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현장 바람불어야 통합 성공"
        2011년 04월 26일 07: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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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계에서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그리고 이후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분당 이후 기존의 진보정당운동에 거리를 둬왔던 노동운동 진영의 주요 활동가들이 새 진보정당 창당 이후까지 염두에 두고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노총 전직 위원장들 동참

    특히 과거 중앙파, 국민파 쪽으로 분류됐던 주요 인사들이 함께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분당과 함께 정치적으로 나뉘어졌던 이들이 통합의 경로에서 다시 손을 잡는다는 점에서도 이들의 향후 행보는 노동계 안팎에서 예의 주시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임성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25일 <레디앙>에 기고한 글에서 “노동운동 진영이 노동정치 재정립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오는 28일 이를 위해 ‘제안을 위한 제안자 대회’를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후 5월 1일 노동자대회에서 이를 전면화하고, 5월 말 경 본격적인 조직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메이데이 노동자대회에서 발표될 이들이 제안 내용과 제안자 명단에 들어갈 면면에 대해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안자 대회 준비에 참여하고 있는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제안 내용은 크게 봐서 새로운 진보정당의 건설과 노동자들의 중심성을 강조하는 것"이며 "전직 민주노총 위원장 대다수가 제안자로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안자 대회’ 조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임성규 전 위원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지난 6일 1차 초동모임에서 국민파와 중앙파 활동가 20여 명이 모였으며 오는 28일 경에는 50명 이상 모여 공식적으로 채택될 제안서 내용 등에 대한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이같은 모임이 또 다른 정파의 출범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임 전 위원장은 “노동자들이 공직, 당직에 진출하기 위한 통합 정파나 단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노동계급을 위한 정책을 생산하고 이를 진보정당을 통해 관철하기 위한 모임”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정파가 아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민주노총을 대표해서 무엇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며 “민주노총이 80만 조합원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1,000만 노동자들을 대표해 운동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있는 만큼, 노동자들이 직접 정치영역에서 비정규직들을 대거 조직화, 정치화하고 새롭게 건설되는 진보정당 안에서 노동계급의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과정뿐 아니라, 건설 이후 당 내 노동정치를 확대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임 전 위원장은 <레디앙> 기고에서 “새 진보정당이 제대로 건설되고 성공하려면 노동운동이 바람을 일으키고 그 바람은 장차 당원 둘 중의 한 명 이상은 반드시 노동자 당원일 수 있도록 조직화로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의 움직임에 대해서 최근 제안 기자회견을 한 바 있는 ‘진보의 합창’과 따로 할 필요가 있는지, 민주노총의 공식 집행부가 있음에도 별도의 조직적 움직임이 바람작한 것인지에 대해 흔쾌하게 동의하지 않는 시각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임 전 위원장은 <레디앙>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진보의 합창은 노동 바깥의 영역에서 새 진보정당의 외연을 확대하는 역할을 하고, 우리는 아래로부터의 대중적인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통해 진보정당 운동을 확대 강화시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종의 ‘임무분담론’이다.

    임 전 위원장은 이어 “노동진영에서 탄력이 붙기 시작하면 노동 바깥 부분과 기존의 진보정당까지 함께 할 생각이었는데 먼저 진보의 합창이 나와서 약간 당혹스럽기도 하고, (노동운동 진영 내부에)혼란도 있었다”며 ‘진보의 합창’에 합류하지 못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에도 현장노동자 대상화되면 곤란

    이와 함께 이들은 ‘진보의 합창’이 주로 명망있는 개인들의 참여가 중심이 되는 조직이기 때문에, 발빠르게 움직이는 상층연대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해야 자신들의 조직화 방식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노동계 제안자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장은 ‘진보의 합창’ 같은 데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아래로부터의 조직화가 없을 경우 ‘너희들끼리 잘 해봐라’ 하는 부정적 반응이 나올 수도 있고, 실제로도 그렇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동자들이 중심이 돼서 처음으로 진보정당을 만들었는데, 그 이후 노동자 대중은 당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으로 떨어졌다"며 "이번 통합 과정이나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과정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안된다는 문제의식이 이런 움직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노동자 제안자 대회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움직임이 별도의 ‘조직적 전망’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한 목소리로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민주노총이 중심이 돼서 진행되고 있는 통합과 새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사업들이 현장에서 전혀 관철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민주노총 중앙의 지도력이 현장에서는 전혀 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의 진보정당 통합추진 기구가 사무총국 중심으로 구성됐고, 실무력과 통합력이 부족하다"며 "이를 보강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 그룹들이 실제로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은 경우 "현장으로부터의 통합 움직임은 잘 조직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주노총 통합추진 기구 구성 다양하게

    이 관계자는 "우리가 지금 전개하려 하는 현장 중심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사업은 실제로는 민주노총의 공식 조직을 통해서 진행돼야 되는 일"이라며 하지만 "공식 집행부의 지도력과 집행력이 현장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현실을 현 시점에서 그대로 두고 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현 집행부에 대한 지원과 압박의 두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제안자 대회를 준비하는 또다른 인사는 "우리는 8자 연석회의 등 상층 논의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아래로부터의 움직임이 빠져 있다는 점을 문제로 생각한다"며 "현장의 힘을 조직하는 한편, 그 동안의 노동자 정치운동에 대한 평가와 반성 그리고 앞으로의 역할도 모색해보자는 게 이번 모임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이라고 설명했다.

    진보정당의 한 관계자는 노동계 주요 인사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중앙파, 국민파라는 정파가 과거처럼 분명한 형태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모임을 준비해가는 사람들이 현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평가했다.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의 핵심 지도부, ‘진보의 합창’ 주요 관계자들 그리고 이번 통합과 노동자 중심성을 강조하는 제안 모임 노동계 관계자들이 밖으로 내세우는 목표는 큰 차이가 없다. 진보진영의 대통합과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현상적으로는 제각각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는 서로에 대한 불신들이 일정 부분 깔려 있는 것이 반영된 결과다. 연석회의 대표자회의에서 합의한 9월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목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동일한 목표를 향한 다른 움직임들이 하나로 모아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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