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 라덴 '최후 순간'이 오보였다고?
        2011년 05월 06일 07: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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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백악관이 오사마 빈 라덴은 미군과의 교전 당시 비무장 상태였다고 최초 발표를 번복했다. 백악관은 또, 빈 라덴이 자신의 아내를 인간방패로 내세웠다는 발표 또한 사실이 아니라고 정정했다.

    이날 백악관의 발표는 빈 라덴이 아내를 인간방패 삼아 미군과 총격전을 벌였다는 하루 전 발표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3일 오후(현지 시간)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기자들은 미군 특수부대 군사작전 당시 빈 라덴의 무장상태를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카니 대변인은 “빈 라덴은 무장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카니 대변인에 따르면 공습 당시 빈 라덴은 3층 방에 있었다. 특수부대원이 이 방에 진입하자 빈 라덴의 부인이 특수부대원에게 달려들었고 미군의 총에 다리를 맞았지만 부상을 입었을 뿐 사망하지 않았다. 이후 빈 라덴은 비무장 상태에서 미군이 쏜 총에 맞고 사살됐다.

    백악관의 이 발표는 하루 전날인 2일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담당 보좌관의 발표를 뒤집은 것이다. 당시 존 브레넌 보좌관은 빈 라덴의 최후를 설명하면서 “자신의 부인을 인간방패로 내세우고 총을 쏘며 격렬히 저항했다”고 설명했다. 언론과 통신사들은 이 내용을 전 세계에 긴급 타전했는데, 하루 만에 대형 오보가 돼버렸다.

       
      ▲전 세계 언론들은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군의 공습 당시 무장하고 아내를 인간방패로 삼아 격렬히 저항했다는 미 백악관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하루 만에 사실이 아니라고 번복했다. 사진은 중앙일보 5월4일자 5면 관련보도.

    백악관이 하루 만에 발표를 번복하면서 일각에서는 단순 실수인지, 고의적인 왜곡이었는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고의적인 거짓말’이라고 해석하는 쪽은 백악관의 초기 발표로 미국이 얻은 반사이익을 지적한다. 빈 라덴이 격렬히 저항했고, 여성을 총알받이로 세웠다는 발표는 미군의 빈 라덴 사살을 정당화하는데 더 없이 효과적이었다는 것이다.

    공습작전을 통한 제3국에서의 빈 라덴 사살, 그리고 시신을 바다에 수장한 것은 외교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는 사안이었지만, 빈 라덴이 무장상태에서 격렬하게 저항했고 아내를 인간방패로 내세웠다는 것 때문에 백악관은 여론의 화살을 미국이 아닌 빈 라덴에게 돌릴 수 있었다.

    영 텔레그래프 "미국, 빈 라덴의 강력한 이미지를 여성 뒤 숨은 비겁자로 각색"

    백악관이 초기 발표를 정정하고 나선 시점 또한 일부 언론에서 백악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한 이후였다.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빈 라덴은 비무장 상태였다는 주장을 내놨고, 영국의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3일 인터넷판에서 이를 받아 보도했다.

    이들 언론들은 “앞선 보도 내용과 달리 빈 라덴은 미군의 총격으로 사살되기 전 그의 아내를 인간방패로 삼지 않았다”면서 “이는 빈 라덴의 강력한 이미지를 연약한 여성 뒤에 숨은 비겁자로 각색한 것”이라고 전했다.

    목격자들의 새로운 주장들도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 아랍권 보도채널 알 아라비야는 파키스탄 정보당국 조사에서 미군이 빈 라덴을 생포한 뒤 12살 딸이 보는 가족 앞에서 사살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미군은 빈 라덴을 생포한 뒤 사실상 처형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미 백악관은 초기 잘못된 정보가 나간 이유에 대해 “급박한 교전 상황에서 세세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카니 대변인은 “엄청나게 많은 내용의 정보를 매우 급하게 국민에게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순차적으로 조각조각 들어온 정보들을 종합한 결과 초기 발표 내용 중 수정해야 할 부분이 여럿 발견됐다”고 밝혔다.

    한편, 백악관은 빈 라덴의 시신 사진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검토했으나 고심 끝에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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