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빗나간 재보선 여론조사 원인은?
        2011년 04월 29일 08: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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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빗나갔다. 지난 6․2 지방선거에 이어 4․27 재보선에서도 여론조사 보도와 실제 개표 결과와의 격차가 컸다. 강원지사 선거에선 엄기영 후보가 최대 20%포인트 격차로 이기는 것으로 예측돼, 당락 예측 자체가 어긋났다. 또 김해을 이봉수 후보가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분당을 강재섭 후보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앞섰지만 결과는 달랐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에도 여론조사와 개표 간의 격차가 커 논란이 됐는데, 이번에도 이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재보선에서는 표심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일까. 여론조사 기관 관계자들과 여론조사 전문기자들에게 그 원인을 물어봤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일 직전에 동아일보, 중앙일보, KBS 등 언론사들은 여론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동아는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9~20일, KBS는 밀워드브라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17~19일, 중앙은 자체 조사를 통해 14일~16일과 19~20일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특히, 이번 세 여론조사 모두 전화번호부에 등재되지 않은 가구들도 포함한 임의전화 걸기(RDD) 방식을 도입해, 정확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관심을 끌었다.

       
      ▲지난 20일 KBS <뉴스9>

    하지만, 강원지사 선거에서 실제 득표결과와 2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이 기간 중 단순 지지율을 기준으로 동아-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선 엄기영 후보(45.0%)가 최문순 후보(28.0%)를 17%포인트 앞섰고, KBS-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는 엄 후보(42.2%)와 최 후보(33.1%)의 격차는 9.1%포인트였다. 중앙의 경우 지면에 보도된 강원지사 관련 최신 여론조사인 14~16일 결과에서, 엄 후보는 48.5%의 지지율을 얻어 최 후보의 28.5%를 20%포인트 격차로 앞섰다.

    또 김해을 국회의원 보선에서도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선거를 여론조사에선 1위를 달렸다. 이 후보는 동아-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선 이봉수(45.5%)-김태호(37.7%), KBS-미디어리서치에선 이봉수(42.0%)-김태호(38.1%), 중앙에선 이봉수(41.4%)-김태호(37.1%) 지지율로 앞섰다. 분당을의 경우 KBS-미디어리서치와 중앙 조사에서 손학규 후보가 앞섰지만, 동아-코리아리서치 조사는 강재섭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조사기관이나 언론사는 이같은 격차의 주요 원인을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1주일 공백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밀워드브라운 미디어리서치 관계자는 통화에서 “강원도에서는 선거 직전에 (전화 홍보)사건이 일어나 표심 변화가 있었다고 추정된다”며 “1주일 사이에 상당히 많은 판세 변화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신창운 중앙일보 여론조사 전문기자도 “막판 판세에 영향을 주는 일이 많이 일어났는데, 선거 1주일 전 여론조사 결과와 선거 득표 결과를 수평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비상적”이라며 “여론조사 공표 금지일을 단축하지 않는 한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동아도 28일자 28면 기사<여론조사 또 빗나가…왜?>에서 △1주일 공백기에 일어난 사건들 △10%대 낮은 응답률 등을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동아는 이 기사에서 "전문가들은 ‘일주일 전 여론조사로 막판 지지층의 결집까지 예측하긴 어렵다’며 본보의 두 차례 여론조사가 재보선의 큰 흐름을 짚었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22일자 1면

    그러나 정말 ‘1주일 공백기’ 등의 이유로 정확한 예측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까. 지난 15년간 선거 여론조사를 담당해 온 현경보 SBS 기자는 "언론사와 여론조사 기관의 예측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 기자가 주목한 것은 무응답 처리를 어떻게 할지였다.

    우선 무응답과 관련해 현 기자는 지난 3월3일 SBS 취재수첩 <엄기영 vs 최문순, 누가 이길까?>에서 “다른 군소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조건에서, 무응답자 20:80 분류 규칙을 적용해 보면 엄기영 후보는 46.7%, 최문순 후보는 53.3%의 득표율을 얻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고 밝혀 최 후보의 당선을 예측했다. 실제 재보선 결과는 엄기영 46.6%, 최문순 51.1%였다.

    현 기자는 작년 지방선거를 3일 앞둔 시점에서 강원지사, 인천시장, 충북지사 당선자를 예측하기 위해 방송 3사가 (미디어리서치, 코리아리서치, TNS)에 의뢰해 실시한 RDD 방식의 전화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그는 사전 여론조사의 무응답자들을 여당과 야당에 대해 ‘20:80 비율’로 분류할 경우, 여론 조사 결과와 선거 결과가 근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현 기자는 이 비율을 이번 재보선 강원도 지사 선거에도 적용해 예측한 것이다.

    그는 “여론조사 기관들, 언론사가 1주일 공백기가 격차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아무도 증명할 수 없는 것”이라며 “50일 전에도 여론조사 기관들이 무응답 처리를 어떻게 할지 조사하면 득표 결과를 제대로 예상할 수 있지 않나”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18일자 1면

    또 언론사가 실제 투표율을 고려해 ‘적극 투표층’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창운 여론조사 전문기자는 “언론사 여론조사에선 적극 투표층을 65% 정도로 해서 예측을 하는데, 실제로 재보선 투표율이 이보다 낮아 격차가 벌어진다”며 “개선 방안의 하나로 과거 대선, 총선, 지방선거에서 한 번도 빠짐없이 투표를 했고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투표를 할 예정인 사람을 ‘투표 확실층’으로 정하는 방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중앙이 18일자 기사에서 각 후보의 단순 지지율을 기사 제목(<강재섭 35.4 손학규 43.8, 김태호 37.1 이봉수 41.4, 엄기영 48.5 최문순 28.5>)으로 꼽았지만, ‘투표 확실층’을 살펴 보면 강재섭(44.5)-손학규(46.5%), 김태호(42.5%)-이봉수(44.1%)로 격차가 줄어들었다.

    신 기자는 “근본적으로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어떻게 개선할지 한 가지 해답으로 말을 할 수는 없다”면서도 “여론조사의 문제점에 대해 언론사와 여론조사 기관이 계속적으로 개선을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차 범위 벗어난 YTN 출구조사 왜?

    예측치 9.7%였지만 실제 2.7%…“태블릿 PC 친밀도 높여야”

    YTN은 투표 당일 출구조사에서 당락을 맞췄지만, 양측의 득표율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했다.

    YTN은 27일 투표 마감 직후 공개된 출구조사 결과 손학규 민주당 후보는 54.2%,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는 44.5%를 받은 것으로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재보선 사상 최초로 태블릿 PC를 이용해 3000명의 투표 참가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개표 결과, 손학규 후보는 51.0%, 강재섭 후보는 48.3%를 얻었다. 출구조사의 양측 격차는 9.7%포인트였지만, 실제 격차는 2.7%포인트여서 표본오차 ±1.7% 포인트를 넘어섰다.

    이에 대해 한정호 YTN 홍보팀장은 “출구조사를 100% 맞히기 어렵다”며 “투표를 한 본인이 태블릿 PC를 이용해 화면을 터치하는 새로운 시도로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출구조사를 한 한국리서치 관계자는 통화에서 “기존 출구조사는 투표 마감시간까지 조사를 못하고, 결과를 전송하면서 오류가 나기도 하는데, 태블릿 PC를 이용해 이 오류를 줄일 수 있다”면서 “오차 범위를 벗어난 결과에 대해선 현재 내부에서 원인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YTN은 28일자 보도<태블릿 PC 활용 첫 출구조사>에서 “집계와 전송이 실시간으로 이뤄져 투표 종료 직전까지 조사가 진행돼, 정확도를 높였다”면서 “그러나 오차 범위를 좀 더 줄여야 한다는 점은 숙제로 남았다”고 보도했다.

    YTN은 “실제 투표 내용과는 달리 ‘사회적 바람직성’ 즉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쪽으로 생각해서 응답하려고 하는 경향을 분석해 걸러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한다는 것”이며 “낯선 전자장비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는 방안 등도 과제”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리서치는 태블릿 PC를 활용한 이번 출구조사의 문제점을 살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실시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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