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진보정당, 연립정부 노선 안돼"
        2011년 05월 16일 04: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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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의 합창은 16일 프레스센터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전직 대표 등이 참석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진보정치 혁신과 2012년 전략’을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는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의 사회로 김창현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위원장, 신언직 진보신당 전 서울시당 위원장,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참석해 진보대통합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김창현 위원장과 신언직 전 위원장은 2008년 분당 당시 이슈화 되었던 이른바 ‘종북주의’와 ‘패권주의’에 관해 서로 “과도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 밖에 양 측은 진보정당 간 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의 중요성을 강조해 별다른 쟁점은 없었지만 연립정부와 관련해서는 의견차를 드러냈다.

       
      ▲진보의 합창 주최 진보정치 포럼 좌담회(사진=정상근 기자) 

    특히 이 자리에서 김창현 위원장은 “민주당에 대한 우리의 관점이 분명히 정리될 필요가 있다”며 “새 진보정당은 연립정부 노선이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민주노동당 내에서 연립정부에 대한 발언이 없었으며, 당내 주류가 연립정부에 적극적이라는 외부 시각이 적지 않은 것에 비춰봐도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김 위원장은 “한-EU FTA를 보면서 민주당은 전술적으로 제휴할 수 있으나, 전략적 동맹관계는 아니라는 강한 문제의식이 들었다”며 “통합하고 새 진보정당을 만드는데 특정 대선전략을 전제로 통합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립정부는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 개념이 분명치 않고, 특히 진보정당이 민주당과 함께 정권을 잡는다는 것은 독자성과 차별성, 정체성이 공중분해 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막고 진보정당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선거연대나 제휴, 후보단일화는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지만, 함께 집권해서 장관의석을 갖는다는 것은 진보정당 앞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선언이 민주당 내부의 진보성을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민주당 안의 진보성을 끌어내는 일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니”라며 “우리의 과제는 진보정당이 독자적인 힘을 길러 독자 집권하거나 그 힘으로 민주당과 제휴하는 힘을 길러나가는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벌써 (연립정부론에 대한)결론을 내릴 때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각에서는 진보대통합이 마치 연립정부의 전 단계처럼 얘기되고 있거나 오해를 부르고 있다”며 “우리는 집권세력으로서의 힘을 키우기 위한 일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갖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신언직 전 위원장은 “2012년 총선과 대선 전략은 크고 강한, 뽑아주고 싶은 새 진보정당을 뿌리내리는 것”이라며 “다만 야권연대를 하게 될 때, 가치와 정책이 전제될 수밖에 없을 것인데 이러한 가치와 정책에 대한 합의가 성사된 이후 그 책임 분배를 어떻게 할지는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대선 전략을 못 박아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신 전 위원장은 “진보정당이 야권연대를 통해 진보적 가치와 정책을 관철시키고 강제하고 책임져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해야 한다”며 “지금 미리 이 문제 선을 그어버리면, 다양한 논의를 사전에 봉쇄하는 부작용도 있다”고 말했다.

    박원석 처장도 “결국 우리 힘의 크기에 달려있다”며 “대선은 총선 지나고 생각해도 괜찮으며, 우리가 가진 역량을 점검해 대선전략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본적으로 소수 진보정치 세력이 권력에 참여하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해서는 안된다”며 “총선을 통해 원내 교섭단체 기반을 갖는다면 판이 깨지는 것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김 위원장과 신 전 위원장은 패권주의와 종북주의에 대해 성찰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패권주의’에 대해 “민주노동당이 분당하고 진보신당 창당을 막을 수 없게 한 이유는 누가 뭐래도 패권주의에 있었다고 성찰해야 한다”며 “정당에서 다양한 견해가 있을 때 리더십을 공유하는 것은 다수파의 절대적 양보가 필요한데 그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권 경쟁이라는 것은 있기 마련인데, 원칙과 기준에 갖고 누구든 경쟁할 수 있는 긴장감이라면 피하지 않지만 그 경쟁이 소수파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기준과 반칙이 횡행하는 형태가 되면 다수파의 독선과 전횡이란 말이 나오는 것”이라며 “본질적으로 리더십을 공유할 수 있는 제도와 함께 마음가짐이 중요한 만큼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종북’ 문제와 관련해서는 “과거에 패권을 부렸던 성찰 과정 때문에 종북주의로 비판과 매도를 당해도 그 아픔을 얘기하지 못했다”며 “사실 많은 (민주노동당)당원들이 ‘왜 아무 근거 없이 북을 추종하는 무리’라는 비판을 받아야 하는지 아픔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 마음이 아팠던 것은 대북 관점 몇 가지를 내세우며 마치 그것이 통합의 걸림돌인 양, 종북주의를 입증하기 위한 듯한 문제 제기를 한다는 것”이라며 “통합을 하려는 벅찬 가슴에 찬물을 끼얹고 과거 상처를 되풀이 하면서 ‘종북주의를 인정하고 항복하면 통합한다’는 행태는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다만 “새 진보정당 과정에서 과거 잘못을 시시콜콜 따질 마음은 없다”며 “통 크게 대북문제 등 통일에 관련해 큰 틀의 합의를 마련해 미래지향적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 전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민주노동당의 큰 패권만이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결정과 리더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분파적 행위도 극복해 나가야 한다”며 “(종북과 관련해)편향적인 일부 일탈 행위도 문제가 있지만 그 전체를 종북주의 규정한 것도 털고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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