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들은 돈 잔치 하면서 경영상 해고?”
        2011년 05월 19일 04: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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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후 부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민주당사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진중공업 해고자들. 이날 오후 농성장에서 해고조합원 3명을 만나 그들의 심정을 들어봤다.

    13년 동안 한진중공업에서 일해 온 김창현(38세) 조합원은 “진짜 경제 위기, 경영 위기라면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면서 “하지만 다른 조선소들 다 잘 나가고 한진중공업 경영진들은 돈 잔치를 벌이고 있는데 어떻게 정리해고를 받아들일 수 있겠냐.”며 분개했다.

    "6살 짜리 아들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

    분노는 더 이상 경영진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 6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가 부당하지 않다고 판정하자, 정부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한나라당 정치인도 얘기하듯 국내 수주를 안 한 거지 못한 게 아니잖아요. 이런 게 경영상 해고 사유로 인정되는 게 말이 됩니꺼.” 그는 “한진중공업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대학 동문이라던데, 그래서 뒤를 봐주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힘 없고 돈 없는 사람 이 나라에서 살 수 있겠냐”며 “이 싸움 지게 된다면 장기를 팔아서라도 돈 모아 외국으로 나가고 싶다.”고까지 말한다. 회사를 옮기면 되지 왜 굳이 나라를 뜨냐고? 그는 희망퇴직한 동료들의 삶을 알고 있다. 다른 조선소나 심지어 한진중공업에서 비정규직으로 다시 일하다 못 버티고 그만둔 이들. 또 운 좋아 정규직으로 취직했다 해도 거짓된 경영상 이유로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한 삶을 살아야 하는 처지.

    그는 6살짜리 아들 하나 생각하면서 아직 버티고 있다. 하지만 남 짓밟는 걸 가르쳐야 살아갈 수 있는 사회라면 미련 없이 떠나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 투쟁은 그에게 우리 사회가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싸움이기도 하다.

       
      ▲왼쪽부터 김창현, 권선학, 김승현 조합원.(사진=김상민) 

    권선학(47세) 조합원 심정도 다르지 않다. “노동자란 이유만으로 이렇게 짓밟혀도 되는 겁니까. 이게 과연 정의가 통하는 세상인가요?” 지노위 결정 당시 어떤 마음이었냐는 질문에 권 조합원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20년 근무하는 동안 적자 한 번 없던 회사였다. 그처럼 묵묵히 일 해온 노동자 덕분이다. 그리 많은 것을 요구한 적도 없다. 뭘 요구할 때마다 회사는 경영이 힘들어 사람 줄여야 한다고 엄살을 떨었기 때문이다. 그가 “이 투쟁 승리해 정리해고 철회되면 경영진과 관리자부터 손 봐야 한다”며 벼르고 있는 이유다.

    "’사랑의 힘’으로 파혼은 면했다"

    그는 “서울에 오니 편하다”며 최근 공장 안에서 파업을 진행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크레인 위에서 목숨 걸고 농성 중인 김진숙 지도위원. 하나 둘씩 파업대오를 이탈한 조합원들. 그리고 치가 떨리게 만드는 관리자들의 태도.

    공장 안에서 이 복잡한 장면들이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이다. 그는 다만 “파업에서 이탈한 조합원들도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아직 많은 이들이 우리의 투쟁을 격려해 주고 있어 위안이 된다.”고 말한다.

    농성장 막내인 김승현(29세) 조합원은 투쟁이 한창인 3주 전 결혼했다. 해고될 줄 모르고 약속한 결혼인데 ‘사랑의 힘’으로 파혼을 면했다며 웃는다. 신혼여행 직후엔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 파업 농성에 합류한 김승현 조합원. 달콤한 신혼 생활은 투쟁 승리 이후로 미뤘다. 결혼 전엔 아내가 그만두고 나오라 했지만, 해고의 불합리함을 느끼게 된 후에는 그를 격려해 주고 있단다.

    그 역시 부산지노위의 부당해고 기각 결정에 참담함을 느꼈다. 당연히 이길 줄 알았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은 젊은 나이에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게 어떠냐고 했단다. 하지만 이 일로 그는 오히려 마음을 굳게 먹게 됐다. 그는 “다른 데 가서 일하더라도 부당해고라는 거 인정받은 후에 가야지, 안 그러면 억울해서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노위 기각 결정 이후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 올라온 해고자들이 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끈질기게 싸워야 다른 사업장들도 함부로 정리해고 못할 것 아닙니꺼. 많이 연대해 주이소.”

    *이 기사는 금속노조 인터넷 기관지 ‘금속노동자'(ilabor.org)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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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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