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순익 78%↑→일자리 0.3%↑
    '고용없는 성장' 구체적 실태 드러나
        2011년 05월 30일 07: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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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인세 인하, 고환율정책, 폐차 보조금 등을 통해 세금 등 온갖 혜택을 받은 재벌들이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기는커녕 비정규직 노동자들만 양산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 기업은 2010년 매출액과 순이익이 전 해보다 크게 늘어났으나 신규 채용을 거의 하지 않았고, 심지어 종업원이 줄어든 기업도 적지 않았다.

    이와 함께 생산공정이 사내하청 노동자만으로 운영되는 이른바 ‘정규직 0명 공장’이 계속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늘고, 순익 급증해도 정규직 일자리는 제자리

    금속노조는 29일 발표한 <2011 금속 일자리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31개 기업의 매출액 대비 종업원수 및 비정규직 노동자수를 분석한 것으로, 이는 기업의 재무 현황과 고용 현황의 증감표를 최초로 분석한 자료이다. 이 보고서는 이와 함께 매출액 또는 순이익 대비 종업원 비율과 증감 현황도 분석했다. 

    금융감독원의 공시 자료와 금속노조 조직 현황, 노동부 사내하도급 현황 및 각종 조사자료를 교차해 분석한 이 보고서는 31개 기업의 매출액, 순이익, 증감현황, 종업원, 생산직, 비정규직, 증감현황 등을 실증적으로 조사, 분석했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는 매출액과 순익의 증감율과 고용 증감율이 조사됐는데,  현대자동차의 경우 2010년 매출액은 36조7694억원으로 전년보다 15.4%증가했고, 순이익은 5조2670억원으로 77.85%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종업원은 정규직 기준 153명 증가(0.27%)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GM의 경우 같은 기간 매출액 증가 32.15%, 순이익 증가 270.35%를 기록했음에도, 정규직 노동자는 오히려 732명 줄어들어 마이너스 4.35%를 기록했다. 기아자동차도 매출액 26.31%, 순이익 55.45% 늘어났지만, 정규직 노동자는 25명 줄어들어 마이너스 0.07%를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은 조선업에서도 나타났는데, 현대중공업의 경우 같은 기간 매출액 5.97% 증가, 순이익 75.22% 증가를 기록했지만, 고용은 760명(-3.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비율 20.11%

    자동차 4사의 생산직 노동자 중 사내하청 비율은 현대차와 한국지엠이 20%를 넘었고, 기아차가 11.37%으로 완성차 중에서 가장 낮았다.

       
      ▲현대자동차 생산라인 모습. 

    한국 최대의 자동차회사인 현대차는 지난 해 7월 22일 대법원과 11월 12일 서울고등법원, 올해 2월 1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잇따라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기 때문에 정규직 노동자라고 판결했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지난 해 11월 15일부터 25일간 공장점거 파업을 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2011년 현재 생산직 노동자 중 20.11%인 7,650명을 여전히 불법으로 채용하고 있었다. 현대차는 2~3차 하청과 청소, 식당 등을 합치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12,587명에 이른다.

    현대자동차와 한국지엠은 생산직 노동자 열 명 중 두 명이 사내하청이고, 기아차는 열 명 중 한 명이 비정규직이었다. 현대차와 한국지엠의 경우 2009년 경제위기를 이유로 사내하청 노동자를 각각 1천여명 이상 공장 밖으로 내보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정규직 비율이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대부품사 현대모비스, 현대위아는 비정규직 공장

    자동차부품사 중 매출액 1~2위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는 매출액 10억원 대비 종업원수는 0.45와 0.48명으로 현대, 기아차 등 완성사의 1/3에 지나지 않았다. 또 규모가 비슷한 자동차부품사인 만도의 1/4, 한라공조의 1/2 수준이며, 케피코, 대원강업, 덕양산업, 세공공업 등 중견 부품사와 비교해도 종업원수가 대단히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의 생산을 담당하는 노동자 중 사내하청의 비중이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12개 공장 중 8개 공장이 사내하청 노동자로 채워진 공장이고, 현대위아의 경우 반월, 포승, 광주공장이 사내하청으로 운영되는 공장이었다. 현대모비스의 전체 생산직 노동자 중 사내하청 노동자가 58.32%이며, 현대위아는 57.49%로, 10명 중 6명이 비정규직이다.

    반면 케피코, 대원강업, 에코플라스틱, 캄코, 유성기업, 한국로버트보쉬, 동원금속 등 7개 사업장이 생산현장에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전혀 고용하지 않으면서도 높은 매출과 순이익을 남기고 있었다. 이는 실제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서 정규직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자료다.

    미친 공장, 조선소

    1~6위 조선소의 매출액 대비 종업원 수는 빅 3라고 불리는 현대중, 삼성중, 대우조선이 매출액 10억원당 1명으로 거의 비슷했으나, 순이익 대비 종업원수는 현대중공업이 6.4명으로 가장 낮았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은 14~15명으로 현대중공업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현대삼호중공업과 STX중공업의 매출액 10억원당 종업원수는 0.5명과 0.69명으로 빅3 조선소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생산직 노동자 10명 중 정규직은 2~3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현대중공업 모습. 

    6대 조선소의 사내하청 비율은 모두 50%를 넘었고, 현대삼호중공업은 71%, STX조선은 무려 81%를 넘었다. 이는 생산직 노동자 10명 중 5~8명이 사내하청이고, 정규직은 2~4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조선소 순위 1~6위를 휩쓸고 있는 조선강국 한국은 정규직이 아닌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조선소 다음으로 비정규직이 많은 사업장이 철강회사였다. 포스코와 현대하이스코는 생산공정에 50%가 훨씬 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사용하고 있으며, 현대제철 역시 30%가 훨씬 넘고,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기계업종도 조선과 철강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생산공정 내 비정규직 비율이 20~30%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조선, 철강, 기계산업의 사용자들은 정규직 중심의 안정된 일자리가 아니라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생산공정에 대거 투입해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모비스 매출액 대비 종업원수 완성차의 30%

    현대차그룹 소속의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고용 현황을 보면 같은 자동차산업임에도 불구하고 매출액 또는 순이익 대비 종업원 현황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매출액 10억원 대비 종업원이 0.45명으로 현대와 기아차의 1/3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현대모비스가 현대차와 기아차보다 생산력이나 기술력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당연히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할 생산공정에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며, 다른 부품사에 비해 그룹사이기 때문에 불공정거래나 특혜가 주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008년 가을 시작된 세계경제위기로 2009년 자동차산업에 위기가 다가왔으나, 이명박 정권은 폐차보조금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세금을 투입했다. 또 법인세를 인하하고, 고환율정책을 펼쳐 수출대기업에 막대한 이익이 돌아가도록 했다.

    이로 인해 2009년에도 높은 매출액과 순이익을 올렸고, 2010년 경제위기에서 벗어나자 매출액과 순이익이 더 큰 비율로 늘어났다.

    굴지의 재벌들의 매출액과 순이익이 최소 15%에서 최대 78%까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일자리는 1~2% 증가하거나 도리어 줄어들었다. 결국 국민들의 세금은 고스란히 재벌들 일가의 곳간 속으로 쌓이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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