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 가치, 주장 아니라 실현할 때"
        2011년 05월 23일 12: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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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지난 5월 17일 광주에서 열린 진보신당 전국광역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 당의 진로에 대한 토론용으로 제출되었다. 더불어 최근에 <복지국가 진보정치연대>에 대한 비판, 혹은 <복지국 단일정당론>에 대한 비판, 혹은 부대표 박용진에 대한 비판 등으로 엉켜있는 당내 비판적 주장에 대한 대답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광역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필자는 “당원들이 느끼는 혼란과 불안에 대해 책임있는 태도를 보이기 위해 박용진 부대표는 당 외부단체인 <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본부> 공동본부장으로의 참여를 전면 유보하고, 동시에 김은주 부대표는 <새로운 노동자정당 건설추진위> 활동과 관련하여, <진보의 합창>에 이름을 올린 노회찬 새진추 위원장과 광역시도당 위원장의 경우 <진보의 합창> 활동 중지 입장을 분명히 하자.”고 제안했다.

    김은주 부대표는 당일 회의석상에서 이에 대해 동의한다고 했고, <진보의 합창>에 참여하고 있는 현직 광역시도당 위원장 중에는 "이렇게 문제될지 모르고 참여했다."거나 "필요하다면 나도 이름을 빼겠다."고 말한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참여를 독려하고 주도적으로 세력화를 진행해 당내 혼란을 만들었던 ‘세력’ 혹은 ‘인물’의 책임있는 입장 발표는 아직 없다. 솔직히 유감스럽다.

    <진보의 합창>에 참여하고 있는 당내 지도적 인사와 세력이 당 중심성을 바로잡고, 당원들에 대한 지도부의 책임을 올곧게 세우자는 제안에 묵묵부답인 것은 6월 3일로 잡혀 있다는 이른바 <진보의 합창> 3차 제안자 명단 발표가 이번에는 민노당, 진보신당 양당의 현직 당협위원장들의 이름을 발표하는 것으로 준비되고 있다는 항간의 추측의 반영인 것 같아 걱정이다.

    이번 2차 발표에 진보 양당의 전, 현직 광역시도당 위원장들과 공직자들의 이름을 중심으로 발표한 것보다 당원들의 불안과 혼란은 더 커질 것이다.

    현직 부대표이자, 진보정치의 오랜 활동가로 필자는 진보정치의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다. 이 글이 쓰여진 것도 당원들과 당내 공식 의견수렴기구를 통해 소통하고 함께하기 위한 것이었다. 새로운 모색에 혼란은 불가피하지만 불필요한 혼란마저 방치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책임있는 이들의 책임있는 태도가 요구되는 시기이다. 오늘 이 글이 당원들의 상상력과 열정을 자극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필자 주>

    1. 복지국가 건설은 시대의 과제이고, 진보의 담론입니다

    진보신당은 ‘사회연대 복지국가’를 자신의 당론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당론과 당의 정책 노선이 존재합니다만, 복지 과제를 정책 다발로 인식하지 않고 국가담론으로 제시한 것은 진보신당의 정치적 성과이며, 지난 10여 년간 진보정당운동이 국민들 앞에 제시한 각종 복지정책의 유기적 결합 형태로서 그 의미가 큽니다.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를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였고, 한나라당의 유력 정치인들도 복지 구상을 가다듬고 있지만 그동안 당적 실천과 종합적 구상 차원에서 온전한 당론으로 이를 제시하고 있는 정당은 진보신당 하나뿐입니다.

    일부에서 지적하듯이 단순 복지정책의 제시와 나열은 각 정당과 정치인 사이에서 큰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없겠지만, 새로운 국가체제로의 전환을 제시하는 사회연대 복지국가 담론에서 진보신당이 쌓아온 실력과 내공에 견줄 정당과 정치인은 없다고 자부해도 좋습니다.

    일자리 불안, 노후불안, 교육-보육 불안, 주거불안, 건강 및 의료 불안 등 대한민국의 5대 불안을 극복하고자 하는 복지국가 건설이 시대의 과제이고, 현 단계 진보의 담론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진보신당이 이를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밀어부쳐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삼는 것은 물론 연대 연합 활동의 정치적 기준점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2. 현 단계 진보의 과제는 진보적 가치와 의제의 실현을 위한 적극적 실천입니다

    그러나 복지국가 건설은 주장에만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적극적으로 실현해내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이 담보돼야 합니다. 진보신당이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부여잡고 실천하지만 실현과는 동떨어진 주장으로 실천을 대신한다면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을 전후했던 시기의 진보의 과제는 진보정치세력의 조직적 독자성을 완성하는 것과 진보의 정체성을 드러내줄 정책과 노선을 분명히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지난 10여 년 동안 적극적으로 실천해 왔습니다.

    2011년 진보정치세력 앞에 놓여 있는 진보의 과제는 진보적 가치와 의제의 실현을 위한 적극적 실천입니다. 실현을 위한 치밀한 준비와 자기 변화, 적극적 주도성이 요구됩니다.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이 각종 정파적 질서로 나뉘어져 있었던 진보진영을 ‘정파연당합’, ‘민주노총운동의 성과를 기반으로 하는 노동자 대중정당’의 건설이라는 깃발 아래 뭉치게 만들었기 때문이 가능했던 것처럼, 지금 진보신당과 진보정치세력은 현 단계 진보의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것은 진보적 가치의 실현을 통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 대한민국 국가체제를 혁신하는 대장정에 나설 수 있는 정치세력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3. 복지국가 단일정당 건설의 다수파 전략으로 새로운 단계를 열어야 합니다.

    87년 6월 항쟁 당시 민주국가 건설이라는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국민들은 거리에서 공장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그리고 그 주장에 적극적이고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조응한 정치세력이 정권교체에 성공했습니다. 진보정치세력이 운동에 머물고 있을 때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정치공간을 통해 권력의 문제로 접근하여 시대적 과제를 받아 안은 것입니다.

    지금 국민들은 제2의 민주화 운동에 나섰습니다. 선거를 통해 의지를 표출하는 길이 막혀있던 87년 6월 항쟁 당시처럼 거리와 공장에서의 집단적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지만, 우리는 각종 투표현상을 통해 이를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진보가 여기에 조응하는 정치세력을 만들고 자신의 적극적 태도를 보여주지 않으면 진보정치는 정치민주화 과정에서처럼, 주장은 외치지만 과제 실현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두 번째 쓰라림을 맛봐야 합니다. 두 번의 실패는 사실상의 도태와 소멸의 위기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세력의 크기를 견주고 머뭇거릴 것이 아니라 시대 과제의 실천자로 스스로를 규정하고 국민들이 전개하고 있는 제2 민주화 운동, 사회경제적 민주화 요구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그동안 분립과 독자성 유지의 대상이었고 경쟁과 투쟁의 대상이었던 자유주의 정치세력을 국민이 요구하는 시대과제 실천을 위한 정치 재편의 장으로 끌어들어야 합니다.

    진보정치가 소극적인 태도를 벗어나 가치 중심의 질서 재편을 선제적으로 제안하고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여 다수파 정치세력 형성의 주도세력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진보정치세력이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4. 진보적 과제에 동의하는 자유주의 정치세력은 끌어안아야 합니다.

    그러나 무원칙한 정치질서 재편은 오히려 제2 민주화 운동의 걸림돌이 되고 말 것입니다. 진보신당은 지난 당 대회를 통해 ‘도로민노당’에 대한 경계와 ‘진보적 가치에 반하는 활동을 해온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조직적 성찰’을 전제로 당의 질서재편 의지를 표출 했습니다.

    따라서, 진보3당의 통합은 ‘도로민노당’으로 귀결되지 않아야 하며 ‘자유주의 정치세력’은 과거에 대한 반성과 진보적 미래에 대한 적극적 동의를 전제로 우리의 구상에 견인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진보신당은 현재, 진보 양당의 재통합에만 온통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모든 정치 역량을 민주노동당과의 재결합을 위한 걸림돌 제거에 쏟아 붓고 있을 뿐입니다. 정치적 재편을 위해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에게 어떤 정치적 제안도,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선(先)진보통합-후(後)선거연합” 이라는 매우 협소하고 소극적인 구상으로 담장 밖의 넓은 무대를 애써 무시하고 담장 안의 낮고 작은 정치만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시대의 과제도 실현하지 못하고,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으로 나설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제시하는 진보적 가치,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동의하는 ‘진보적 자유주의 세력’은 끌어안아야 합니다. 우리의 다수파 정치전략의 시야 속에 당연히 그들과의 관계설정이 있어야 합니다.

    분립과 경쟁의 대상이었지만 이제 우리가 그동안 제시해온 과제와 기준에 동의하겠다면 통합과 연대의 대상으로 전환하는 것이 뭐가 문제이고 무엇이 두렵습니까?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다수파 전략을 성공시키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낸다면 그 주인공은 진보정치세력이 될 것이고, 역사는 진보의 승리로 기록할 것입니다.

    5. <복지국가진보정치연대>는 복지국가라는 당론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자 합니다.

    지난 4월 16일 <복지국가진보정치연대>라는 정치조직이 당 안팎의 관심 속에 출범했습니다. <복지국가진보정치연대>는 진보신당의 의견그룹이자 ‘복지국가 단일정당’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진보신당의 당론인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전개하는 단체로 활동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당 내외의 각종 회의와 토론회 등의 기회를 통해 당의 진로를 두고 다양한 정치적 흐름과 의견들이 풍부하게 토론되고 교류, 공유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복지국가진보정치연대>에는 100여명의 당원들이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으며, 당원이 아니어도 진보정치를 지지하는 일반 국민들의 참여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진보신당이 진보의 재구성을 단지 기존 진보정치세력들의 재편으로만 규정하는 소극적인 태도가 아닌 대한민국 역사를 바꾸는 선택으로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당내 의견개진 활동을 전개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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