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파 집권은 험난한 여정의 출발점"
        2011년 05월 20일 02: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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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의 길은 일직선이 아님을 알 수 있는 사건이 있다. 에콰도르의 유권자들은 지난 5월 7일의 국민투표에서 열 가지의 정부 제안에 근소한 차이로 찬성을 표시했다. 특별한 충돌없이 평화적으로 투표가 진행되었다.

    진보의 길은 일직선이 아니다

    차베스와 에보 모랄레스도 그렇지만 정치적 개혁의 병목 상황에 접하게 되면 라틴아메리카 좌파 정부들은 국민투표를 이용한다. 현직 대통령인 코레아는 2006년에 집권했는데 작년에는 경찰의 쿠데타 시도를 겪기도 했다. 이런 흐름은 에콰도르의 정치 지형이 아직도 불안정하다는 의미이다. 뒤집어서 바라보면 좌파 정부가 들어선 에콰도르의 민주주의는 쉼 없이 지그재그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에콰도르의 최대 사회운동 조직으로 90년대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의 최전선에 있었던 원주민 연합(Conaie)의 지도부 상당수도 코레아를 반대하고 있다. 집권 초기 최대 지지 세력인 원주민 연합의 지도부와 평범한 원주민의 정치 행태가 달라진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 여당은 원주민 연합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시키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집권 여당에 비판적인 좌파 세력도 있다. 이들은 교조적 맑시스트 계열로서 ‘인민 민주주의 운동’(MPD)이다. 이들은 급진적인 혁명의 시각에서 점진적인 개혁을 추구하는 코레아를 ‘신자유주의자’로 부르기도 한다.

    코레아에 대한 불만은 차베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지만 거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사적 소유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만약에 에콰도르와 베네수엘라가 지금 과거의 쿠바와 같은 길을 걷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에콰도르의 현재의 개혁은 ‘시민혁명’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 점에서 차베스 혁명도 많은 사람들이 급진성을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점진적인 개혁의 길이고 상당수 지식인들이 이를 ‘라틴 아메리카식’ 사회민주주의라고 호명하기도 한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과거에서부터 내려오는 사회구조적 병폐-연고주의를 통한 관료들의 부패와 자영업자들의 탈세와 사법부의 유전 무죄식 구조악 등-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언론, 좌우 헤게모니 투쟁 최전선에

    이번 국민투표를 통한 개혁의 핵심은 코레아 행정부의 개혁적 법안 심의를 자꾸 미루기만 하다가 무산시키는 의회를 견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법관 교체를 위한 특별위원회도 설립된다.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양극화가 심해져 사회의 제일 아래의 가난한 대중의 목소리는 위로 전달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기계적인 의회민주주의 체계에서는 중산층 이상의 이익만을 대변하기 쉽다. 하지만 대의적 민주주의 발전만을 민주주의로 이해하는 시각에서는 이런 에콰도르의 개혁을 포퓰리즘적 퇴행으로 인식할 수 있다.

    독점 언론세력, 기득권층에서는 코레아를 “권위주의자”, “자유언론의 적”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 같은 담론 공세가 어느 정도 먹힐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기존의 관념적으로 고정된 틀이 아닌 대중의 요구를 투입시켜 개혁을 지속하는 끝이 없는 과정으로 인식한다면 의미가 달라진다.

    국민투표의 제안들 중에는 사법제도의 개혁과 아래로부터의 대중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언론 미디어 콘텐츠 규제와 미디어 산업에 대한 금융자본 참여의 제한 등 우리에게도 현재 시사점을 주는 중요한 사안들이 있다. 또한 언론기업의 타 산업에 대한 투자도 금지하고 있다.

    이미 좌파 정부가 들어선 에콰도르와 베네수엘라이지만 양국 모두 좌, 우의 헤게모니 쟁투의 최전선이 언론 미디어에 있고 그 내용과 소유구조 변화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제안을 모든 대중의 가난과 불평등의 근절과 건강, 주택 등의 품위있는 삶의 조건의 확보 등 사회주의적 이상을 이야기하는 일부 좌파가 우파와 함께 반대하였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해되지 않는 좌파의 반대

    그리고 중한 범죄의 경우에는 보석금제도를 인정하지 않기로 하였다. 베네수엘라도 작년 8월에 이번의 에콰도르 국민투표와 비슷한 내용의 미디어 산업에 대한 금융자본의 투자 제한 등의 개혁안을 통과시킨바 있다.

    언론 미디어 콘텐츠 규제는 예를 들어, 인종주의, 폭력, 선정성 등의 규제 등이다. 특히 인종주의적 차별적 내용의 규제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또한 국민투표 안건 중에는 투우 경기와 사행성 게임의 불법화도 들어있다.

    이번의 국민투표는 2008년의 제헌의회를 거친 뒤 원주민의 자주적 권리, 원주민의 토지소유권, 자연생태계의 권리 등을 규정한 새 헌법의 연장선에 있다. 새 헌법은 원주민 문화의 고유성과 정치 경제적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여 ‘복수국민 국가’를 선언하면서 근대적인 단일 국민 국가 이데올로기를 깨트리는 내용도 들어있다.

    에콰도르의 정치변화를 보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헌법의 전면적 개정을 통해 이데올로기적, 현실적으로 확고하게 좌파가 권력을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개혁조치들이 의회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과 일부 좌파가 거대담론의 틀에만 집착하여 경직된 노선투쟁으로 나아갈 때 어이없게 우파의 이익을 지지하는 이상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좌파 진영 내부의 투쟁이 혼란스러운 길에 들어서면 가장 가난한 대중의 이익이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대부분의 라틴아메리카 국가에서는 좌파 지식인들의 노선이 중간계급 지향적이라 가장 낮은 기층대중의 이익과는 괴리가 있어 정통좌파노선 보다는 포퓰리즘으로 불리는 노선이 더 개혁적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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