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역된 잭 런던 사회고발 르포
    2011년 05월 01일 01: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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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잭 런던은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불꽃처럼 타오르다가 마흔 살의 젊은 생을 마감했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양의 작품을 쏟아낸 작가이다. 미국 작가 중에서는 전 세계에 가장 많은 작품을 번역 출간한 인물 중 하나이며, 평단보다는 대중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던 모험가이자 스포츠맨, 대중연설가였다.

남다른 그의 글쓰기는 자신의 성향과 무관하지 않았다. 책상머리에 있기보다는 뜨거운 호기심으로 세상을 돌며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글 속에 부어 담았던 만큼, 그의 작품에서는 언제나 발로 뛰며 쓴 작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생생한 묘사와 감동이 깃들어 있다.

그곳에 있지 않고서는 도저히 말할 수 없는 무엇, 잭 런던의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런 생생함이야말로 그가 문학사에서 가장 독특한 작가로 남게 한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밑바닥 사람들(The people of the abyss)』(잭 런던 지음, 정주연 옮김, 궁리, 11800원)은 그동안 주로 소설로만 소개되었던 잭 런던의 작품들과 달리 르포르타주 형식의 논픽션이다. 그의 소설이 실화처럼 생생하다면, 그가 남긴 논픽션은 오히려 소설처럼 믿을 수 없는 이야기로 비친다.

허구를 짓는 소설가가 아무런 가감 없이 기록으로만 남길 수밖에 없었던 현실, 그것은 바로 산업혁명 후 자본의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호황기 영국 런던의 가장 밑바닥 빈민가였다.

오늘을 묘사한 듯한 100여 년 전 영국 도시 빈민의 참상

이 책은 1902년 여름 잭 런던이 직접 경험한 일을 담고 있다. 그는 탐험가가 된 심정으로 런던의 빈곤지역 이스트엔드로 잠입했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참상을 직접 보고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부유하고 번성한 웨스트엔드와는 극히 대조를 이루는 이스트엔드는 런던에서 가장 가난한 곳으로 이민자, 불법체류자, 하급 노동자들이 어쩔 수 없이 밀려들던 곳이다. 잭 런던은 그곳 사람들처럼 옷을 입고 끼니를 때우며 거리의 노동자가 되어 그들이 사는 대로 체험한다.

저자는 이 책에 체험만을 적지 않았다. 뛰어난 통찰로 당시 영국의 문제를 간파하고 특유의 명확한 상황분석으로 비판하고 분석하였다. 빈민을 상대로 소득, 주거비, 식비 등을 면밀히 조사했고 구빈원과 노동 현장, 심지어 부랑자 수용소까지 직접 체험하면서 빈곤의 구조를 현장에서 낱낱이 분석해 보여준 그의 글은 사료로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책 안에는 당시 그가 기록한 식료품 가격, 성별과 직업별로 구분한 임금, 거주 방식에 따른 주거비들이 상세히 적혀 있다. 잭 런던은 영국의 산업 구조와 복지 정책을 현실과 비교해 편중된 자본의 불공정함을 폭로하면서 자신의 목적을 확실히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비참한 상황 속에서도 인류의 희망을 발견하고자 했다. 가난한 노파에게 거의 공짜로 밥을 준 식당 주인, 자신도 구빈원을 전전하는 비참한 처지이면서도 먹을 것이 생기자 남들에게 나눠주겠다며 안간힘을 쓰는 빈민, 제대로 된 자선과 복지를 실천하는 선각자들이 그곳에도 있었다.

저자는 그렇게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진실된 자선을 실천하려면, 먼저 우리 스스로가 자기도 모르게 가난한 자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는 사실, 가난한 자들에게서 착취한 돈을 내 자식에게 쏟아 붓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 * * 

저자 : 잭 런던 (Jack London)

1876년 1월 12일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사생아로 의붓아버지의 성(姓) 런던을 따랐는데, 본명은 존 그리피스 체이니(John Griffith Chaney)이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 채 신문배달, 얼음배달, 통조림공장의 직공일 등 온갖 육체노동을 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도우며 소년시절을 보냈다.

열아홉 살에 고등학교에 들어가 18개월 만에 공부를 마치고, 1896년 버클리 대학에 입학하여, 사회노동당원으로 활동하면서 니체, 다윈, 마르크스, 스펜서 등의 저서를 탐독한다. 그러나 집안 사정으로 한 학기 만에 학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1904년 러일전쟁 특파원으로 일본군을 따라 조선을 방문하기도 하여, 『』
<잭 런던의 조선 사람 엿보기>라는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이는 당시의 조선인에 대한 서양인들의 보편적 인식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1905년부터 캘리포니아의 글렌엘런 지역땅을 사들여 농장을 만들면서 사회주의 대신 농촌 공동체 건설을 꿈꾸지만 좌절된다.

짧은 생애 동안 『비포 아담』(1907), 『강철군화』(1908), 『마틴 이든』(1909) 19편의 장편소설, 500여 편의 논픽션, 200여 편의 단편소설을 창작했다. 그 중 <야성이 부르는 소리>, <바다의 이리>, <늑대개>는 세계적인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늑대개>는 에단 호크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전 세계에 가장 많이 번역 출간된 미국 작가 중 한 명인 잭 런던의 작품들은 8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평단의 홀대에도 불구하고, 미국 문학 역사상 가장 대중적인 작가로 손꼽힌다. 연간 1만 통이 넘는 편지를 받는 유명인이자, 전 세계를 여행한 모험가, 스포츠맨, 대중연설자로서도 열정적 삶을 살다 1916년 11월 22일에 마흔 살의 생을 마감했다.

역자 : 정주연

서강대학교 영어 영문학과를 졸업하였으며 동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버닝 데이라이트』,『메타피지컬 클럽』,『산꼭대기의 과학자들』,『생각의 혁명』,『튤립, 그 아름다움과 투기의 역사』,『벌레도 재채기할까?』,『빛의 음악』,『불가능한 여행기』,『사막이 부른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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