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후쿠시마 원전 3시간반만에 멜트다운”
        2011년 05월 23일 04: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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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제1원전의 긴급노심냉각시스템(ECCS)이 작동을 멈춘 지 3시간30분만에 대부분의 핵연료봉이 녹아내렸다는 미국립연구소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아이다호국립연구소는 지난 3월 말 이같은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제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2개월 후 까지도 핵연료봉이 녹아내리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해온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이 일본 내에서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오는 6월 IAEA에 제출할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언론의 취재에 대해 ‘노코멘트’로 대응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일본 정부가 사태의 진상 등에 대해 언론의 검증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사고 있다.

       
      ▲23일자 일본 마이니치신문 온라인판 기사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23일자 조간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ECCS(긴급노심냉각장치·Emergency Core Cooling System)의 작동불능 3시간 30분 만에 거의 대부분의 핵연료봉이 녹아내렸다는 아이다호국립연구소의 시뮬레이션 보고서를 입수해 단독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발생한 지 20여일이 채 지나지 않은 3월 하순경에 작성돼 IAEA에 제출됐다.

    아이다호국립연구소의 크리스 앨리슨 박사가 자신이 개발한 원전사고 분석 시뮬레이션을 사용해 분석한 결과,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는 ECCS가 작동을 멈추고, 원자로 압력용기로의 냉각수 주입이 중단되면서 50분이 경과한 시점부터 노심용해(melt down)가 시작됐으며, 1시간20분 후에는 제어봉과 중성자 계측용 관 등이 녹기 시작해 녹은 핵연료가 압력용기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보고서는 또 ECCS 작동 중단 3시간20분 정도 돼서는 대부분의 핵연료가 모두 녹아내려 압력용기 바닥에 고인 형태가 됐으며, 4시간20분이 지나서는 압력용기 바닥의 온도가 압력용기 재질인 강화형 스테인레스가 녹는 섭씨 1642도까지 올라 압력용기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아이다호국립연구소의 크리스 앨리슨 박사는 이 시뮬레이션을 위해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와 거의 유사한 모델인 경수로형 원전인 멕시코의 라구나베르데 원전의 기초 데이터를 사용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KBS 뉴스 화면 캡쳐 

    마이니치는 미 국립연구소가 후쿠시마 원전 사태 초기 이같은 시뮬레이션 결과를 IAEA에 보고할 정도였는데도 불구하고 “도쿄전력측이 사고 발생 2개월이 지난 5월 15일 경까지도 1호기가 멜트다운 됐을 가능성에 부정적이었던 데 대해 일본 전문가들은 ‘도쿄전력도 동일한 분석이 가능했던 것은 아닌가’라며 비판의 소리가 거세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원전사고 분석 기관인 일본 에너지종합공학연구소의 나이토 마사노리 안전해석부장은 마이니치에 “도쿄전력도 초기 단계에 동일한 시뮬레이션 분석을 시도했다면 멜트다운 가능성을 알 수 있었고, 당연히 압력용기를 둘러싸고 있는 2차 차단막인 격납용기에 물을 채워 압력용기와 핵연료를 저온 냉각상태로 만든다는 사태 수습방안인 관수(冠水)방식의 대책과 함께 별도의 냉각방식의 준비를 병행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1~3호기의 핵연료봉이 모두 녹아내리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관수방식의 수습방안을 마련했으나, 지난 15일 1호기의 수위계측기를 고쳐 분석한 결과 압력용기의 냉각수위가 예상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확인돼 1호기의 핵연료봉이 대부분 녹아내린 것으로 추정되자 관수방식을 포기했다. 1호기의 상태가 예상을 뛰어넘어 압력용기는 물론 격납용기까지 파손됐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도쿄전력측은 2, 3호기 역시 연료봉이 녹아내렸을 가능성을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의 경위와 교훈을 국제사회에 설명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작성중인 보고서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보도진의 취재에 ‘노코멘트’ 할 것을 보고서 준비팀에 지시했다고 마이니치가 폭로했다.

    마이니치신문은 23일 “6월 20일 빈에서 개최되는 IAEA 각료회의에 제출하기 위한 후쿠시마원전 사고 보고서와 관련해 보도진의 확인 요청이 있을 경우 ‘노코멘트’할 것을 관계부처에서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이는 긴박한 준비 일정을 감안해 취재진에 대한 대응 때문에 보고서 작성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한 조치일 수도 있지만, (보고서 내용의) 검증을 거치지 않는 등 비판 자체를 막기 위한 노림수도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IAEA는 일본 정부의 보고서 제출과는 별도로 24일 각국의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일본에 보내 6월 2일가지 독자적으로 조사를 실시해 6월 각료회의 때 그 결과를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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