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로운 해고가 헌법 정신인가?
        2011년 05월 05일 04: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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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력수급을 포함한 기업의 경영상의 자유는 기업이 헌법적인 보장을 받는 기본권적인 자유이므로 경영상 행해지는 결정의 본질은 자유로운 결정이어야 한다. (근로자파견법의) 문제의 고용의제 규정은 이 정당성의 요건을 충족할 수 없는 과잉 입법이어서 위헌일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8일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불법파견 사건을 맡고 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헌법재판소에 참고 자료로 허영 전 명지대 교수가 작성한 ‘구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제3항 본문의 헌법적 검토’라는 참고자료를 제출했다. 

    허영, 임명 보도 다음 날 헌재에 자료 제출 

    그는 2년 이상 지난 현대차 사내하청은 정규직이라는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의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하면서, 파견법이 기업의 경영상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해 11월 1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파견법이 위헌이 아니라는 결정이 나자, 12월 9일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낸 바 있다.

    그런데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참고자료를 제출하기 하루 전인 4월 7일 오전 11시 <연합뉴스>는 신설된 헌법재판연구원의 초대 원장으로 허영 교수가 임명됐다는 사실을 보도했고, 이후 모든 신문과 방송에서 이 기사를 내보냈다. 그의 정식 취임일은 4월 11일이었다. 

    그가 참고자료를 작성한 날짜는 그의 임명 사실이 알려지기 3일 전인 4월 4일이다. 그렇다고 허영 교수가 3일 전에 헌법재판연구원장에 내정됐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할 것인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설령 몰랐다고 하더라도, 그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헌법재판소의 산하기관의 원장으로 내정된 이후 참고자료를 철회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는 아직까지 참고자료 제출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자유로운 해고 보장이 헌법 정신?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사적 자치에 터잡은 시장경제 질서에서 사용사업주의 계약의 자유와 기업의 인력관리의 식축성 제고라는 법익을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 및 근로자파견의 상용화, 장기화 방지라는 법익보다 낮게 평가한 나머지 검토 대상 법률조항의 고용의제 규정을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논리가 설득력과 법리적 합리성을 갖는 것인지도 의문이다.”(참고자료 5쪽) 

    허영 원장은 ‘사용사업주의 계약의 자유와 기업의 인력관리의 신축성 제고라는 법익’이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보다 낮게 평가하는 것은 설득력과 합리성을 갖지 못한다고 했다. 즉,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노동자를 쓰다가 버려도 되고, 그것을 규제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그런 그는 4월 11일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생활은 모두 헌법과 연관돼 있다.”며 “헌법이 국민들의 생활 속에서 살아 숨쉬고 국민들이 헌법재판제도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헌법재판연구원이 도움이 되겠다.”고 했다. 사장들이 아무 때나 마음대로 노동자를 자를 수 있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활 속에서 살아 숨쉬는 헌법이라는 것인가? 

    현대차는 7월 22일 대법원, 11월 12일과 2월 1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잇따라 2년 이상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이라는 판결이 나오고, 위헌소송이 기각 당하자, 김앤장법률사무소를 통해 보수적인 원로학자를 이용해 헌법재판소에 영향을 미치는 작업을 한 것이다.

    기간제법, 정리해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요건도 위헌 

    만약 허영의 주장처럼 2년 이상 근무한 파견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조항이 위헌 판결이 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2년 이상 지난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조항도 위헌이 될 확률이 높다.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4조 2항에는 “사용자가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하여 구 파견법과 같이 ‘고용의제’ 조항이 있다. 

    따라서 허영 원장의 주장처럼 헌법재판소에서 ‘사용자의 계약의 자유와 인력관리의 신축성 제고’가 비정규직 보호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결한다면, 기간제법도 위헌이 될 수밖에 없다. 

    정리해고의 4대 요건 중에 핵심이고, 사용자들이 강력하게 개정을 원하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도 기업 경영상의 자유와 계약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기 때문에 역시 위헌이 될 수 있다. 긴박한 상황이 아닐 경우는 부당해고라고 했던 수많은 대법원 판결이 모두 무효가 된다. 

    이 어마어마한 파장을 가진 위헌소송에 헌법재판소의 공식 산하기관인 허영 헌법재판연구원장이 작성한 참고자료가 제출되어 있는 것이다. 한국은 현대차와 김앤장법률사무소가 지배하는 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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