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벌 핏줄이 최고다?
        2011년 05월 17일 10: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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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률 40%를 돌파한 <웃어라 동해야>가 예상했던 대로 동해가 웃으면서 끝났다. 동해뿐만 아니라 주요 등장인물들이 거의 다 웃으면서 끝났다. 모두가 화해하면서 좋은 게 좋은 식으로 끝난 것이다.

    막장드라마로 유명했던 <수상한 삼형제>도 그랬다.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가고, 가족들이 화해하면서 끝났다. 당시에 극 중반부까지는 수많은 비난이 쏟아졌었지만, 결말 즈음이 되자 알고 보니 착한 드라마였다며 언론과 네티즌의 찬사가 쏟아졌었다.

    이번 <웃어라 동해야>도 딱 그런 형국이다. 중반부까지는 진부한 구도, 극단적인 설정으로 비난을 자초하다가 마지막에 모두가 화해하면서 착한 일일드라마로서 면피를 하고 끝낸 것이다. 마지막 착한 결말로 내용상의 모든 문제가 정당화된다고 여기는 것일까?

    하지만 <웃어라 동해야>는 착한 결말을 보며 웃고 끝내기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가 있었다. 이것이 일반 서민, 특히 주부들에게 사랑받은 국민드라마였기 때문에 그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재벌 핏줄이 최고다?

    극중에서 동해는 호텔 회장의 핏줄을 이어받은, 말하자면 재벌 3세 캐릭터였다. 동해는 못하는 것이 없었다. 요리는 전문 요리장보다 잘 하고, 경영도 전문 경영진 뺨 치고, 팀원들의 사기를 올려주고, 마음씨까지 착했다. 말로만 듣던 완벽남.

    예컨대, 대형 호텔의 모든 전문가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찾지 못했던 김치사업부의 문제를 동해는 부임하자마자 한 방에 해결해버렸다. 또, 호텔 경영진이 만든 사업계획서의 맹점을 한 번만 보고 파악해냈다. 회사 위기를 맞아 비상근무를 할 때 모두가 파김치가 되어 쉬고 있는데 동해만은 잠깐 쉬는 시간을 이용해 보육원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 그야말로 슈퍼 왕자님이었다.

    반면에 동해를 시기질투하는 전문경영인 모자는 일반인이었다. 재벌의 핏줄을 이어받지 못한 동해의 배다른 동생은 비뚫어진 심성에 욕심만 가득했지만,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평생을 경영수업을 받은 사람이었는데 경영을 한 번도 안 해본 재벌 핏줄보다 무능력했다.

    그런 주제에 욕심만 많아서 감히 기업 경영권을 넘봤다. <웃어라 동해야>에서 경영권을 넘보는 동해의 배다른 동생과 그 엄마, 그리고 동생의 부인과 그 엄마는 모두 파렴치한 사람들로 묘사됐다. 그들의 경영권 욕심은 도둑질과 같았다.

    반면에 기업 오너의 핏줄을 이어받은 동해가 경영권을 넘겨받는 것은 당연한 순리요 정의로 그려졌다. 동해는 경영을 배운 적도 해본 적도 없는데 단지 핏줄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이 정당화됐다.

    동해가 갑자기 중책을 맡을 때, 극중 악인들은 이렇게 항의했다.

    나쁜 놈 : "동해 본부장은 호텔경영에 참여할 아무런 준비도 검증도 받지 못했습니다. 너무 혈연에 연연한 인사처리 아니십니까?"

    나쁜 놈 엄마 : "이렇게 사사로이 회장님의 외손자란 이유만으로 낙하산 인사를 감행하시다니요. 이건 부당합니다. 이런 사례가 직원들의 사기를 얼마나 떨어뜨리는지 생각 안해보셨습니까?"

    이런 정당한 문제제기들을 악당이 말하게 함으로써, 모두 찌질한 질투심의 소산인 것으로 느껴지게 만들었다. 드라마가 이런 식의 묘사를 하면 재벌 2,3세들의 특권적 지위가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 서민이 사랑하는 국민드라마가 서민을 배신했던 것이다.

    여자는 다 옹졸한가?

    <웃어라 동해야>는 주로 주부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주부들마저도 배신했다. 이 작품 속의 여성 묘사는 대단히 이상했다.

    먼저, 김치공장에서 부인은 언제나 사소한 일에 신경질을 내고, 사람을 차별하며, 부자에게 굽실거리는 성격이었다. 반면에 그 남편은 부인이 신경질을 낼 때 유머로 분위기를 풀어주며, 모든 사람을 똑같이 존중해주고, 염치를 아는 사람이었다.

    호텔에서도 그랬다. 회장 사모님은 오로지 자기 자식밖에 모르고, 수십 년간 함께 해온 경영사장 모자에게 냉정하게 대하고, 경영권과 재산세습에 전투적이었다. 반면에 회장은 그런 자기 부인을 항상 다독이고, 좀 더 많은 사람을 배려하고, 사회적 책임을 의식하는 사람으로 그려졌다.

    여자인 호텔 경영사장도 사악하고 이기적이고 음흉한 성격으로 나왔다.(마지막 결말에 개과천선하긴 했지만) 반면에 그 남편인 동해의 친부는 정의와 인간의 도리를 모두 챙기는 대인배였다.

    정리하면 극중에 모두 세 집안이 나오는데 모든 집안에서 남편/가부장은 합리적이고, 대범하고, 인간적인 도리와 염치를 아는 성격으로 묘사된 반면, 부인들인 호텔 사모님, 호텔 경영사장, 김치공장 사모님은 모두 옹졸하고, 작은 이익으로 남과 다투고, 편협한 사람으로 그려졌단 얘기다.

    주부들이 그렇게 사랑해준 드라마인데, 그런 주부들에 대한 응답이 이런 식의 차별적인 성 묘사였단 말인가? <웃어라 동해야>가 이런 식으로 서민과 여성시청자를 배신했기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선 웃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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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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