민국은 일부 지배계급을 위한 국가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그동안 성취한 절차적 민주주의에 만족하는 가운데 공동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소홀하면서 절차적 민주주의마저 퇴보할 위험에 놓이게 됐다.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 한국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민주주의 문제였다. 그것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80년대 민주화운동 당시 시대가 요구했던 과제는 언론, 집회, 출판, 결사, 사상, 학문 등의 정치적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그래야 그 다음 단계인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한 도정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기본권조차 탄압함으로써 정치적 민주주의를 후퇴시켜 버렸다.

    더욱 커다란 문제는 일반 대중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대다수는 정치적 민주주의를 민주주의와 동일시함으로써 최종 목적지로 여기고 있는 우를 범하고 있다. 그래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학습하거나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점점 상실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민주주의에 대한 학습과 일천한 민주주의 경험을 풍부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급진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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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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