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파연합당 최적 투표 제도를 제안함
    이전 가능한 1인1표제, 정파독주 제동
        2011년 05월 22일 09:5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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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서는 당의 최고위원이나 대의원을 뽑는 과정에서 당원 구성에 비례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단일이전가능투표 제도를 소개하려고 한다.

    여러 정파가 모여서 통합진보정당을 만들게 되면 어떤 정파(대개는 다수 정파)가 자기 정파 구성원의 비율 이상으로 다수의 의석을 차지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패권주의의 한 가지 모습이다. 패권주의가 반복되면 소수 정파는 당을 떠나려는 충동을 갖게 된다. 따라서 당의 결속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원 구성에 비례하는 선거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1인 1표 제도의 문제점을 설명하면서 전략적 투표에 대해서 설명을 하려고 한다. 이것은 비신사적인 전략적 투표를 권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보정치에서 이런 행태가 되풀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1인 다표 제도의 문제점

    100명의 당원 중에서 a정파가 60명, b정파가 30명, c정파가 10명 있을 때, 10명의 최고위원을 뽑는 경우를 상정해 보자. 1인 7표와 1인 2표 제도를 택했을 때 각각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적절한 가정 하에서 컴퓨터로 모의투표를 해 보았다.(표 하나가 각각 1,000번의 모의투표 결과이다) 1인 7표 제도를 채택할 때, 모의투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a정파       b 정파       c정파
       평균 당선자수    9.07         0.93           0.00

    평균적으로 a정파가 최고위원 9.07명을 차지하게 되고, b정파는 0.93명을 차지하고, c정파는 한 명도 차지하지 못하였다. 정파 패권주의의 극단적인 형태이다.

    1인 2표 제도를 채택할 때, 모의투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a정파       b정파       c정파
       평균 당선자수    6.84         3.15          0.02

    패권주의가 많이 완화되기는 하지만, a정파와 b정파가 이익을 보면서 c정파는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와 같이 1인 다표(多票) 제도 하에서는 다수 정파가 비례 이상으로 최고위원에 뽑히는 패권주의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1인 1표 제도의 문제점

    1인 1표 제도를 채택할 때에 모의투표 결과는 다음과 같다.

         a정파        b정파       c정파
       평균 당선자수    6.45          3.27          0.29

    1인 2표 제도에 비해서 패권주의가 약간만 줄어들 뿐이다. 1인 1표인데도 당원 구성에 비례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은, 소수정파 당원들의 표가 흩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c정파의 후보가 10명이라면, 극단적인 경우 c정파 당원 10명이 한 후보에게 각각 1표씩 찍게 될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c정파는 한 명도 당선을 시킬 수 없다.

    그래서 c정파는 한두 후보에게 집중해서 찍는 전략적 투표를 하게 된다. 전략적 투표란 정파 구성원들로 하여금 자신의 진정한 선호대로 투표하지 말고, 정파 지도부에서 지시하는 대로 투표하도록 만드는 것을 말한다. 소수 정파는 전략적 투표를 하기 쉽다. c정파 지도부가 c정파 후보를 2명으로 제한하면 어떻게 될까?

         a정파       b정파       c정파
       평균 당선자수    5.93          2.60         1.47

    c정파가 오히려 비례 이상의 의석을 얻게 되고, 전략적 투표를 하지 않은 a정파와 b정파는 손해를 보게 된다. 결국 다수 정파도 전략적 투표를 하게 된다.

    1인 1표 제도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표가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특히 다수 정파에게 문제가 된다. a정파의 후보가 10명 있다고 할 때, 극단적인 경우 모든 정파구성원이 한 명의 매우 유명한 후보에게 똑같이 투표를 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a정파는 최고위원을 한 사람밖에 당선시키지 못한다. 이런 경우를 막기 위해서 a정파 지도부는 무작위 전략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1인1표 제도에서 표가 흩어지거나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하여 다수 정파와 소수 정파가 모두 전략적 투표를 하게 된다. 이러한 전략적 투표는 소수 정파의 경우에는 두 사람에게 집중하게 해야 하므로 점잖게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그러나 다수 정파는 자기 후보 10명에게 표가 골고루 흩어지도록 유도해야 하므로, 상당한 어려움에 빠진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기 정파 후보자의 이름이 무작위로 적혀진 쪽지를 돌리는 것이다. 정파 구성원들은 남의 쪽지를 보면 안 되고 자기 쪽지에 적힌 대로만 투표해야 한다.

    이렇게 쪽지를 돌리는 것은 선거법상 불법일 것이다. 다른 정파들이 패권주의 행태라고 분노를 느끼게 될 것이다. 국민들에게 알려지면 진보정치에 대한 깊은 혐오감을 가질 것이다.

    단일 이전가능 투표 제도

    ‘단일 이전가능 투표’ 제도는 1인 1표 제도에서 표가 흩어지거나 몰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투표 방법이다. 영어로는 ‘single transferable vote’라고 하는데, “이전 가능한 1인 1표 제도”라고 의역하는 것이 가장 정확할 듯하다. 이 제도는 현재 호주 상원 선거, 스코틀랜드 지방선거, 아일랜드 의회 선거 등 세계적으로 14개 선거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투표 방법은 쉽다. 자기가 좋아하는 순서에 따라 최고위원 수(혹은 그 이내)만큼의 후보자를 적어 넣으면 된다. 개표는 복잡하다. 그러나 개표 원리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① 모든 유권자의 표는 1표로 간주된다.
    ② 어느 후보자가 당선될 때 필요 이상으로 득표하였으면, 잉여득표를 그 다음 순위 후보에게 이전시켜 준다. 당원 100명이 10명의 최고위원을 뽑는다고 할 때, 10표를 얻은 후보는 반드시 최고위원으로 선출될 것이다.(9표를 얻은 후보는 선출되지 못할 수도 있다. 1명이 10표, 다른 10명이 똑같이 9표씩을 얻었다고 하면, 9표를 얻은 10명 중에 추점을 통해서 1명을 떨어뜨려야 한다)

    그런데 어떤 후보가 15표를 얻어서 선출이 되면 5표는 필요 이상의 잉여득표가 된다. 이 잉여득표는 그 다음 순위 후보자의 표로 이전시켜 준다.

    ③ 표가 흩어질 때에는 모아준다. 개표 과정에서 어떤 후보를 완전하게 탈락시킬 때가 있다. 이 때에는 탈락된 후보에 투표했던 표들은 그 다음 순위 후보자의 표로 이전시켜준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간단한 예 하나를 소개하기로 한다.(Wikipedia) 20명의 유권자, 5명의 후보(오렌지, 배, 초콜릿, 딸리, 사탕) 중에서 한 투표용지에 2명의 후보자를 기입하고 2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경우를 가정하자. 20장의 투표용지를 개표한 결과 다음과 같이 분류되었다.

       분류    투표수    선호 순서
        A       4    오렌지
        B       2    배, 오렌지
        C       8    초콜릿, 딸기
        D       4    초콜릿, 사탕
        E       1    딸기
        F       1    사탕

    이 경우 필요 득표는 6표이다. 개표 과정은 다음과 같다.

      후보   오렌지   배   초콜릿   딸기   사탕   설명
      1단계    4   2    12    1    1   초콜릿 당선
      2단계    4   2    6    1+4    1+2   초콜릿 잉여 6표 딸기, 사탕으로 분배
      3단계    4+2      6    5    3   배 탈락, 배의 표 오렌지로 분배, 오렌지 당선

    1단계에서 1순위 득표만을 집계한다. 초콜릿은 필요 득표가 6표인데, 12표를 얻었으므로 당선이 확정된다. 그러나 6표는 잉여 득표이다. 잉여 득표는 6표는 2단계에서 딸기와 사탕으로 2:1로 나누어준다. 초콜릿 다음 딸기를 찍은 표가 8표이고(분류 C) 초콜릿 다음 사탕을 찍은 표(분류 D)가 4표이기 때문이다.

    2단계가 끝나도 6표를 넘는 새로운 후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때에는 가장 작은 득표를 얻은 배를 완전히 탈락시킨다. 배를 탈락시킬 때 배에 투표한 2표는 그 다음 순위인 오렌지로 이전시켜준다(분류 B). 그러면 3단계로 오렌지가 6표가 되어 오렌지가 당선되는 것이다. 1인1표 제도의 분석에서와 같이 a, b, c 정파를 상정할 때 모의투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a정파       b정파       c정파
       평균 당선자수    6              3              1
       표본오차    0              0              0

    확실하게(표준오차가 0) 정파구성에 정확하게 비례하는 투표결과가 얻었다. 즉, 1,000번의 모의투표 중에서 한 번도 정파구성과 어긋나는 결과가 나온 적이 없었다. 문헌을 조사하여 보면 단일 이전가능 투표제도는 다음과 같은 장점을 가진다.

    ① 비례적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당원의 의견이 의석의 배분에 반영된다. 낭비되는 투표가 작고, 투표율이 높아진다.
    ② 소수정파가 대표를 선출할 수 있다.
    ③ 유권자들은 여러 정파의 후보들 중에서 골라서 선택할 수 있다. 후보자 개인의 능력이 중요해진다.

    ④ 후보자의 순서를 유권자들이 정하므로 정파의 권력이 약화된다.
    ⑤ 전국을 단일의 선거구로 만들 필요가 없으므로, 당선자와 유권자 사이의 연결이 유지된다.
    ⑥ 1정파의 독주를 쉽게 막을 수 있다.

    흩어지는 표 모아주고, 몰리는 표 흩어줘

    최고위원 선거에서 1인 2표 제도나 1인 7표 제도는 패권주의의 노골적 표현이다. 1인 1표 제도는 소수 정파나 다수 정파가 어쩌면 본의 아니게 전략적 행동을 하게 된다. 특히 다수 정파가 보다 노골적으로 전략적 투표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잘못된 선거 제도는 잘못된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

    단일 이전가능 투표 제도는 흩어지는 표는 모아주고, 몰리는 표는 흩어주어서 당원의 구성에 정확하게 비례하는 최고위원이 선출되게 만들어 준다. 1인 1표 제도 하에서 다수 정파의 고민과 소수 정파의 고민을 모두 해결해주는 것이다.

    단일 이전가능 투표 제도에서는 전략적 투표를 해도 아무런 이득이 생기지 않으므로, 전략적 투표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 제도는 당 대표 선거나 지역운영위원 선거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부문별 최소 선발 인원이 규정되어 있는 최고위원 선거에도 응용할 수 있다.

       
      ▲필자.

    물론 패권주의 문제를 선거 제도만으로 극복할 수는 없다. 보다 중요한 것은 정파 유혹을 극복하고 당을 통합하는 리더십의 형성일 것이다. 그러나 패권주의를 막을 수 있는 선거제도가 존재한다면 그 제도를 채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특히 분열되었던 여러 정파가 다시 합칠 때에는 비례적인 결과를 낳는 투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다시는 패권주의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에 대한 물질적 담보가 될 수 있다.

    “우리 다음부터 선거할 때에는 다시는 쪽지 돌리지 않을께.” 이렇게 말로만 약속하는 것은 신뢰할 수 없다. 문제를 막을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도, 그것을 채택하지 않는 것은 같은 행동을 다시 되풀이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

    * 이 글은 진보교연과 새세상연구소 토론회에서 발제한 글을 쉽게 요약한 것이다. 원래의 글은 blog.daum.net/econamhoon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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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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