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사태 재발하면 파기로 간주"
    2011년 05월 06일 02: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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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가 야권연대의 뇌관을 건드렸다. 민주당은 지난 4.27재보궐선거에서 한-EU FTA를 놓고 진보정당과 합의해 놓고도 버젓이 한나라당과 비준안 처리를 약속했고, 진보정당은 또 다시 이 과정에서도 배제됐다. 진보정당으로서는 향후 야권연대 정책합의를 이루어낸다 하더라도 이번 경험이 강력한 트라우마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통합론 제동 걸릴 것

일각에서 언급되고 있는 야권통합 정당도 한-EU FTA로 인해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총대선 선거연대 방침에서도 야권연대는 난항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번 한-EU FTA가 한-미 FTA의 전초전 성격을 띄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내부 FTA찬성론이 만만치 않음이 확인되었다. 당시 민주당의 의총에서는 “진보정당에 끌려갈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6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사진=민주당) 

민주당은 일단 진보진영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6일 “정말 잘못했고 반성한다.”며 “철저하게 대비하지 못했고 막아내지도 못했다.”고 공개사과까지 했다. 이어 “원내대표간 합의는 있었지만 이 합의는 당론에 배치된 것”이라며 “민주당은 도망친 것이 아니라 몸싸움보다는 침묵이 가장 강한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6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정동영 최고위원도 “야권연합의 핵심이 가치와 비전을 중심으로 한 정책연합임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며 “이번 과정에서 상처 입은 야권연대의 정신을 복원하기 위해 바로 전면적인 정책연합 내용을 만들기 위한 정책연합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4일 의총을 통해 여야정 합의안을 부결시키고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한나라당의 한-EU FTA단독처리를 ‘날치기’로 규정하고, ‘야권연대의 합의를 지켰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합의과정과 이후 대응에 대해 민주당을 비판하고 있는 진보정당의 일반적인 시선과는 괴리가 크다.

정동영 "정책연합기구 필요"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우리는 야4당 공조라는 한 가지 원칙은 지켰다”며 “야4당 공조는 정권교체를 위해 반드시 우리가 존중해야 하는 원칙으로, 국익과 민생을 위한 우리의 결의”라며 “민주진보진영의 분열은 분명 우리가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5일 기자간담회에서 “야권연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는 6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멍석 깔아준 채 날치기 상황이 벌어지니까 집에 가버렸다”며 “강행 처리는 한나라당이 했지만 그 빌미는 민주당이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 대표는 이어 “민주당이 민주노동당과의 야권연대를 져버린 것을 넘어 서민, 노동자, 농민의 목소리를 져버렸기에 묵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도 “민주당이 4.27 재보궐선거 정책합의를 파기한 것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며 “진보신당은 야권연대에 대한 민주당의 진정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회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보정당들은 이번 비준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이 분명히 ‘합의를 파기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러한 과정과 절차에 대해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천정배 최고위원은 6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명분에 상당한 상처를 준 것이며 결국 이 문제에 대해 민주당이 국민적 신뢰를 상당 부분 잃게 됐다”며 “다른 야당들과의 정책합의를 과연 잘 지켰느냐는 점에 관해서도 신뢰를 잃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내 의견그룹인 ‘진보행동’도 6일 성명을 통해 “한-EU FTA 관련, 야권합의 내용과 상반된 내용을 한나라당과 합의했던 것은 명백한 민주당의 잘못”이라며 “비록 의총을 통해 바로 잡았다 해도, 한나라당의 일방 처리 명분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반성해야 할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야권합의는 성실신의의 원칙에 따라 이행되어야 한다”며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최선을 다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천정배 "통합의 티읕 자도 꺼내기 어려워져"

 

어쨌건 이번 사안을 두고 진보진영이 깊은 상처를 입은 것은 사실이다. 민주당 내부에서 FTA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잡고 가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다가오는 한-미 FTA 협상 처리과정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한-미 FTA는 노무현 정권이 ‘명운’을 걸다시피하면서 협정을 체결한 것이다.

천정배 최고위원은 “나는 오래 전부터 야권의 통합을 반드시 이루어한다고 믿고 있지만 다른 야당들의 입장이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아 걱정이 되었다”며 “이제 4.27재보선을 성공적으로 끝냈기에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통합을 논의하고, 또 추진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번 일로 당분간 통합의 ‘티읕 자’도 꺼내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일로 안 그래도 낮았던 민주당에 대한 진보진영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을 것”이라며 “앞으로 야권연대 과정도 험난해 질 것이고, 합의된 정책사안에 대해 더욱 철저한 검증이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정당들은 나란히 경고 카드를 꺼내들었다. 권영길 원내대표는 “1차적으로 우리가 옐로우 카드를 끄집어냈고 분명히 경고를 했다”며 “앞으로 야권연대를 위해서 최저임금법, 노동법 개정 문제 등 정책합의가 많이 남아 있으며 한-미 FTA도 남아있는데 이후에도 합의된 정책 합의사항을 민주당이 이행하지 않는다면 야권연대 틀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도 “차후에 유사한 사태가 재발할 경우 진보신당은 야권연합이 파기된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야권정책 연합에 대한 훼손은 거대 야당의 재집권을 위한 들러리 정치만 반복하게 만들 것이고 국민들은 이런 야권연합에 전혀 감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증 없이 FTA를 통과시키고, 부자감세 기조를 유지하며,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만든다면 우리는 그런 야권연합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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