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희, 진보신당 등에 "강한 유감"
        2011년 05월 02일 06: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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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2일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연석회의와 관련 진보신당과 사회당을 향해 공개적으로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 대표는 “지난 금요일 진보대통합 연석회의에서 약속드렸던 1차 합의문을 내지 못했다”며 이 같이 발언했다. 진보대통합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인 화법을 써왔던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로서는 다소 이례적인 발언이다.

    "국민과 약속 지켜야"

    이 대표 이번 발언은 지난 3월 28일 연석회의 대표자회의에서 오는 4월 말과 5월 말에 합의문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이를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지난 달 29일 연석회의 대표자회의가 개최는 됐으나, 합의문 발표는 하지 못하고 오는 6일까지 합의안을 조율해 발표하기로 했다. 대신 노동절대회용 메시지만 발표키로 했다.

       
      ▲3월 28일 2차 연석회의 대표자회의 참가자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사회당은 집행책임자 회의에서 1차 합의안이 토론되지 못했고, 합의안에 자신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합의안을 결정하는 대표자 회의를 열어서는 안 된다며 개회를 반대했고, 진보신당 역시 합의안에 대한 당내 논의가 충분하지 못하다며 회의 연기를 주장해 실질적인 내용 논의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통합 논의를 위해 권한을 위임받은 집행책임자들이 모여 충분한 논의를 하고, 그 결론을 대표자 회의에서 검토한 후 결정하면 된다”며 “집행책임자들의 논의가 부족해도, 대표자들이 문제를 해결하고 논의를 마무리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 날 대표단이 모여 논의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실질적인 내용 논의에 들어가지 못해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나는 당내 논의가 더 필요하다면 부족한 논의를 보충해 노동절 아침에라도 다시 만나 3월 말 합의대로 1차 합의문을 내자고 제안했지만, 진보신당은 논의가 어렵다는 이유로 받지 않았다”며 “국민들께 반드시 상반기 내에 진보대통합을 이루어내겠다고 약속했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민의 목소리를 따르는 것이 진정한 진보의 자세”라고 말했다. 

    실제 연석회의는 현재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연석회의 실무협상은 매주 이어지고 있지만, 대북문제, 패권주의, 국민참여당 참여 등 주요 쟁점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연석회의 집행책임자 회의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서 3차 잠정 합의안을 도출해냈지만, 이것이 진보신당 내에서 논란을 일으켰고, 다시 합의문을 조율했지만 이에 대해 사회당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각 당 책임 공방

    애초 연석회의 실무협의에서는 쟁점 사항이었던 대북문제, 패권주의에 대해 ‘대북문제, 2012년 총선대선 기본방침, 당 운영방안 등 나머지 쟁점사항을 해소하여’를 다수안으로 하고, ‘3대세습 등 대북문제, 2012년 총선대선 기본방침, 패권주의 등 당 운영방안 등 나머지 쟁점사항을 해소하여’를 소수안으로 복수표기해 대표자회의 때 제출할 예정이었다.

    즉 ‘3대 세습’과 ‘패권주의’를 직접적으로 표기하느냐를 두고 이견이 드러난 것인데, 진보신당 내부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다. 진보신당에서는 정책적 합의 부분이 부족하다며 연기를 요청했고, 이에 진보교연 측이 양 당과 일정 수준 교감을 이룬 후 정책적 합의를 보강한 수정 합의안을 각 정당에 보냈다.

    그런데 이 수정 합의안에 쟁점사항 중 소수안이 삭제되고 ‘3대 세습’과 ‘패권주의’가 명기되지 않은 다수안이 단일 안건으로 올라왔고, 다시 진보신당 내부에서는 논란이 되었다. 여기에 이러한 과정에서 제외된 사회당이 임의 수정된 합의안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면서 결국 합의문 발표가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두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사회당 측에서는 책임 공방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동당 측 한 관계자는 “진보신당이 내부에서도 진보대통합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며 “합의안이 도출되었음에도 내부 이견이 커 쉽게 조율하지 못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회당도 원하는 문구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회당에서는 핵심 쟁점에 대해 민주노동당이 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회당의 핵심 관계자는 “진보신당도 사회당도 공식 의결 단위를 통해 대북문제, 패권주의 문제 등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세웠다”며 “그런데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이 이견을 감추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진보신당 "약속 중요하나, 성급해서 안 돼"

    신석준 사회당 사무총장은 “쟁점이 있다면, 그 쟁점을 그대로 합의문에 포함시켜 이를 해소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며 “처음 잠정합의문에는 그런 내용이 있었지만, 진보신당과 조율된 안이라고 보낸 두 번째에는 이것이 빠졌고, 게다가 우리는 그에 대한 얘기를 듣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한 관계자는 “사회당은 그런 입장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강상구 대변인은 “합의문이 채택되지 않았던 것은 실무단 논의를 거쳐 올라온 합의문이 쟁점사항과 관련해 다수안, 소수안이란 형태의 복수안으로 올라왔고, 주요 정책 의제로 설정된 20가지가 추상적인 측면이 있어 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과 진보신당 내부 논의가 충분치 않아 논의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논의 연기 요청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 점에 대해 당시 참여했던 민주노총 위원장 등 다수 대표자들이 동의를 했다”며 “우리로서는 애초에 발표된 (시한과 관련된)약속을 지켜야 하지만, 그렇다고 충분한 준비와 논의 없이 시간에 쫓겨 일을 진행하는 것이 부작용의 소지가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진보신당 측은 이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정점에 달해있는 상태다. 28일 대표단 회의에서 잠정합의안을 두고 논란을 겪었으며, 김은주 부대표는 따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잠정합의안이 무효이며, 당의 공식적인 합의안이 마련되기도 전에 노회찬 새로운 진보정당 추진위원장이 임의대로 협상을 진행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진보정당 진영의 한 관계자는 진보신당 내에서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진보대통합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쪽에서 당초 6월로 예상되고 있는 당 대회에서 연석회의 합의안을 부결시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최근 연석회의 합의 자체를 무산시키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라는 해석을 해 주목된다.

    부결 전략에서 합의 무산 전략으로?

    이 관계자는 "현재 사회당과 진보신당 일부 그리고 현장 좌파 그룹 일부가 참여하고 있는 새로운 노동자정당 건설추진위를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정희 대표가 진보신당과 사회당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압박하는 발언을 한 것은 이미 9월까지 진보대통합당, 새 진보정당을 건설하기로 한 상황에서 대통합의 주도권을 더욱 강화시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발언이 연석회의 논의의 속도를 앞당길지, 아니면 진보신당과 연석회의 내부 갈등에 더욱 불을 붙일지 눈여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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