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신학에서 벗어나기
        2011년 05월 08일 09: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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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담 스미스 이래로 오늘날 가장 유망한 지식 산업 가운데 하나로 성장한 경제학은 모든 사회과학이 동경하고 꿈꾸는 ‘과학적’ 학문이자, 모든 사회과학 방법론의 토대로 간주되고 있다.

    학계의 사정만은 아니다. 정치인이 정치인이길 멈추고, 경제학자 행세를 해야 하는 한국 사회. 그런데, 그토록 경제만 생각했던 지난 세월, 한국 사회는 어떻게 변했나. 이 책은 이와 같은 관점과 시각에 대한 짧은 기소장이다.

    『아담의 오류』(던컨 폴리 지음, 김덕민 김민수 옮김, 후마니타스, 15000원)라는 이름의 이 기소장에는 위대한 경제학의 대가들의 이름이 줄줄이 들어 있다. 경제학의 조상 아담 스미스를 필두로, 리카도, 맬서스, 마르크스, 한계주의 혁명의 주요 이론가들, 케인스, 하이에크, 베블런, 슘페터 등등.

    대가들의 시시콜콜한 신변잡기는 대략 넘어가지만, 대가들의 핵심 아이디어와 경제학에 대한 독창적 기여는 그 누구 못지않게 솜씨 있게 다루어진다. 그러나 수많은 대가들에 대한 한 권의 ‘기소장’이니만큼 저자는 ‘아담의 오류’라는 하나의 일관된 관점을 대가들의 주요 저술에 나타난 핵심 내용들에 들이대며 따져 묻는다. 

    물론 대가들도 호락호락 당하지만은 않습니다. 대가들인 만큼 자신들의 오류를 날것 그대로 보여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자 던컨 폴리와 경제학의 거장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싸움. 내기에 걸린 것은 바로 ‘아담의 오류’이다.

    그럼, 저자가 말하는 ‘아담의 오류’란 무엇일까.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담 스미스의 직접적인 후계자이자, 주요 지적 산업으로 발전해 온 현대 경제학은 구체적으로는 경제적인 공간과 좀 더 광범위한 사회정치적인 영역 사이의 분할이라는 생각을 깊숙이 내포하고 있다. 경제학 교육은 내가 아담 스미스의 오류라고 부른 세계관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 이는 경제적 법칙과 원칙들의 철학적 기초를 다루는 과정에서도 이따금씩 이루어지지만, 경제학의 모형과 일반적 원리들에 내재된 암묵적 가정들을 다루는 과정에 훨씬 더 만연해 있다. 경제학자들은 흔히 학생들에게 “경제학자처럼 생각하라”라고 가르치면서 자신들의 이런 측면들을 드러내곤 한다. 이런 점에서 내 책은 이런 관점에 대한 짧은 기소장이다."

    요약하자면, 그간의 경제학의 역사는 아담 스미스 이래로, ① 경제와 다른 영역은 분리할 수 있으며, ② 경제적 삶의 공간은 객관적인 법칙에 따라 규정되는, 따라서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가 발생한다. 즉,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자기중심적이며, 적대적이고, 비인격적인 사회적 관계들 속에서 어떻게 선한 사람이 되고, 선한 도덕적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이 점에서 폴리는 근대 경제학의 역사는 사실 경제 신학의 역사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신학이 전지전능한 신이 창조한 세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악’과 나쁜 일들을 설명하려 끊임없이 노력했듯이, (정치)경제학은 자본주의와 같은 창조적이고, 생산적이며, 매혹적인 사회.역사적 과정이 어떻게 해서 다루기 힘들고 추악한 문제들(그리고 이런 문제들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을 양산하는지에 관한 질문과 씨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던컨 폴리는 근대 경제학의 역사는 이와 같은 아담 스미스의 오류를 당대의 역사적 변화 속에서 어떻게 합리화하고 방어하며 뒷받침할 것인지, 나아가 냉혹한 자본주의의 논리와 도덕적으로 바람직한 사회를 어떻게 화해시킬 수 있을 것인지를 둘러싼 거장들 사이의 대결로 파악한다. 

                                                      * * *

    저자 : 던컨 폴리 (Duncan K. Foley) 

    1966년 예일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프린스턴대학교, 컬럼비아대학원 및 버나드 칼리지 등에서 강의했다. 현재는 뉴스쿨대학교 및 산타페연구소에 재직 중이다.

    역자 : 김덕민

    고려대학교 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경기변동 및 경제성장과 관련된 마르크스의 논의를 비선형 동역학 체계로 구성하는 수리경제학적 방식에 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으며, 프랑스 경제학자 제라르 뒤메닐의 작업을 국내에 소개하려고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역자 : 김민수

    고려대학교 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서양 근현대 정치사상을 전공했으며, 신자유주의의 위기와 위기 이후의 대안적 정치를 모색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석사 학위 논문으로 “벤하비브의 시민권 정치에 대한 연구”(고려대학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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