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태교를 의심한 유태인 철학자
        2011년 05월 08일 09: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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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누가 뭐래도 철학의 시작은 의심에서 비롯한다. 진리를 구하는 철학은 지금, 진리라고 알려진 그것에 대해 되물어 보고 다르게 보면서 진리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 그런 점에서 철학자는 현재의 진리 혹은 철학을 도발한다.

    중세적 신을 거부하고 신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한 스피노자 역시 철학을 도발했다. 더구나 그는 유대인으로 태어났음에도 창조주로서의 신을 부정했고 결국 유대교로부터 파문당했다.

    『스피노자 – 철학을 도발한 철학자』(스티븐 내들러 지음, 김호경 옮김, 텍스트, 25000원)는 스피노자가 어떻게 해서 유대교를 의심하고 자신의 철학을 펼쳐 나갔는지를 보여 준다. 사실 그러한 내용은 그동안 나온 숱한 스피노자 전기들과 논문들에서 이미 다뤄졌다.

    하지만 그 배경을 속속들이 살피며 정확한 맥락을 짚어낸 저술들은 그리 많지 않다. 어쩌면 여전히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스피노자를 단순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스피노자의 또 다른 이름은 “형이상학자이며 도덕적인 철학자, 정치적이며 종교적인 사상가, 성서 주석가, 사회 비평가, 렌즈 깎는 사람, 실패한 무역상, 네덜란드의 지성인, 유대교의 이단자” 등으로 다양하다.

    이토록 다양한 이름을 지닌 스피노자와 그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7세기 네덜란드와 유럽의 지적, 문화적, 종교적, 정치적, 역사적 환경을 함께 살펴야 한다.

    저자는 그 점을 착안하여 스피노자의 삶과 철학과 관련된 방대한 기록들을 참고해 스피노자를 다시 기록했다. 그는 스피노자의 유대 민족 배경, 스피노자 철학의 사회적, 정치적 배경을 세세하게 추적했다. 또한 스피노자가 어떻게 암스테르담의 포르투갈계 유대 공동체를 뛰쳐나와 네덜란드 사회의 문화를 호흡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당시의 급진주의 사상가들 중 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좇았다.

    아울러 『정치론』, 『신학-정치론』, 『에티카』 등 스피노자의 저술들이 어떻게 쓰이고 출간되었는지 살폈다. 흔히 스피노자가 경제적인 이유로 렌즈 깎는 일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스티븐 내들러는 스피노자가 렌즈를 깎은 이유는 재정상의 필요 때문이라기보다 과학적 관심에서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세세하고도 거대한 스피노자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새롭고도 가장 완전한 스피노자 전기인 셈이다. 그러나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스피노자의 철학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서가 아니다. 이 책은 스피노자의 생애와 사상을 알기 쉽고도 깊이 있게 전하며 스피노자를 또 한 번 우리 앞에 오롯이 서게 한다.

                                                      * * *

    저자 : 스티븐 내들러

    컬럼비아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데카르트,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등 17세기 철학자와 그들의 철학을 연구해 오고 있다. 현재 매디슨에 있는 위스콘신 대학의 철학과 교수이자 유대학 연구소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자 : 김호경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신학과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서울장신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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