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화 오류, 위험한 사고입니다
민주노총 비판 대상, 결별은 안돼"
    2011년 05월 18일 04: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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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준 동지 잘 지내시죠. 간간이 부산에 강연하러 오실 때 뵙는 것 말고는 사적으로 장 동지와 깊은 대화를 나눠 본 적은 없지만, 저는 늘 장석준 동지와 함께 당내에서 상징적이나마 ‘좌파블럭’에 속해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전진에 대해서도 늘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에 있었습니다. 이는 장 동지도 잘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렇게 장 동지에게 공개편지의 형식으로 글을 쓰게 된 것은, 최근 <레디앙>에 실린 장동지의 글과 관련하여 몇 가지 토론거리를 제안해 보려는 이유 때문입니다.

지난 선거과정을 거쳐 가면서 진보신당은 첨예한 갈등의 중간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는 반자주파 블럭으로 통합되어 있던 진보신당의 여러 색깔들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는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장 동지께서 정리한 우-통합파, 중간-통합파, 좌-통합파라는 분류도 이런 차이를 나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1. 민주노동당 전체가 우편향이라 볼 수 있는가?

우선 우리들의 토론을 위해 공통의 지반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군요. 저도 장동지처럼 진보정당이 급진적인 야당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입장입니다. 그리고 이는 장 동지의 글을 비판한 정종권 동지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생태/평화/사회주의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동일한 좌파블럭의 구성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민주당과의 통합을 바라는 당내 우파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과제는 생태/평화/사회주의자들, 진보운동의 좌파들이 어떻게 독립된 진보진영으로 남을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장 동지와 저는 분명 구별되는 것 같습니다. 장동지는 민주노동당과 통합이 결국 민주당과의 연립정부로 가는 길이라고 단정하고 있는 듯합니다. 민노당 주류파가 선거연합을 넘어 민주당을 전략적 연대의 대상으로 상정하고 야권연대에 임하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민주노동당 우파가 민주당과의 연립정부를 꿈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는 분명 우편향입니다. 특히 이정희가 이끄는 민주노동당 혁신파들 상당수가 이런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더 나아가 정치적 실용주의에 물든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민주당과의 연대를 주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모두 우편향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노동당 주류는 자주파입니다. 반미세력인 거지요. 이들은 결코 민주당과 같은 친미세력이 아닙니다. 그들은 금융자본에 대한 규제, 한미 FTA 반대, 한미 군사동맹 반대 등 근본적으로 좌파와 동일한 입장을 지니고 있습니다. 세계화 반대보다 더 근본적인 좌파는 없다는 점에서 자주파 일반을 우파와 동일시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분류인가 의문이 듭니다.

그렇다면 진보신당은 어떻습니까? 장석준 동지가 분류한 복지주의 통합파들은 이미 우파입니다. 복지는 수사에 불과하지요. 그런데 소위 좌파 통합파들 내에도 우파들이 득실거린다는 겁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민노당과 통합에 반대하고, 진보신당의 독자적 강화를 주장하는 흐름들 내에서도, 특별히 좌파라서가 아니라, 민노당의 종북주이가 싫기 때문에 그냥 독자파로 남자는 사람들 말입니다.

부산시당에는 사실 이런 부류가 주류입니다. 이들은 민주노총도 함께 할 수 없는 세력이라고 말합니다. 님이 분류하신 좌파-통합파라고 해서 다 좌파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냥 “독자적으로 Go!” 하자고 주장하는 세력일 뿐입니다.

장석준 동지의 주장처럼 진보신당이 사회당과 같은 좌파들과 통합하고, 급진적인 정당으로 남는다면 진보진영 일부가 민주연립정부로부터 독립할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저는 민주노동당과 통합한다고 해서 꼭 민주당을 전략적 파트너로 삼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통합진보정당 내부의 헤게모니 투쟁을 통해 그와 같은 흐름을 저지하는 것이 가능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점에서 정종권 동지의 전략이 충분히 설득력 있다고 생각합니다.

2. 민주노총과 함께할 것인가?

제가 장석준 동지의 글에서 더 큰 우려가 드는 것은, 장동지가 “진보진영의 독자성 유지라는 그 자체로 올바른 문제의식”으로 인해, 민중운동 전체 판의 흐름을 놓치고 있지 않나 하는 점입니다.

장동지의 글에서는, 민주노총이 이미 중간계급을 대변하는 조직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에 급진주의 진보정당의 토대로는 맞지 않다고 전제하는 것 같습니다. 장동지의 대안은 비정규직과 청년세대를 조직함으로써 반자본주의적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더불어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임금인상보다 더 적은 노동, 더 많은 평등, 더 많은 자유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즉 임금인상은 성장주의에 발목 잡힌 전략이기 때문에 진보신당은 반성장주의를 주장해야 하며, 더 적게 일하고 더 적게 쓰는 것을 통해 급진적 생태주의와 사회주의를 결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장 동지의 주장은 굉장히 위험한 사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민주노조운동을 보는 장 동지의 입장과 관련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민주노총은 제1노총이고, 한국노총은 제2노총, 그리고 민주노총 탈퇴파들은 제3노총을 건설하려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탈당파들의 우경화는 일단 우리의 논의에서 제외합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민주노총은 더 우경화되는 상황입니다. 실용주의가 대두되면서, 민주당과의 전략적 연대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메이데이 집회에서 손학규를 제1 연사로 내세우는 것이나 야당과 공조하여 입법운동을 하고 있는 작태에서 우리는 그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민주노총이 계속하여 민주당과 전략적 연대로 가게 되면, 민주노총은 미국노총처럼 될 것이며, 민중운동 진영이 아니라 민주당과 투표권-입법권을 협상하는 압력단체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만약 사태가 이렇게 되면 그것은 민중운동에게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민주노총의 실용주의의 배경에는, 노동운동 활동가들의 한계와 함께, 강력한 진보정당의 부재도 한 몫하고 있음을 주지해야 합니다. 진보정당들이 의회 내외에서 무력해질수록 민주노총은 현실적인 이익을 챙겨줄 수 있는 민주당에 의존하게 될 것이고, 더불어 민주당의 자유주의 정책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노총의 독립성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지요.

민주노조 운동의 진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파를 초월한 노동운동의 단결과 운동성의 회복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통합진보정당이 강한 힘을 실어주어야 합니다. 노동운동 내부의 역할도 크지만 그 정치적 대변자이자 구성원인 진보정당이 급진주의적 관점에서 민주노조운동과 연대할 때만 민주노조운동의 퇴행을 그나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진보정당들이 분열되고, 소수파 전략으로 자신의 정체성에만 집착한다면, 그것은 민중운동의 큰 흐름을 놓치게 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3. 비정규직 진보정당?

물론 장석준 동지의 전략은 민주노총 포기하고 비정규직을 조직하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사실 진보신당의 좌파들 중 상당수는 진보신당이 진짜 약자들인 비정규직과 청년세대의 실업노동자를 조직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헌신적으로 비정규직 연대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운동에 열심히 참여하는 동지들을 언제나 존경의 마음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비정규직 지원운동은 결코 제4노총을 건설하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과거 이탈리아 자율주의자들이 실업자를 조직하려는 운동을 펼치기도 했지요. 노동조합이 부르주아체제의 재생산에 참여하는 제도권 내 조직이라면, 실업자, 청년, 룸펜, 홈리스 등 이른바 사회적 노동자들이 주도하는 노직이야말로 진정한 반체제적 노조라는 이유에서 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자율주의자들의 환상은 실패로 돌아갑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조직도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세력 형성도 힘들기 때문입니다. 비정규직은 스스로 조직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한계를 지닙니다. 그러므로 비정규직을 강력하게 조직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노총을 강화해야 합니다.

민주노총의 현재 모습이 실망스럽다고 민주노총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 극복은 물론이거니와 노동운동 전체의 포기와도 같은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좌파들이 그와 같은 극좌적인 노선으로 가는 것은 자멸의 길임을 우리는 인지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노총의 한계를 비판하는 것과 그들과 결별을 주장하는 것은 구별되어야 합니다. 진보정당은 민주노총이 실용주의에 경도될수록 그들과 함께하며, 그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노동조합 활동가들과 신뢰를 구축하고 도와주며 함께함으로써 그들이 진정한 노동운동 세력으로 설 수 있도록 해야지 그들과 결별함으로써 노동운동을 바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장 동지의 주장처럼, 진보신당이 민주노총과 결별하고, 스스로 조직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하게 된다면 더 급진적일까요? 일단 비정규직 스스로의 조직화가 안 되는 상황에서 진보신당이 이들을 대변한다면, 그것은 노동운동을 주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어야 할 타자로 보는 것과 동일한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입니다.

현재 진보신당의 연대운동은 바로 이런 점에서는 한계를 지니는 것입니다. 비정규직의 고충을 들어주고, 사안별로 그들의 싸움을 지지하거나 도와주는 것은 약자에 대한 동정심이지 약자 스스로의 주체화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노동운동의 조직적 토대 없이 급진주의만 주장한다는 것은 두 가지 방향으로 귀결된다는 것입니다. 하나는 급진적인 진보정당이 아무런 영향력 없게 될 때의 상황인데, 그것은 현재의 사회당처럼 폐쇄적인 써클로 전락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성공하면, 독일 녹색당처럼 정처 없는 정치적 여피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초기 녹색당이 사민당보다 훨씬 급진적이었다가 정치적으로 성공하면서 ‘정치적 일자리 챙기는 중도파’ 정당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지요.

4. 생존전략?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진보신당은 30석이 채 안 되는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부산에서도 3석의 구의원을 당선시켰지요. 다들 의정활동을 잘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은 몰라도, 부산지역에서 당선된 구의원들은 모두 야권연대의 틀 속에서 성공한 것입니다.

장 동지가 주장하는 좌파-통합파들이든, 부산의 독자파들이든, 다들 생각하는 것은 이렇게 열심히 의정활동하고 정치활동 해서 지역구에서 의원들을 당선시키면 당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진보신당의 대표들이 당선되어 의정활동을 잘하는 것을 보면, 그 자체로 신나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도 전제가 있습니다. 일단 진보신당이 독자적인 협상 파트너로 인정되어야 야권단일후보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진보신당이 스스로의 고립주의를 선택하여, 원내의석이 없거나 지역사회 내에서 영향력 부족으로 선거연대의 파트너가 되지 못할 경우, 야권단일후보도 될 수 없고, 지방의회에서 당선되지도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되면 정말 사회당 꼴 납니다.

장동지께서는 그래도 급진주의의 조직적 틀은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저도 그 점은 인정합니다. 노동전선이나 사회주의노동자당 건설을 준비하는 분들이 그런 분들이지요. 그러나 이들이 (정치적으로)어떤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더 나아가 이렇게 고립되면, 선거활동 열심히 해서 진보신당을 독자적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독자파들은 결국 당을 떠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념적 정체성이 뚜렷한 분들은 남겠지만, 막연히 진보가 좋아서, 민노당이 싫어서 독자파를 주장했던 분들은, 떠나겠지요.

   
  ▲필자.

저는 통합진보정당이 이렇게 열심히 하는 진보신당 의원들이 더 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믿습니다. 당이 통합되면, 대부분의 진보신당 활동가들은 다수파인 자주파에 밀려 고립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통합진보신당 내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분들은, 자주파들도 존경한다는 것입니다. 그들도 공존을 원하지 소수파를 배제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런 틀을 만드는 것이 지금 현재 통합 협상의 주요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 주어소 고맙습니다. 장 동지께서, 제 글의 문맥을 꼼꼼히 읽어보시면, 제 주장이, 정종권 동지와 거의 같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분을 알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쓴 이유는 정종권 동지의 글에서, 전제되어 있지만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부분들을 좀 더 부각시켜보고자 했던 것입니다.

저는 노동운동의 성장과 진보진영의 독자성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장 동지와 같은 입장입니다. 다만 현재 진보신당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가에서 몇 가지 토론점을 제안해 보았습니다. 또 뵐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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