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입견 갇힌 MB외교, 비핵화 걸림돌
    북한도 민생복지…6자 회담 열어놔
        2011년 05월 18일 03: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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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비핵화는 가능한 것일까? 케케묵은 의문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절박한 질문이기도 하다. ‘케케묵은’ 이유는 길게는 20년, 짧게는 8년 동안 던진 질문이어서 이제는 피로감을 느끼는 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박한’ 이유는 한반도 비핵화 없이는 한반도, 특히 북녘 주민들의 안녕과 평화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선입견에 사로잡힌 북핵 외교 

    그런데 한-미-일 정부 인사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핵무장을 체제 유지의 유일한 수단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언제부턴가 북핵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하면,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로 취급당하는 경향마저 생겼다. 

    그래서일까? 2003년 8월 시작된 6자회담은 2008년 12월 결렬 이후 2년 반이 지나도록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다. 남북대화도, 북미대화도, 북일대화도 단절된 지 오래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단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외교를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외교를 통해 확인하고 달성해야 할 목표를 선입견에 사로잡혀 방기할 때, ‘자기 충족적 예언’은 현실이 되고 만다. 북핵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6자회담이 시작된 지 8년 가까이 흘렀지만,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는 ‘통 큰 담판’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통 큰 담판이란 북한의 핵포기와 미국의 대북 핵위협 해소, 북미·북일 관계정상화,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 등을 주고받는 외교적 시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내용은 대체로 9.19 공동성명에 담겨 있지만, 이 성명의 위반 여부를 둘러싼 관련국들의 날카로운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6자 회담 모습. 

    주목해야 할 북한 외무상의 발언 

    이러한 와중에 북한이 주목할 만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박의춘 외무상이 5월 17일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동시행동 원칙에 입각해 조선반도 전체를 비핵화한다는 공동성명 정신을 존중한다”며, “6자회담 재개에 대해서도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것이다. 그는 특히 “조선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수령의 유지였으며 북조선이 나아가야 할 불변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와 <한국일보>가 이 통신을 인용 보도한 것에 따르면, 박 외상은 북한의 ‘2012년 강성대국론’의 “핵심 목표는 경제건설과 인민의 복지증진”이라면서 “우리는 보다 나은 인민의 삶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올해 경공업과 농업 발전을 위해 가능한 모든 자원을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삼스러운 내용도 없고 북한 특유의 프로파간다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박 외상의 발언은 분명 주목할 가치가 있다. 우선 북한의 외교 수장이 “조선반도 비핵화”가 고 김일성의 유훈이라며 이러한 목표를 추구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이를 위해 조건없는 6자회담 재개와 9.19 공동성명의 공정한 이행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6자회담 프로세스 재개시 ‘통 큰 담판’을 시도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북한 스스로 2012년 강성대국의 목표가 ‘경제 살리기’ 및 ‘민생복지’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북한이 올해 들어 한-미-일에게 적극적인 대화 제의를 하면서 “경제발전에 필요한 평화적인 대외 환경 조성”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물론 이러한 해석이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갖고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북한 안팎의 환경을 고려할 때, 핵포기는 대단히 어려운 결단이고 북한 스스로도 혼선된 메시지를 계속 보내왔기 때문이다. 다만 필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의 덫에 걸린 외교를 해방시켜, 통 큰 담판을 시도할 여지는 아직 충분히 있다는 점이다. 

    ‘실패한 외교’,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비핵화를 대북정책의 핵심 목표로 삼아온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선 핵폐기론’이라는 비현실적인 목표에 한국 외교를 가둬두고 있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낮다면서 대북강경책을 합리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안보도 보장해주고 경제살리기도 도와주겠다는 ‘그림의 떡’을 보여주면서 핵포기를 종용하는 태도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이 북핵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부시 행정부 6년(7년차부터는 대북정책을 전환했고 이에 따라 2년 동안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도 함)과 MB 정부 3년 동안 충분히 입증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 정부가 여전히 ‘실패한 외교’에 집착하고 있는 모습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라는, 그리고 이것과 병행해서 실현되어야 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요원하게 만드는 중대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북한의 책임도 크다. 2차례의 핵실험과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시설 공개, 그리고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노리는 듯 한 발언 등은 북한의 핵포기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케 만드는 핵심적인 요인들이다. 그러나 북한은 6자회담을 하자고 한다. 9.19 공동성명을 존중하겠다는 의사도 피력하고 있다. 6자회담을 거부하면서 9.19 공동성명이 파기되었다고 했던 과거에 비해 한층 유연해진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호소하게 된다. 정녕 한반도 비핵화가 대한민국의 사활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라면, MB 정부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비핵화를 대북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내세웠다면, 이젠 북한이 내민 손을 잡아야 한다. 

    박의춘 외상은 “9.19 공동성명의 당사자는 동시 행동원칙 아래 핵전쟁 위협 포기, 핵무기 폐기, 관계 정상화, 평화를 담보하기 위한 메커니즘 조성, 경제협력 이행 등을 점진적으로 이행할 의무를 지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이러한 의제들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담판을 해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이 이러한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협상해볼 의사가 있다면, 비핵화로 들어가는 좁디좁은 문은 조금씩 열릴 수 있다. 반면 북한의 제안을 또 다시 일축한다면, 비핵화의 문은 영원히 닫혀버릴 수도 있다. 북한의 ‘통 큰 결단’ 못지 않게 한미동맹의 전략적 결단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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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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