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 말문 잃게 한 ‘재·보선 쇼크’
        2011년 04월 28일 10:1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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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표 결과로 나타난 민심은 분명했다. 국정운영에 실패한 청와대와 한나라당에 대한 냉혹한 심판이었다.한나라당은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던 분당(을)에서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를 꺾자 충격에 빠졌다. 강원지사 선거에서도 여론조사에서 한참 뒤져있던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를 이기는 이변이 연출됐다.

    전남 순천 국회의원 선거에선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가 무소속 조순용 후보를 눌렀고, 한나라당은 김해을에서 김태호 후보가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를 이긴 것에 만족해야 했다.

    참모들과 개표방송을 보던 이명박 대통령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관사로 돌아갔다는 후문이다. 투표가 끝난 지 하루 만에 벌써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에 대한 개각설이 흘러나오고,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한나라당 안에서 터져 나온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패배한다는 위기감이 한나라당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오롯이 투표의 힘이다. 손학규 당선자는 분당에서 이긴 후 가진 언론인터뷰에서 “이번 승리는 변화하라는 국민 명령”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4월 28일자 1면 

    다음은 28일자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분당을 손학규 승리…한나라 재·보선 완패>
    국민일보 <‘숨은 표’가 갈랐다, 한나라 완패>
    동아일보 <손학규, 날개 달다>
    서울신문 <재보선 야 사실상 승리>
    세계일보 <분당의 반란…한나라, 텃밭서 패배>
    조선일보 <등돌린 중산층…한나라 ‘분당 쇼크’>
    중앙일보 <‘분당 우파’의 반란>
    한겨레 <분당도 등 돌렸다…한나라당 참패>
    한국일보 <손학규, 총선·대선구도 뒤흔들다>

    현역의원 100명 투입하고도 패배, 한나라 ‘분당 쇼크’

    “한나라당은 충격에 빠졌다. 분당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한 번도 진 적이 없을 만큼 텃밭으로 여겨져 온 곳이다. 그런 분당에서 한나라당이 현역의원 100명을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치고도 패배한 것이다.”

    조선일보가 전한 분당지역의 여당 패배가 갖는 의미다. 총선을 바라보는 한나라당 수도권 의원들의 위기감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선 이 추세가 내년 총선까지 이어진다면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전멸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당장 수도권 의원들은 긴급 모임을 갖고 지도부 총사퇴와 비상대책위 구성, 당·청 관계 개편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는 벌써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원희룡 사무총장 등이 28일 사퇴 의사를 밝힐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운영에도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게 언론들의 공통된 견해다. 청와대가 개각을 서두르기로 한 이유다.

       
      ▲동아일보 4월 28일자 3면 

    조선일보는 청와대가 재보선을 계기로 교체가 필요한 장관들을 가능한 빨리 바꿀 계획이라며 이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다음 주 중에는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관 교체가 거론되는 부처는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 통일부 등이다. 여권에서 재보선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될 경우 일부 수석 경질 등 청와대 개편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개표 상황을 지켜보다 패색이 짙어지자 별 말 없이 먼저 관저로 올라갔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완패시킨 넥타이부대의 힘…“정권 심판론 통했다”

    한나라당의 완패 원인에는 큰 이견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단적인 스타일과 국정운영의 실패가 가져온 결과라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3면 <‘정권 심판론’ 손들어줬다>에서 “치솟는 물가와 전세난을 비롯한 경제난과 국책사업의 난맥 등에 대해 집권 여당에 ‘경고음’을 보낸 것이자 보수층은 한나라당 깃발 아래 결집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지난 3년간 정부와 여당은 ‘경제성장’을 외쳐왔지만 고물가와 전세난, 실업난 등 민생고에 시달린 서민과 중산층이 불만을 표출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4월 28일자 2면 

    조선일보도 2면 <출근 전에 투표, 퇴근하고 투표…분당 넥타이부대가 움직였다>에서 “부동산값 하락과 금리인상 기조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물가불안과 전세난까지 겹치면서 여권의 경제 운용에 대한 믿음마저 깨지게 됐다”며 “‘이명박 정부 심판’ ‘중간평가’란 손 후보의 승부수가 이 공간을 파고든 것”이라고 패인을 분석했다.

    언론들은 분당을 선거에서 넥타이 부대가 승패를 갈랐다는 사실에 특히 주목했다. 민생고의 직접적 피해 계층인 30~40대 직장인이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의 경제살리기’를 택했지만 이제는 ‘민생고’ 해결의지가 없는 현 정부에 대해 강력한 반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투표소 줄이 너무 길어 기다리다 말고 출근을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달려간 사람도 많이 눈에 띄었고, 아예 지각할 것을 각오하고 투표했다는 직장인들도 많았을 정도로 이번 선거는 분위기부터 달랐다는 분석이다.

    분당을에선 총 8만1636명이 투표했는데 오전 7~8시 사이에 1만4730명, 오후 6~8시까지 두 시간 동안 1만5002명이 투표해 ‘W’ 자형 그래프를 보였다. YTN출구조사 결과 20대 58.2%, 30대 72%, 40대 68.6%가 민주당 손학규 후보를 찍은 것으로 집계됐다.

    중앙선관위 직원이 “혁명적 투표율”이라고 외쳤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던 이번 재보선 투표율은 국회의원 선거구 3곳 모두 40%를 넘겼다. 세계일보는 선거 결과에 대해 <‘한나라 천당’ 서도 민심 이반…MB정권 ‘빨간불’>로 제목을 달았다.

    야당 후보 단일화의 힘·SNS 투표 독려의 힘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야권 후보 단일화의 위력이 통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분당을, 김해을, 순천과 강원도 지사 선거 등 주요 선거에서 처음으로 100% 단일화를 성공시킨 야권 앞에서 김해을만 빼면 한나라당이 무력하게 무너졌기 때문이다.

    호남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에선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등 야 4당의 지지율을 합쳐도 한나라당 지지율에 못미치거나 엇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4개 정당의 단일 후보는 대다수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이겼다.

    야권의 ‘단일화’의 힘에 주목한 조선일보는 “유권자들이 야권의 개별정당은 선호하지 않더라도, 반여정서는 그만큼 깊고 넓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현재와 같은 반여정서가 반전되지 않는 가운데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야권 단일 후보 대 한나라당 후보의 1대1 대결이 이어지면 야권이 승전보를 독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서울신문 4월 28일 5면 

    한편, 지난 선거에서도 여론의 향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던 트위터의 투표독려 열기도 뜨거웠다. 서울신문은 5면 <또 빛난 ‘트위터의 힘’>에서 선거 당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는 온통 선거관련 글로 도배되다시피 했으며,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 안동 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과 소설가 이외수씨, 김제동씨의 투표독려가 이어지면서 투표율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번 재보선의 최대 승자는 손학규…“대선·당권 날개 달다”

    언론들은 이번 재보선의 최대 수혜자로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꼽았다. 동아일보는 1면 <손학규, 날개 달다>에서 “‘경기도의 강남’으로 불려온 한나라당 텃밭에서 승리를 거둠으로써 손 대표는 명실상부한 야권의 차기 대권후보로서의 행보에 탄력을 받게 됐다”고 전망했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경남 김해을 선거에서 패하면서 손 대표 쪽으로 쏠림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한국일보도 “손학규 대표가 총선·대선 구도를 뒤흔들었다”며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급부상하게 됐다”고 내다봤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들과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심은 청와대와 한나라당에 진정한 반성과 변화를 요구했다”

    한겨레는 사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이래도 민심을 외면할 텐가>에서 “한나라당의 패배는 사실 오래전부터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패배 이후 국정운영 방식의 전면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여권은 요지부동이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인사와 정책, 국민과의 소통방식, 당청관계 등 모든 면에서 환골탈태하겠다는 각오로 나서지 않는 한 앞으로 더한 시련이 닥칠지도 모른다”며 “특히 이 대통령의 진정한 반성과 변화는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 4월 28일자 사설

    조선일보도 사설 <한나라당, 이제 민심을 알겠는가>에서 “유권자들은 이번 재보선을 통해 현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해 이대론 안된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당의 개편과 함께 청와대와 내각, 특히 경제팀의 교체를 서둘러 ‘불통 정부’라는 오명을 벗고 민심에 부응하는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앙일보는 민심보다는 여소야대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아일보는 사설 <이명박 정권, 총체적 개혁 나서야>에서 “6·2에 이어 이번 재보선은 보수·우파 한나라당 정권의 기로를 알리는 표지판이다. 앞으로 야권은 모든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라는 성벽을 쌓을 것”이라며 “이 성벽 앞에 서 있는 한나라당 정권은 제대로 변신하지 않으면 내년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로 추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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