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위기’가 아니라 ‘세계대공황’
        2011년 05월 17일 05: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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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에 시작된 이번의 세계대공황은 20~21세기에 나타난 세 번째 대공황이며, 현실적으로는 기존의 자본축적 방식과 국내의 계급 관계 및 세계 질서를 재편하지 않고서는 극복할 수 없는 구조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정부와 기업에 저항하기보다는 주식에 투자하여 어떻게든 이 공황을 지나가려고 마음먹고 있고, 청년들은 자꾸 줄어드는 일자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스펙 쌓기에 열중하느라 마음의 평안을 얻지 못하며, 정치인과 지식인들은 일반 시민들의 성향이 여전히 우파적이라고 속단하여 정부나 여당과 거의 대동소이한 정책과 사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다수 주민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지만 폭발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지금의 공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따라서 이 비참한 공황 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올바른 길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책머리에’ 중에서)

       
      ▲책 표지. 

    국내의 대표적 마르크스 경제학자인 김수행 교수는 새책 『세계대공황』(김수행 지음, 돌베게, 12000원)에서 오늘날의 경제 상황을 제3차 세계대공황이라고 주장한다.

    세계대공황의 역사와 최근 금융 경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토대로 대공황의 근거를 분석하면서, 자본주의를 타도하지 않는 한 공황은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서야 극복되면서 혼합경제 체제를 낳았던 첫 번째 세계대공황과, 석유파동으로 촉발되어 신자유주의의 등장을 야기한 두 번째 세계대공황의 역사를 돌이켜보며, 2008년부터 시작된 이번 제3차 세계대공황이 발생하게 된 과정을 분석하고, 더 이상은 이 부조리를 반복하지 않을 새로운 사회로 나갈 길을 찾고 있다.

    3차 대공황의 키워드는 ‘금융’

    3차 세계대공황을 이전 두 차례의 대공황과 구별짓게 하는 것은 ‘금융’이라는 키워드이다. 즉 이번의 세계대공황은 실물경제에 의한 공황이 아닌, 금융기업에 의한 사상누각의 현대 경제체제가 빚어낸 공황이다.

    저자는 “새로운 경제”라는 찬사를 받으며 거듭되어 온 현대 자본주의의 ‘성장’이란 이렇게 거품 속의 자산 상승 효과와 저소득층에 대한 수탈적인 금융 대출에 의해 지탱되어 온 것임을 신랄하게 지적한다.

    금융시장 붕괴의 시작을 알린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은, 금융피라미드의 밑바닥을 받치고 있던 저소득층 비우량 대출자들이 대출 원금을 상환할 수 없게 되자 커질 대로 커진 거품이 단숨에 꺼지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와 함께 세계금융공황이 본격화되었다.

    “시장은 내버려두어야 한다”, “시장에 문제가 생겼다면 무언가가 개입했기 때문이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주류 경제학자의 눈으로는 공황의 발생을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다. 저자는 마르크스의 공황 이론을 토대로, 공황이란 처음부터 자본주의 경제가 피할 수 없는 일임을 증명한다.

    2011년 5월, 지금 한국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부산저축은행 사건으로 촉발된 제2금융권의 붕괴와 그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부실과 특혜, 서민의 돈을 자신의 돈인 양 제 마음대로 휘둘러온 금융귀족과 이를 감독해야 할 정부기관이 한통속이 되어 돌아가는 요지경을 매일 저녁 뉴스로 접하고 있다. 그리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음도 목도하고 있다.

    쉽게 쓴 공황이론

    이 책에서 저자가 다루고 있는 미국발 세계대공황의 현실이, 국내적 차원에서나 세계적 차원에서나 우리 앞에 닥쳐 있는 현실 그 자체임을 각성하게 하는 오늘이다.

    석학인문강좌 시리즈의 14번째인 이 책은 한국의 대표적인 마르크스 경제학자 김수행 교수가 지금껏 연구해 온 결과의 총체를 대중에게 읽히기 쉽도록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주류 경제학이 제대로 다루지 않는 자본주의 경제의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해 온 저자가, 이 책에서는 그 근본 원리부터 꼼꼼히 짚으며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일반 공황 이론과 현재의 한층 심화된 금융공황 발생 과정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7장의 ‘새로운 사회’는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에 대한 그의 희망과 전망을 제시하는 자리이다. 저자는 독자로 하여금 이대로는 계속할 수 없다는 공감을 끌어내며 자신이 제시한 새로운 사회상에 각자의 꿈을 덧붙여 실현시켜 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 * *

    저자 : 김수행

    6월 항쟁의 물결 속에서 이례적으로 채용되어 끝까지 34명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중 유일한 마르크스 경제학자 교수였던 그가 퇴임할 당시 서울대학교는 후임을 선발하기 위한 첫 채용 공고에 ‘정치경제학 전공’이라는 문구를 제외함으로써 항의와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실제로 후임을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채용하지 않음으로써 “33대 1이 34대 0이 되게 되었다”는 탄식을 자아낸 바 있다.

    1942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나 해방과 더불어 귀국한 뒤 대구에서 자랐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런던대학교에서 「마르크스의 공황 이론」(Theories of Economic Crisis: A Critical Appraisal of Some Japanese and European Reformulations)으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신대학교 무역학과 부교수와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했으며, 퇴임 후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로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꼽히는 그는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1989∼1990년 한국어로 최초 완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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