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문제, 진보통합당 걸림돌 될 수 없다"
        2011년 05월 19일 01: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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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대통합 최종 합의을 앞두고 연석회의 각 진영의 이념과 노선의 차이에 대한 논쟁이 격렬하다. 연석회의는 5월 중으로 상호 입장 차이를 정리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 문제 조정 여하에 따라 각 당 최종 의결 단위에 상정될 합의문 작성 여부 및 합의 내용이 결정될 것 같다.

    연석회의 쟁점 사안 중 핵심적인 사안은 대북문제와 총선, 대선 관련 문제다. 대북문제는 일단 용어 사용서부터 차이가 나지만 권력승계와 핵 개발 문제로 정리되었다. 총선, 대선 문제는 진보대통합당의 민주당과의 연립정부 구성 여부이다.

    현재 연석회의 참여 주체들의 이 문제에 대한 차이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등 3개의 정당들이 각자의 이념과 노선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각 정당 입장을 떠나 크게 두 개의 입장으로 정리될 수 있다.

    사회당과 진보신당은 북 문제에 있어 권력 승계와 핵 개발에 대한 반대 입장을 최고 의결 단위에서 결정했다. 반면에 민주노동당은 권력 승계 및 핵 개발 문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 대신 ‘자주적 진보정당으로 6.15 정신에 근거하여 사안에 따라 북을 비판할 수도 지지할 수도 있다’가 중앙위 결정 사항이다.

    그동안 북한에 대해 세습, 민주화, 인권이라는 용어로 비판적 입장이었던 진보교연이 ‘세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남북한 체제 상호간의 애정 있는 비판,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에 노력한다”로 수정하였다는 것이 눈에 띄는 상황이다.

    그런데 위 주장에 대한 논의 전에 우리가 추진하는 진보대통합의 원칙과 철학에 대해 먼저 합의하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

    첫째, 진보대통합당은 정파연합적 통합정당이다

    진보통합당은 정파연합적 정당으로 공적으론 단일한 이념과 노선을 추구하되, 상호 주요 이념과 노선이 상대방의 주요 이념과 노선을 배척하지 않는다면 동거할 수 있다는 원칙에서 출발한다.

    이유는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계급, 민중의식의 발전 및 물적 토대 건설(대중적 계급조직)로 진보정치세력의 숨통이 일정 부분 트인 것은 사실이나 근본적으로 한국 정치 환경은 해방 이후 미국이 좌파 세력을 물리력으로 완전 거세한 연장선상에 있는 분단 지속의 좌, 우파 이데올로기 대립이 첨예한 상황에서 진보정치의 토대는 매우 협소할 수밖에 없다는 객관적 조건에 기인한다.

    이것은 보수 정당이 의석을 독식하고 유권자는 이에 복종해야만 하는 강제된 소선거구제 선거 방식과 화석화된 양당 체제가 강요되는 대통령제, 더구나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와 가치관이 민중 전반의 사고에 뿌리박힌 상황에서 평화통일과 반신자유주적 경제 질서와 정책을 내세우는 진보 정치 세력의 토대가 협소할 수밖에 없다는 객관적 사실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이렇게 역사적으로 반공, 반좌파, 반진보의 강력한 지배 이데올로기(dominant ideology)에 뇌 의식 전체가 합치된 유권자 대중을 상대로 정치행위 및 투쟁을 전개해야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소중하지만 갓 태어나 아직 작은 우리의 진보 민중 역량마저 분할, 분열될 경우 의회 정치 내외를 떠나 진보, 민중 정치가 유의미한 제 3의 정치세력으로 발전하여 당장 생존에 몸부림치는 노동자, 민중을 위한 투쟁과 정치력 구사가 원천적으로 배제당할 수밖에 없다.

    또한 설사 작은 힘으로 생존하여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세력은 될 수 있지만 그러한 영구 소수 정당으론 한반도 평화 통일과 민중의 평등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진보ㆍ 민중적 정권교체는 영구히 불가능하다는 역사적으로 입증된 사실에서도 기인한다.

    따라서 통일전선적 정파연합당은 참여하는 각 정파의 입장이 자신의 본질적 입장을 배척하지 않은 한 통합하여 진보, 민중 정치세력의 힘을 최대화시켜야 한다는 민중의 본능적 요구에서 비롯된다.(민중들이 당신의 정책은 좋은데 당이 힘이 없어 라고 외치는 것을 봐라)

    상대방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배척하지 않는 상태에서 단지 자신들의 입장과 다르다는 이유로 통합을 못한다는 것은 진보대통합이라는 현 시기 계급적, 민중적 요구와는 다른 수준의 진보 세력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대북 문제도 한 쪽은 반대적 입장을 표명했지만 다른 한 쪽은 입장 표명 자체가 없거나 혹은 우회적, 총괄적 정치적 표현 방식을 사용한 결과 일방이 타방을 노선과 이념에서 배타적으로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면 통합 거부의 명분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민중이 요구하는 정파연합적 진보대통합당의 철학이다.

    2. 구동존이 사상의 통합정당이다

    연대연합적 정파연합당은 정파끼리의 같은 점은 확인해서 민중의 절박한 요구를 표출케 하고 투쟁을 극대화시키지만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확인하여, 당면 시기 민중의 주체 동력과 투쟁력을 약화시키거나 무력화시키지 않는다는 민중적 사상의 발로인 동시에 정치 전략상의 원칙이다.

    단, 정파의 차이점을 드러내고 노선 투쟁이 현실화되는 이유는 차이점을 드러내는 것이 노동자, 민중의 계급적 정치적 역량을 보다 확대, 강화시킨다는 것이 실천적, 대중적으로 검증되어 나가기 시작할 때이다.

    전선 내의 특정 정파가 차이점을 대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진보, 민중 역량을 훼손하거나 위축시킨다고 대중적으로 입증될 경우 상대방도 차이점을 드러내고 사상 투쟁과 대중적 동의를 확대해 나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정치적 동거를 통해 진보, 민중적 정치력을 극대화하고 민중의 삶에 대한 정치적 대안과 투쟁에 복무해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지금 시기 진보, 민중세력 정파 간의 차이점을 그대로 두는 것이 진보적 총 정치역량 강화를 통해 자기 분파의 정파적 역량까지도 강화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차이를 드러내어 독자적 정파의 입장만을 주장하는 것이 정파의 정치 역량을 강화하고 진보적 헤게모니를 획득하는 것인가에 대한 과학적이고 역사적인 구동존이 사상을 잘 생각해 봐야할 시점이다.

    3. 북한 문제 정파연합적 구동존이 관점에서 봐야

    연석회의에서 대북 문제에 대한 양 입장을 어느 정도까지 조정할 수 있는지가 이후 진보통합당 건설에 절대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에게 사회당과 진보신당이 주장하는 북의 권력승계, 핵 개발에 대한 명시적 반대 표명을 그대로 수용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다.

    이유는 민주노동당의 경우 진보대통합당은 자주적 정당으로서 북한 문제에 관해 본인의 정파적 견해에 따른 개별 당원들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 표현은 존중하되 전체 당원들의 의사를 집약해서 표출해야 하는 당의 공식적 입장 표명과는 구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당내에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하여 남한 내 미국ㆍ보수 진영과 진보ㆍ민중 세력 간의 이데올로기 헤게모니 투쟁이 첨예한 상태에서 한반도 평화 전략상 보수 이데올로기는 확장되고, 진보 헤게모니를 위축시키는데 활용될 가능성이 많은 민감한 북한 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신중해야 된다.

    대신 ‘입장 불표명’ 혹은 ‘특정 사안 지칭 없는 포괄적 정치적 비판 방식’ 혹은 ‘미국의 한반도 패권 전략 기인론에 입각한 특정 사항 지칭의 정치적 비판 방식’ 등 당내에 다양한 정치적 판단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당하고 합법적인 절차를 생략하고 한 정파적 견해만을 진보통합당의 공식 입장으로 합의하는 것은 부당하고 적절치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론조사를 보면 남한 내에 반북적 혹은 한반도 긴장에 대한 ‘북 정권 일방 책임론’이 확장될수록 진보 진영의 지지표는 축소되었으며, 한반도 대결 국면이 미국 패권과 국내 보수 세력에 의해 원초적으로 기인했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미국과 한국이 화해와 평화를 위해 먼저 손을 내밀고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될 시 진보정당의 지지가 상승했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입증된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를 갉아 먹는 한반도 위기 ‘북한 일방 책임론 고착화’로 귀결되는 정치적 입장 표명에 고민이 있다는 점이다.

    핵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반도 평화를 미국과 이명박 정권은 간절히 원하는데 북한이 핵 개발을 하고 3대 세습, 선군정치와 같이 구제 불능의 꼴통 짓을 하기 때문이다”라는 논리가 대중에게 먹혀들어 갈수록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올라갔다.

    그리고 “남쪽 사람들은 북한의 권력세습, 핵 개발을 문제라고 보고 이해하기 어렵지만 미국과 이명박 정권이 한반도 대립 정책, 북한 압박 정책만 고집해서 그런게 아니냐”라는 인식(이명박 정권의 한반도 평화관리 무능론)이 확대되면 될수록 그만큼 진보, 개혁 진영에 대한 지지가 확장되었다.

    북한의 권력과 핵개발, 인권 문제를 추상적으로 하나의 개별 사안으로 고립해서 볼 것 아니라 미국의 지구적 패권주의,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맞대응해서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및 반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확장이라는 종합적이고 총체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즉, 남북대결, 한반도 긴장 국면의 주원인이 미국, 한나라당이냐 아니면 북한 정권이냐라는 이분법적 갈림길에서 세습, 핵문제를 어떠한 방식으로 표명하는 것은 한반도 긴장의 북한 일방 책임론으로 귀결돼 (진보진영마저 미국 패권 전략 기인론을 생략하고 저들과 똑같은 투로 비판했을 경우) 대미, 대 한나라당 이데올로기 전선에서 우리의 민족, 민중적 입지를 스스로 고립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대응이 한반도 평화체제 확장에 장애가 되는 오류에서 벗어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다양한 정치적 판단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이 문제를 공당의 명의로 추상적으로 비판하지 않으면 종북이다라는 획일적인 판단은 편견적이고 단편적인 사고라 주장할 수 있다.

    촘스키는 이렇게 주장한다. “미국은 엄청난 힘을 가진 냉혹한 테러리스트이고 만약 누군가가 미국을 방해한다면 그는 상당히 곤란에 처하게 될 것이다. 한편 누구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원하지 않을 것이나 외국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 이외에 북한의 핵무기가 할 일은 많지 않다. 북한이 핵무기를 조금이라도 써먹으려고 한다면 그 나라는 내일이면 잿더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비정상적이지만 미국의 공격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얼마 전까지 미국은 핵무기로 북한을 위협해 왔기 때문이다.”

    촘스키가 이처럼 북한의 핵무기를 비판하지만 체제 수호를 위한 자위권 행위라고 주장했다고 해서 그를 종북이라고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민주노동당 당원들의 북 문제에 대한 다양한 판단이 존재한다고 해서 종북이기 때문에 당을 같이 할 수 없다라고 매도당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구동존이 정파연합당의 원칙에서서 보더라도 대북 문제는 상호 상대방의 본질적 노선을 배척하지 않는다. 진보신당과 사회당이 북의 권력승계 문제를 반대하는 것과 민주노동당이 이에 대해 공식적 입장을 얘기하지 않거나 혹은 ‘정치적인 포괄적 비판’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상호 적대적으로 배치되지 않기 때문이다.

    4. ‘자주적 진보정당론’도 생생 살아 움직이며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러나 ‘자주적 진보정당론’도 단순한 자기 방편성 정치적 구호로 오해되지 않도록 보다 풍부하고 구체적으로 다듬어야 할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전위 정당이 아닌 한 대중정당으로서 대중을 만날 때 원칙이 있다. 자기의 주장을 대중에게 한마디로 쉽게 요약해서 전달해야 한다는 철칙이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복잡하고 체계적인 분석이 아니라 북한에 대한 남한 민중의 대중적 인식 수준 및 정서에 기초해 정치행위를 하고 지지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남한 진보적 대중정당으로서의 본질적 원칙 말이다.

    남한 민중에게 미국 패권의 지배적 이데올로기인 반북적 사상이 6.25 민족참극, 박정희 반공 성장시대 등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 일상 사고의식에 고착화된 사상으로 형성된 상태다.(이 시대 이후의 이데올로기 세대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또한 미국이 대 중국 견제 목적이나 한국 보수층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적절한 수준의 한반도 긴장 관계 유지가 필요한 상황에서 한반도 긴장 구도의 북 일방 책임론에 익숙한 보수적 한국 언론에 남한 민중이 쉽게 포섭될 수밖에 없다.

    반면 북한은 자체 경제의 생산력 발전이 지체된 상태에서 미국의 지독한 체제 압박과 고립화 정책을 극복하기 위해 정치, 군사 전략으로 그 위기를 돌파하려는 방식이 남한 민중의 정서와는 부합되지 않게 표출되기도 한다.

    이 같은 사실들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볼 때 진보적 정권 교체를 목적으로 하는 진보적 대중정당으로서 진보대통합당은, 사회주의 북한과는 전혀 다른 자본주의 생산양식과 가치관에 완전 체화되고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북에 대해 이질적 정서를 가진 남한 민중을 상대로 ‘새로운 사회’와 한반도 평화통일이라는 동의를 획득하고 지지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바로 ‘자주적 진보정당’이 다시 태어나는 길이다.

    “진보대통합당의 유권자는 남한 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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