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 뜨자마자 시련, 'FTA ' 좌우 비난
        2011년 05월 06일 08:58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4.27 재보선의 ‘최대 승자’로 평가받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선거 후 첫 시련이 닥쳤다. 지난 4일 ‘한·EU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민주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진보·보수 양쪽으로부터 협공을 받고 있다. 주요 언론들은 어제(5일)에 이어 오늘도 각사의 시각에 따라 손 대표에게 격한 비판을 퍼부었다.

    한겨레·경향은 ‘야권연대’에 미칠 영향력에 주목했다. 경향은 <야권 할퀴고 간 FTA>란 제목의 기사에서 “비준동의안 처리 과정은 야권에 적잖은 정치적 후유증을 남겼다”며 “한·EU FTA 대응 과정에 민주당과 다른 야당들의 공조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여·야·정 합의가 ‘FTA 비준 저지 및 전면 재검토’가 적시된 4·27 재·보선 야권연대 정책연합 합의문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짚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는 이에 경향과 인터뷰에서 “일방적 통보였지, 협상과정에선 전혀 얘기가 없었다”며 “민주당이 인식했든 못했든 야권연대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시킨 것은 사실”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향신문 5월 6일자 4면

    야권연대 파행의 최대 책임자는 두말할 나위 없이 박지원 원내대표다. 경향은 “지도부의 리더십도 허점을 드러냈다”며 “일부 최고위원들은 ‘박 원내대표가 최고위원들과 상의 없이 먼저 합의해 스텝이 꼬였다’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한겨레도 “당내에서 가장 거센 비판에 직면한 이는 박지원 원내대표”라며 “그는 당 지도부 대다수가 의원총회 등에서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통과에 신중하자는 의견을 표명했는데도 원포인트 국회 처리를 여당과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손학규 대표도 피해갈 수 없다. 경향은 “의총 막판에 ‘합의 파기’ 입장을 이끈 손학규 대표도 오락가락 책임 논쟁에선 자유롭지 못하다”며 “당초 6월 처리에 힘을 실었던 손 대표는 지난 2일 여·야·정 합의를 보고 받고도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아 혼선을 키웠다”고 했다.

    한겨레는 좀 더 강도가 세다. 한겨레는 “손 대표는 분당을 재보선 승리를 계기로 당내 주도권을 확보할 호기를 맞았지만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며 “손 대표 본인은 자유무역협정을 빨리 처리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를 의총 등에서 공개적으로 표명하기도 했는데도 왜 협상 과정에서 이를 조정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는 한 측근의 말을 옮겼다.

    이어 “손 대표를 보면 과거 이기택 민주당 전 대표가 생각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92년 대선에서 지고 정계은퇴를 한 뒤 이기택 당시 대표가 당을 맡아 운영했는데 8인8색, 9인9색으로 당을 운영하다가 리더십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계파수장들에 무기력하게 끌려다닌 일이 있다”는 한 중진의원의 비판도 전했다.

    다음은 5월 6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 <금융권 위기 뿌리는 ‘큰 낙하산’>
    국민 <구제역 ‘발암 소독약’ 마구 뿌렸다>
    동아 <금감원 검사권 독점구도 깬다>
    서울 <한·미 FTA 국회비준 더 꼬였다>
    세계 <전관예우 막히기 전에 막차타기 줄사퇴하나>
    조선 <북한 해커부대 국내 네티즌에 ‘해킹 장사’>
    중앙 <북한 호위총국 20명 지금 베이징에 있다>
    한겨레 <최상위권 16명 특혜수업 학생에 교사 선택권까지>
    한국 <암, 울산 발병률 1위>

    조선일보 “중국국민당 꼴 날라” 야권연대 정조준

    보수언론들의 손 대표 비난은, 진보 성향 언론과 정반대로 보면 된다. 강도가 세기도 세지만, 겨냥하는 것은 바로 ‘야권연대’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좌파진영’에 휘둘리지 말라고, 그래서 야권공조를 다시 생각해보라고, 은근히 혹은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5월 6일자 35면 

    조선의 칼럼은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민노당 숙주(宿主)된 민주당>이다. 정우상 논설위원은 이 글에서 “민주당이 야권연대의 위력을 실감하며 적극적으로 나오자, 민노당은 야권연대에 따른 청구서를 슬슬 내밀기 시작했다”며 “민노당은 이번 재·보선 연대 대가로 민주당이 ‘정책연합 합의문’에 도장을 찍게 만들어, 민주당이 여당 시절 추진했던 한·미 FTA와 한·EU FTA도 반대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같이 당을 했던 사람들조차 혀를 내둘렀던 민노당의 종북주의 노선도 야권 단일화라는 우산 속에서 묻혀버린 것처럼 보인다”며 중국공산당과 두 차례 ‘국공합작’을 이루었다가 본토에서 쫓겨난 중국국민당의 예를 상기시켰다. 민주당 측은 “일단은 후보 단일화로 끌어안고 살살 다루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중국국민당처럼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고 은근히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과 동아는 ‘취재일기’ 형태로 정치부 기자들이 직접 비판에 나선 게 눈길을 끈다. 중앙은 이를 통해 “(손학규 대표는) 이틀 동안 잠자코 있다가 당내 강경파가 비준안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이 ‘비준안을 처리하면 연대는 없다’고 으름장을 놓자 4일 의총에서 강경파 쪽으로 줄을 섰다”며 “그런 손 대표에 대해 당 안팎에선 ‘국가 지도자인가, 정파의 지도자인가’라고 정체를 묻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동아는 <손학규의 ‘FTA 손바닥 뒤집기’>란 제목의 칼럼에서 “(손 대표의 입장은) 좌파진영과의 야권연대와 중산층을 잡기 위한 ‘FTA 국익론’ 사이에서 저울질할 시간을 벌겠다는 계산처럼 비친다”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손 대표의 이중행보는 실리도, 명분도 모두 잃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한·EU FTA에 적극 찬성 입장인 다른 언론도 손 대표를 비난하고 있다. 국민은 사설에서 “손 대표는 FTA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피해 대책을 강구할 수 있도록 시간을 더 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농어업인 지원특별법 개정,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법 개정 등 나올 만한 대책들은 모두 합의됐다”며 “오로지 당략을 위한 반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당략을 국익보다 우선시하는 정당이 수권정당 자격이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도 <민주당 한·EU FTA 부수법안 외면말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EU FTA의 경제효과는 엄청나다. 10개 국책연구기관은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64~5.62% 신장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손 대표는 이런 국익에 역주행하는 꼴이 됐다. 여야에 정부까지 합의한 사안을 백지화하는 반(反)의회주의적인 행태를 보였다.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었다. 그 실수를 10분의 1이라도 만회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문 5월 6일자 31면

    ‘모든 게 성적순’ 기숙사 차별에 교사선택권까지 주는 학교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에 학생의 성적순에 따라 반 편성과 수업뿐 아니라 기숙사, 교사선택권까지 차별적으로 특혜가 주어주고 있다는 기획기사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 ㅊ고등학교는 올해 새학기부터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3학년생 가운데 각각 8명씩 성적 최상위권 학생 16명을 뽑아 ‘성적 우수 특별반’을 만들었다. 특별반 학생들은 각자 속해 있는 반에서는 아침 조회만 참석하고, 수업은 별도의 교실로 옮겨 따로 받았다. 영어와 수학은 전담 교사가 배치됐고, 국어와 사회, 과학 등의 과목은 학생들이 원하는 교사를 골라 교실을 옮겨 다니며 수업을 듣게 했다.

    ㅊ고는 이런 수업 형태를 ‘자기 주도적 질문·학습시간’이라 부른다고 한다. 한겨레는 이와 관련 “특별반 학생들에게만 특혜를 주니, 특별반에 끼지 못하는 학생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거나 특별반 학생들을 향해 극도의 시기심 같은 뒤틀린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는 이 학교 교사의 말을 전했다.

       
      ▲한겨레 5월 6일자 8면

    이외에도 독서실 이용 특혜, 반장 추대 등 비상식적인 행태는 수두룩했다. 다른 학교에서는 신발장 배정, 기숙사 이용, 토론대회 참가까지 성적 순으로 줄을 세웠다. 모두 서울시교육청과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진정이 들어갔거나 시정조치가 내려진 실제 사례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2008년 부산의 한 고등학교가 성적 우수자들에게만 자율학습 공간을 제공한 데 대해 “평등권을 침해한 차별행위”라며 시정을 권고한 바 있다.

    한겨레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 “정부·지자체·언론 모두가 공범”이라는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했다. 자사고 증가와 고교선택제, 수능성적 공개(교과부), 명문대생 합격자 수를 기준으로 학교 서열을 매기는 보도(언론), 학력 우수학교 중심 예산 편성(교과부와 지자체) 등이 그것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장은 ‘글로벌리더반’을 운영하는 것과 관련 “지난해부터 고교선택제로 학생들의 학교 선택이 가능해졌는데, 정작 학부모들 사이에선 ‘일반계고는 학습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여론이 팽배해 있다”며 “강남지역에서는 최하위권으로, ‘기피 학교’로 지목된 적이 있는 우리 학교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했다.

    동훈찬 전교조 대변인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성적으로 차별하는 행위를 조심스러워했지만, 이번 정부 들어서는 아예 드러내놓고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 ‘박근혜 특사 패션’ 한면 털어 게재

    5일자 중앙에는 관심을 모으는 기사가 유독 많았다. 1면 머리기사로 전한 <북한 호위총국 20명 지금 베이징에 있다>부터가 그렇다. 중앙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호를 맡고 있는 호위총국 요원들로 추정되는 특수요원 20여 명이 4일 극비리에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중국의 한 소식통이 5일 전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후계자이자 3남인 김정은의 방중을 사전에 준비하기 위한 선발대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중앙은 그 근거로 “그동안의 관행을 보면 호위총국 요원들이 다녀간 뒤 짧게는 일주일 만에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의 방중이 이뤄져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100% 확신할 수는 없다. 중앙은 “김정일·김정은의 방중과 직결됐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소식통의 말도 전했다. 하지만 “적어도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이상의 실세급 고위인사의 방중을 위한 선발대로 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중앙은 “연초부터 김정은의 방중 가능성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엔 지재룡 중국 주재 북한대사가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 자칭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리창춘 선전·이론담당 정치국 상무위원 등을 잇따라 접촉해 눈길을 끌었다”고도 했다. 북한 고위층의 방중을 위한 준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북한 지도부 초청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방중을 못할 것은 없다”며 “중국이 마땅한 선물을 준비하고 중국 지도부의 일정이 잘 조정된다면 전격적인 방중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하나, 신문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기사는 4면 전면에 걸쳐 게재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특사 패션’에 관한 것이다. 중앙은 각국에 출국할 때 박 전 대표의 옷차림 사진까지 여러 장 실으며 방문국의 상징색을 고려하는 ‘한 유력 대선주자’의 ‘센스’를 부각했다.

       
      ▲중앙일보 5월 6일자 4면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