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고 싫음이 아니라, 필요의 문제다"
    2011년 05월 16일 06: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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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침묵

진보신당 새로운 진보정당 추진위원회(새진추)가 만들어지고 회의를 하면서 제기된 최초의 논점은 ‘정종권’에 대한 것이었다. 즉 연석회의 집행책임자회의에 진보신당 책임자로 누가 나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정종권은 부적합하다는 것이었다.

핵심은 진보통합에 대한 너무 강한 확신을 가진 사람이고, 당원총투표 등에 대한 논란을 지핀 사람이기에 부적절하다는 것이었다. 조금의 갈등과 논란 끝에 정종권이 연석회의 집행책임자 회의에 진보신당 책임자로 나가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지만, 노회찬 추진위원장은 정종권에게 요구를 하였다. 새진추 추진위원으로 있는 기간 동안에는 ‘당원총투표’에 대해 개인 소신은 있겠지만 대외적인 발언은 삼가달라는 것이었고, 정종권은 이에 대해 동의했다.

그래서 페이스북 등의 공간에서 간헐적으로 개인 의견을 제시했지만 대체로 대외 발언은 삼가는 편이었고, 토론회 등에서도 새진추의 논의와 당대회의 결정에 근거한 발언 수준을 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레디앙> 등에서 노선 논쟁을 제기하는 글들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참전’하지 않는 것도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2. 소회

개인적으로 2008년 2월 3일 민주노동당 임시당대회의 상황과 지금이 너무나 유사하다는 생각에 일종의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개인 페이스북에 아래의 내용으로 약간의 소회 글을 남겼다.

"마르크스가 그랬다. 역사에서 주요 사건은 두 번 반복될 때, 한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소극)으로 나타난다고. 요즘 난 2008년 2월 3일 그 당시의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 다시 희극으로(희극이라는 의미는 비극으로 나타났던 첫 번째의 비장함과 평가적 의미는 사라진 뒷북이란 점에서) 반복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당시 민노당 주류의 맹목과 강한 정파주의, 소위 선도탈당파의 맹동과 강한 분리주의, 그 사이에 끼였던 비대위 그룹의 동요와 무력함…

내 처지가 그때의 비대위 집행위원장이었던 모습이 다시 오버랩된다. 지금 민노당의 오만한 모습과 진보신당의 양 편향, 소위 독자파와 복지파의 모습에서 그 때 그 시절이 연상된다. 내가 좋아하고 존중하는 장석준의 <레디앙> 글에서 나는 궤변과 아집을 본다. 논리는 현실과의 긴장을 생명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 그건 관념덩어리일 뿐이다. 이런 희극 같은 반복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게 전부일 듯하다."

장석준이라는 특정인을 거명한 것은 그에 대한 내 애정의 크기와 비례하기 때문일 것이다.

3. 논점

논점을 정리해보자. 나는 사적 대화의 장에서 이런 말을 하곤 한다. 현 상황이 그대로 이어진다면 "민주노동당은 정치적으로 소멸하고, 진보신당은 물리적으로 소멸할 것"이라고. 물론 이것은 사적인 대화이기에 좀 극단적이고 과한 표현일 수 있다.

그러나 핵심은 현재 민노당이 보이는 야권연대에서의 ‘정치적 실용주의’는 실리는 있을지언정 진보정당의 가치와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훼손하면서 민주당의 2중대로 제도화 정치화될 가능성이 높은 길이고, 진보신당은 내년 총선 대선 등에서 정치적 유의미성을(그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나는 그것은 원내진입 혹은 정당지지율 3%라고 본다) 획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는 점에 핵심이 있다. 물론 이것이 진보통합의 조건과 배경은 아니다. 그 하나일 뿐이다.

지금의 상황과 전략적 결론은 진보신당의 내부적 조건으로 바라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한국의 정치지형과 정세 상황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에서 논의를 출발해야 하고, 노동운동 등 대중운동의 상황에 대한 진보신당의 평가와 진단에 근거하여 전략적 대안과 실천방안을 내와야 한다.

첫째. 노동운동 등 대중운동의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이고(여기에는 비정규직 문제 등의 사회적 정치적 이슈화와 조직화 등도 크게 진척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점도 포함) 이것은 이 대중운동에 자신의 젖줄과 수원를 대고 있는 진보정당에게도 큰 문제라는 점, 그래서 대중운동 침체의 원인이 진보정당의 분열과 분화인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보진영의 통합정당, 진보단일정당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본다는 것이다.

둘째. 진보정당의 양대 축인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한쪽은 정치적 우경화의 행보를 보이고, 한쪽은 정치적 고립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범민주당 세력과 신종 민주대연합론이 오히려 대중적으로 확장하면서 진보정치의 지지 기반을 붕괴시키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진보정치의 단결과 조직적 강화를 통해 자기 기반을 다시 튼튼하게 만들면서 야권연대 등에 대해 전술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자기 기반이 튼튼할 때 연대연합에 유연해지는 것이며, 자기 기반이 부실하고 좁을 때에는 연대연합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셋째. 범민주당세력과의 선거연합이나 연립정부 등에 대해서 나는 비판적이다. 특히 연립정부와 같은 권력 참여에 대해서는 더욱 비판적이다. 왜냐면 그것이 진보정치의 성장과 발전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훼손하거나 제도적으로 범민주당 세력으로 편입되는 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진보정당 내에서의 노선투쟁과 논쟁으로 풀어가야 하는 문제이다.

진보신당 내에서도 그런 경향은 창당할 때부터 있었고, 지금도 그런 경향은 존재한다. 그러나 진보신당은 이러한 세력을 특정하여 당을 함께 할 세력이 아니라고 하거나 출당시키지 않았다. 당론을 형성하는 과정에서의 노선투쟁과 논쟁의 문제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진보신당의 전략적 판단은 진보신당 스스로가 진보 단일(통합)정당의 조직가로서 역할을 해야 하고, 이 전략을 주동적으로 끌고 가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어떤 외부적 환경과 상황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 행위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전략적 판단의 출발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파생되는 논점과 문제는 다른 범주의 문제이다.

4. 이어지는 것

그래서 또 다른 논점이 생기는 것이다. 새로운 진보정당을 함께 만들어가는 세력과 주체가 누구인가 라는 점이다.

첫째 우리는 새로운 ‘진보’ 정당을 만들자는 것이지, 새로운 정당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즉 연합정치, 선거연합, 후보연합 등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대응하고 그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하지만 ‘연합정당’을 건설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사회주의이든 사민주의이든 그 이름이 어떻게 불리든 진보세력의 단결과 통합을 하자는 것이지 비(非)진보세력과 함께 하는 연합정당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참여당이든 민주당이든 이들을 진보세력으로 보지 않는 한 이들은 선거연합에서는 고려해야 할 세력이지만 새로운 진보정당을 함께 할 세력은 전혀 아니다. 물론 그래서 참여당 등이 진보정당으로 전환하고 그 전환의 의미가 사회적으로 공유된다면 함께 하지 못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둘째 민노당이라는 세력은 3년 전 진보신당의 주체들이 분당 분리한 대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새로운 진보정당이 3년 전으로 복귀하는 과거지향이 아니라 미래지향의 새로운 당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냐는 질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민노당의 주류세력은 3년 전의 그 세력이다. 바뀌었으면 얼마나 바뀌었을까? 나는 별로 바뀌지 않았다고 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추궁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같은 소모적 갈등과 대립이 반복되지 않을 조건이 무엇이고, 새로운 세력을 어떻게 규합하여 결합시킬 것인가의 문제이고, 최소한의 공존이 가능할 정치적 합의 지점과 제도적 방안이 무엇인가를 규명하고 이것을 실현하는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5. 마지막으로

여기서 더 이어지는 것이 한국 진보정치에서 좌파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생존과 발전 전망을 가질 것인가의 문제이다. 그것이 진보 통합정당에서의 좌파블럭의 문제이다. 물론 좌파블럭은 하나일 수 있고, 둘 셋일 수도 있다. 민노당 내의 그룹이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인 이유와 유사하다.

진보 단일정당이 건설된다면, 민노당 그룹, 진보신당 그룹, 사회당 그룹, 시민사회 그룹, 노동운동(출신) 그룹 등등 출신을 매개로 여러 개의 블록이 형성될 것이고, 그 내에서도 민노당 A그룹 B그룹 등, 진보신당에서도 가그룹 나그룹 등 분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 간에 연대도 있을 것이고 대결도 있을 것이다. 진보정당 내에서는 이념 정책 등 노선적 문제와 논쟁은 일상이기 때문이다.

두 가지만 지적하자.

하나. 좌파블럭의 생존과 발전의 보증수표는 어디에도 없다. 그 보증수표와 보물지도를 나에게 누가 요구한다면 그것은 착각이고 공상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나는 내가 진보통합정당의 블록을 조직하는 상황이 된다면 녹색/여성/사회주의 블럭을 만들 것이다.

이런 노선적 전망 하에 활동가들을 규합하고 당원들을 정치적으로 조직할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치적 전망을 가진 세력이 자신의 지지 기반, 그것이 지역이든 계급이든 특정한 계층이든, 지지기반을 확고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필자.

그리고 이러한 노선을 대표하는 대중적 정치인, 정치 지도자를 육성하고 발굴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오롯이 우리의 몫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여기서 언급할 문제는 아닌 듯하다.

둘. 분당과 분리가 절대선이나 절대악이 아닌 전략적 선택과 판단이었듯이, 통합과 단결도 전략적 선택이고 판단이다. 이것은 다른 말로 하면 진보통합정당이 만들어지면 앞으로 영원히 분당이나 조직분리가 없을 것이라고 하는 것은 사기라는 것이다.

진보정당은 이념과 노선이 생명이고 핵심이다. 조직의 외연확장과 연합도 그 기준에서 추진되는 것이다. 즉 다른 말로 하면 진보통합정당이 건설되더라도 진보정치의 원칙과 기준과 정신이 쟁점이 되는 갈등 상황이 재연된다면 그 상황에 대한 전략적 선택과 판단은 또다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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