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신당, 정당 기능 상실할 수도"
        2011년 04월 28일 01: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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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재보궐선거 결과가 야권 특히 민주당의 압승으로 나타나면서, 향후 정국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 각 정치세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한나라당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등 여권에서는 후폭풍이 몰아닥치기 시작한 가운데, 진보대통합과 빅텐트 등 다양한 합종연횡 방안이 모색되고 있는 진보진영에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야권 승리 요인 분석 엇갈려

    우선 대부분의 언론과 민주당이 이번 야권 승리가 ‘선거 연대, 단일화’ 효과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는 것과 달리, 진보진영 내부에서는 이 같은 분석에 동의하는 의견과, 단일화 효과보다는 민주당의 독자적 힘에 의한 것이라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김해의 사례가 야권 연대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노회찬 진보신당 새로운 진보정당 추진위원장은 “이번 선거는 이명박-한나라당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냉혹한 평가가 표심으로 드러난 것”이라며 “야권의 선거전략도 승리를 만들어 내는데 효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다만 김해의 경우 유리한 곳이라는 평가에도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할 듯하다”고 말했다.

    정성희 민주노동당 통합추진위원장도 “이번 선거를 통해 진보대통합과 범야권연대 노선의 정당성이 확보되었다”고 평가했다. 정 위원장은 이번 선거 결과가 “원칙과 기준에 맞는 선택적 범야권연대를 통해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지만, “김해의 패배는 참여당의 역량을 드러낸 것으로, 결집력이 약한 야권연대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재영 진보신당 정책위 의장은 “순천 선거를 놓고 보면 야권연대의 승리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분당과 강원도는 다른 당 후보들의 경쟁력이 약해 사실상 민주당이 자력으로 당선되었다고 볼 수 있다”며 “김해에서 국민참여당이 낙선한 원인도 비슷한 이유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결과 원인에 대한 시각의 차이는 향후 전망에도 연결된다. 다음 선거에서 야권연대에 대한 국민적 압력이 높아질 것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당이 야권연대 과정에서 더욱 강력한 헤게모니를 쥐게 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 주도성 커질 것"

    이재영 의장은 “앞으로 민주당 중심성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며 “국민참여당이 김해에서 패배하면서 민주당이 참여당에 더 양보하지 않아도 될 명분이 생겼고, 순천 무공천은 민주당으로서도 무리한 면이 있었기 때문에 다시 지역 정치인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쉽게 내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민주당 내부에서도 지역위원장들이 (야권연대를 하지 않아도)자력으로 선거에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으면서 협상 테이블에서도 민주당의 이런 태도 때문에 협상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며 “통합과 관련된 얘기도 ‘민주당이 문을 열어줄 테니 들어오라’는 식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거 다음 날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성희 최고위원도 “민주당 중심의 일방적 선거연대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하지만 일방적인 범야권연대는 국민의 바람과는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보대통합이 제대로 되어야 민주당 중심성을 극복할 수 있다”며 “민주당도 이번 선거 결과를 잘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회찬 위원장은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많이 당선되었지만 분당이나 강원도, 순천 선거는 야권단일후보라면 누구라도 이길 수 있었다”며 “민주당 때문에 당선되었다기 보다는 야권연대로 단일화를 이루어 당선될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만약 야권연대에서 독주할 수 있다는 의식이 가진다면 그것은 오판”이라고 말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한국정치는 기본적으로 사회의 다양한 갈등구조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기에 ‘현직 공직자에 대한 심판’론이 잘 먹힐 수밖에 없다”며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보수층의 표심이 진보로 변했다고 판단하는 것을 옳지 않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만을 놓고 민주당의 헤게모니가 강해졌다는 해석을 내릴 수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과, 내년 선거와 연결 ‘필연’ 아니다

    박 대표는 이어 “한국정치는 사이클이 굉장히 짧기 때문에 이번 선거가 총선, 대선과 필연적으로 연결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해에서 유시민 대표가 실패했지만 이는 유 대표의 정치지도자 성장과정에서 그렇게 나쁜 경험만은 아니”며 “손학규 대표는 지금부터 리더십의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엇갈린 성적표가 나온 것도 관심을 끈다. 정성희 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의 선거 선전과 관련해 “분열 이후 조직이 복원되었고, 젊고 참신한 이정희 체제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어느 정도 인정받는 부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당원들의 헌신적인 밭갈이와 진보진영의 일치단결이 이런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이재영 의장은 진보신당의 패인에 대해 “후보 발굴도 잘 안되었고 후보의 경쟁력도 낮았으며, 우리가 강하지 못한 선거구에서만 재보궐선거가 열리는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회찬 위원장은 “진보신당의 선거결과는 매우 아쉽다”며 “평소의 준비 상태를 보여준 것으로 보이고, 울산 중구도 진보신당의 후보가 경쟁력이 있었는데 단일후보가 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다만 노 대표는 “전주에서 황정구 도의원 후보가 36%를 얻은 것은 전북지역에서 진보정당의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있는 성과”라고 덧붙였다.

    박상훈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민주노동당이 지난 선거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연합을 통해 실리를 얻어냈다는 점”이라며 “반면 진보신당은 민주노동당에 견줘 어떤 존재감을 드러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선거에서 플레이어로 자리잡지 못하는 상황이 누적되면 정당의 기능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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