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극화 심각성 못느끼는 불감증 정권"
        2011년 05월 16일 07: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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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회의 양극화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를 중심으로 한 고용정책과 취약계층을 겨냥한 복지 정책은 날로 깊어지는 양극화의 진행 속도와 진폭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다.

    지난 3년간 이명박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의 변죽만 건드리고, 일자리 창출을 한다면서 비정규직화를 촉진하는 정책만 제시하면서 고용구조 악화가 양극화로 이어지는 결과를 방치, 조장했다. 복지정책 예산은 제도 성숙으로 인한 자연증가분으로 늘어났을 뿐, 복지 분야에서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해 새롭게 제도적으로 구축한 보호 장치는 없다.

    부자감세와 토목 예산 증액과 대조적으로 고용․복지 정책 분야에선 양극화에 대비한 어떤 심각한 문제인식조차 발견하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를 부자정권, 토건정부라 비판하지만, 덧붙여 ‘양극화 현실 불감증 정권’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양극화 현실에 무지한 정권과 함께 한 3년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전향적 조치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정부가 내놓는 양극화 촉진책이 부실한 정책내용으로 인해 실현되지 않기만을 오히려 기대해야 하는 시기였다. 긍정적인 큰 기대는 이루지 못했지만, 반어적인 작은 기대는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양극화 심화와 동반 진행한 이명박 정부 3년

    이명박 정부 집권 3년 동안 소득분배 지표는 계속 악화되었다. 2009년 전가구의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2003년 0.277에서 월등히 높아진 0.293에 이른다. 양극화 추이를 가장 알기 쉽게 보여주는 지표인 2009년 전국가구의 가처분소득 기준 소득 5분위배율은 5.76배로 06년의 5.39배에서 매우 높아졌다. 국제기준으로 빈곤가구의 비율을 알 수 있는 상대적 빈곤율은 2009년 전국가구의 가처분소득기준으로 15.2%로 이 역시 계속 악화되고 있다. 06년 14.4%, 07년 14.8%에 비해 08년 15.0%, 09년 15.2%로 높아졌다.

    이명박 정부는 국제 기준으로 본 한국의 지니계수 수준은 0.312로 OECD 30개국 평균인 0.311과 별 차이가 없다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속적인 상승 추세이며, 증가율도 매우 빠르다는 점이다. 더구나 빈곤율이 매우 높다. 한국은 14.8%로서 OECD 국가 평균 10.6%보다 월등히 높으며, 하위 5위권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특히, 시장소득과 가처분 소득의 차이로 실질 생활 수준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에 대한 공공지출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로 OECD국가 중 최하위인 멕시코의 7.9%와 거의 같은 에 이어 최하위 수준이며, 다른 국가들과의 격차도 크다.

    이명박 정부 집권 기간인 08년, 09년에만 특히 악화된 것이 아니며, 멀리는 노무현 정부 집권 초인 2003년부터 또는 집권 말인 07년부터 증가 추세라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분명히 노무현 정부는 양극화 대응에 실패했다.

    노무현 정부 집권기인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모든 소득분배지표는 악화되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인 2008년, 2009년에도 양극화 지표는 계속 악화되었다. 전 정권과 비교해서 더 나쁘지 않다고 자위할 것이 아니라, 양극화의 진행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현실의 심각성에 주목해야 할 때였다.

    과연 심각한 양극화 현실에 반작용을 하기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의 고용정책과 복지정책을 보면 양극화 대응의 중요성에 대한 불감증 증세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양극화 수수방관과 무대책

    비정규직 해고 대란설로 비정규법의 기간제한을 완화하려는 시도는 현실 왜곡으로 판명되어 철회되었다. 불법파견을 양성화하고 열악한 처지의 간접고용을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직업안정법 개정은 진행되고 있지만, 대법원의 불법파견 인정이란 정반대의 흐름과 맞서 있는 형국이다.

    알맹이 없는 국가고용계획은 전반적으로 실현성이 없을 것으로 보여 파견확대, 탄력적 시간제 확대라는 독소조항이나 상용형 시간제 확대라는 엉뚱한 처방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잔여적 수준으로 구축되어온 복지제도의 틀을 개선하지도 못했지만 크게 훼손하지도 않았다. 다만 복지서비스의 시장화 정책을 통해 부분적으로 서비스 수혜의 계층화나 공공성의 훼손이 진행되었다.

    시장 효율성의 담지자라는 자부심으로 일자리 정책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것처럼 출범했지만, 98년 IMF 경제위기 때 만들어진 한시적 일자리 만들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날로 악화되는 청년실업 문제와 저임금계층의 구조화 양상에 어떤 진전도 이루지 못한 채 수수방관했을 뿐이다.

    유일하게 변화를 보인 분야가 있다면 공공부문이다. 그런데 진전이 아니라 퇴행이다. 공공부문 선진화 정책이란 이름으로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는 줄이고 열악한 비정규직인 시간제나 파견을 확대하여 공공부문 고용구조를 악화시킨 반면교사의 역할을 했다.

    무능한 방관 이상을 기대하지 않는다

    지난 3년 간 이명박 정부는 양극화 현실과 무관하게 시장 효율성을 추종하고 친기업 정책, 부자감세정책을 전개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무능해서 고용, 복지 분야에서 큰 변화는 가져오지 못했다. 전면적인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도, 복지정책의 근본적인 훼손도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고용구조의 분단과 잔여적 복지제도라는 양극화를 촉진하는 기제가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상태에서 ‘무능한 방관’이 불러오는 결과는 ‘지속적인 양극화의 심화’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3년차에 이르러 노골적인 친기업 정서와 부자감세를 표방하던 정권 출범 초기의 태도에서 변화하여 “공정사회 구현”이라는 새로운 정책기조를 제시했다. 그러나 그 일환으로 내세운 「국가고용계획 2020」에서 양극화 현실을 타개할 전향적인 정책 방향을 찾기는 어렵다.

    “공정과 역동의 조화”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계층을 향한 공정 관련 내용은 계획만 있을 뿐 실현성이 미지수이고, 기업의 이해를 반영하는 역동의 내용은 구체적이고 당장 실현할 수 있는 내용이다.

    IMF 구제금융 시기인 김대중 정부 때 만들어지고 노무현 정부 때도 큰 틀은 변하지 않았던 신자유주의 유연화 정책과 그 보완물로서 생산적 복지정책, 단기 일자리 중심 일자리창출 정책의 수준으로 다시 돌아갈 뿐이다. 지속적으로 소득분배구조가 악화되는 양극화 현상을 전혀 제어하지 못하는 결과는 지난 3년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난 3년간 이명박 정부의 차별화된 기업중심주의 성장주의 정책은 이전부터 지속되던 복지, 노동정책의 틀을 바꾸려고 했지만, 이미지 상의 차별화만을 꾀했을 뿐 구체적인 정책 내용의 틀을 바꾸지는 못했다. 양극화에 무지한 정부가 무능해서 다행이었던 기간이다.

    집권 3년차에 이르러 이명박 정부는 노골적인 친기업, 부자편향의 이미지를 걷어내려고 하지만, 전향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은 없다. 겉으로는 공정, 속으로는 역동을 외치며 고용 양극화를 심화시킬 실질적인 노동유연화 정책의 물꼬를 틔우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차라리 양극화 촉진에 무능했던 지난 3년을 그리워할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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