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부터 안나푸르나까지
    2011년 05월 01일 01: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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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전업주부로 살다가 남들보다 조금 늦게 뛰어든 사회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해 10여 년 열심히 뛰어온 중년의 한 여자가 어느 날 한꺼번에 닥친 인생의 위기 앞에 내동댕이쳐진다.

두더지 잡기를 하듯, 문제는 정신없이 찾아왔다. 황망 중에 당한 재정사고로 하늘 아래 유일했던 나만의 공간인 집 한 칸이 사라졌다. 20여 년 만에 남편과 헤어졌고, 오래 맺어온 관계가 어긋나 직장을 나왔다.

봄날처럼 새롭게 찾아온 사랑은 너무도 짧은 작별인사를 남기고 떠나버렸다. 평소 막연히 품고 있던 미래에 대한 불안과 열등감, 정서적 박탈감과 같은 고질적인 인생의 덫은 현실이 되어 여자의 발목을 끊임없이 물고 늘어졌다.

돈도 명예도 사랑도 우정도 모두 떠나버렸을 때, 숨 쉬기 외에는 어떤 운동도 싫어했던 여자가 마지막으로 숨 쉬기 위해 자기를 부린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집 앞 산책길이었다.

『트래블 테라피』(권혁란 지음, 휴, 15000원)는 중랑천변부터 안나푸르나까지, 길 위에서 위무받았던 천일간의 고백이다. 자연은 처음으로 여자에게 자기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을 선사했다. 천일이 지난 지금, 하늘과 바람과 비와 눈과 숲속에서 풍욕을 마친 여자는 타인과 세상, 무엇보다 자신을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갖게 됐다.

자연이 선사한 감사와 연민의 치유 에너지를 통해 “애초에 나를 치유하는 힘은 내 안에 있다는 말은 진부하지만, 사실”이라는 것을 체험했고, “두 발로 걸었던 기나긴 여행을 통해 원래 내 안에 있던 순정한 사랑을 발견했다.”

제2의 사춘기

흔히 마흔 넘어 제2의 사춘기를 맞이한다. 타인과 선의의 경쟁을 하며 열심히 달려왔다고 믿었으나 그게 진정한 내가 아니었고, 껍질 속에서 살고 있었다는 깨달음이 문득 찾아왔을 때 사람들은 갈림길에 서게 된다. 더 열심히 뛰거나, 멈춰 서서 돌아보기. 십중팔구 우리는 더 열심히 뛰기로 결심한다.

그동안 잘못 살아왔다는 돌이킬 수 없는 낙인이 두렵기 때문이다.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아무리 속도를 높여도 쳇바퀴 속에 갇혀 있던 현실의 나는 결국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었고, 그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 눈 가린 채 뛰던 가속도만큼 내팽개쳐진 바닥의 한기는 냉혹했다.

『트래블 테라피』는 함께 제2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 당신에게 벗으로서 들려주는 경험담이다. 문제 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당신에게, 지금 당장 운동화를 갈아 신고 집밖으로 한 발짝만 함께 나서자는 친구의 손짓이다.

                                                  * * *

저자 : 권혁란

전 <이프> 편집장. 공정여행 사회적 기업 ‘트래블러스 맵’의 여행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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