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 얼룩 재보선, 언론보도는 '입맛따라'
        2011년 04월 25일 10: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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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7재보선이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주요 일간지들 역시 일제히 선거 관련 소식을 비중있게 내보내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불법선거운동’이다. 지난 22일 강원도지사 선거에 나선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 측의 ‘불법 콜센터’가 발각된 이후, 여야는, 그리고 언론들은 물고 물리는 난타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논조를 살펴보면 진보 성향의 언론들은 엄기영 후보와 관권선거 개입 의혹이 불거진 이재오 특임장관 등 여권에 집중 공격을 퍼붓고 있고, 이에 반해 보수·중도 언론들은 야당의 불법 의혹 사례도 거론하며 ‘혼탁’을 부각하고 있다.

    엄기영 후보 비판에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한 언론은 경향이다. 경향은 1면 머리기사 <엄기영 불법선거 뒤에 ‘여당 조직’>을 통해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과 엄기영 후보 쪽 인사들이 전화홍보원들을 불법 동원한 선거운동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과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썼다.

    경향은 이 기사에서 민주당 이낙연 사무총장의 24일 기자간담회 발언을 인용해 “(민주당 진상조사단의 확인 결과) 현장에서 적발된 두 명(김씨·권씨)은 한나라당 핵심 당원이자 ‘동사모(동계스포츠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이고, 엄 후보의 사조직인 ‘민단협(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지원 민간단체협의회)’ 회원”이며 “특히 펜션을 임차한 권씨는 한나라당 강릉지역위원회 전 청년위원장”이라고 보도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어 “한나라당 선대위 핵심관계자가 아니면 확보할 수 없는 대의원 명부, 국민선거인단 명부, 유권자 명부가 다량으로 발견됐다”며 “수천만, 수억원의 금액이 오갔는데 어떻게 자원봉사인가”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펜션 집기 렌털업체 대표가 “복사기 등 사무기기를 한 달 전에 빌렸다”고 말했다면서 전화방이 한나라당 강원지사 경선(4월4일) 이전부터 운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향신문 25일자 1면

    다음은 4월 25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이다.

    경향 <죽음 권하는 사회서 젊은이들 ‘신음’ 여전>
    국민 <부활의 소망으로 국가와 사회에 희망을>
    동아 <“위치정보 수집 해명하라” 각국 애플에 요구 확산>
    서울 <‘건보적자 메우기’ 또 국민 몫?>
    세계 <‘혼’ 빠진 범종 복원>
    조선 <10대그룹, 3년간 빚 205조 내 덩치 불렸다>
    중앙 <해외 ‘3색 신호등’ 사진만 찍고 왔다>
    한겨레 <‘김해을’ 수첩 주인은 특임장관실 팀장>
    한국 <농협 협력업체 직원 노트북에 전산망 비밀번호 무방비 노출>

    조선, ‘엄기영 vs 최문순 공방’ 침묵한 까닭은?

    한겨레도 기사와 사설에서 정부여당과 선거관리위원회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공무원 선거개입, 군사독재 때나 하던 짓>이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엄기영 후보는 TV토론에서, 현장에서 붙잡힌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나선 사람들이고 자신은 몰랐다고 변명했다고 한다. 5만원씩 일당까지 지급받았다는데 단순한 자원봉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믿기 어렵다”며 “검찰과 경찰이 엄정하게 수사해 불법선거의 배후와 주모자들을 낱낱이 파헤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겨레 25일자 31면

    한겨레는 특히 이재오 특임장관실 관계자가 주민 동향 파악 등 경남 김해을 보궐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점도 거론하면서 “이 두 사건을 보면서 정부여당에 책임을 엄히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아보겠다고 나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부여당이 앞장서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에게 선거에 개입하라고 시키는 것은 군사독재 때나 하던 짓”이며 “적어도 민주정부 이후 그런 일은 없었다. 우리 정치사를 10년 이상 후퇴시키는 큰 죄를 짓고 있다는 점에 대해 커다란 각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보수 언론들은 이들 진보 성향이 비중있게 다루지 않은 민주당 최문순 강원도지사 후보 측의 ‘불법 의혹’에도 초점을 맞췄다. 중앙의 <엄기영 측 “최문순, 허위문자 22만건 발송”…최문순 측 “엄기영, 콜센터 조직적 개입”>과 동아의 <최문선 ‘여 불법콜센터’ 맹공…엄기영 “야는 허위문자” 맞불>이 대표적이다. 조선은 엄기영 후보 측의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나름 크게 다루었던 23일자와 달리, 25일자에선 엄·최 후보 관련 소식 자체를 거의 싣지 않아 대조를 이루었다.

       
      ▲동아일보 25일자 4면 

    동아는 위 기사에서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의 지지자들이 불법 전화 선거운동을 하다가 22일 적발된 일명 ‘강릉 콜센터 사건’이 기폭제가 되어 강원도지사 보궐선거는 막판 불법·혼탁과 상호비방전으로 치닫고 있다”고 전하면서 “엄 후보 측도 최 후보 측이 ‘1% 초박빙(SBS 8시 뉴스)’이라는 내용의 허위 문자메시지를 유권자 22만명에게 발송했다며 불법 의혹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최 후보 측은 이에 대해 “우리가 이 문자메시지를 다량 발송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SBS 8시뉴스에 보도된 것처럼 게시된 인터넷 뉴스를 본 실무자가 이에 대한 확인 없이 그대로 발송한 것이 실수였을 뿐 고의성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최 후보 자신은 23일 TV 토론회에서 “(문자메시지 발송은) 강릉 콜센터 사건과는 본질적으로 다른데도 (엄 후보 측이)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은 기사뿐 아니라 <불법 선거운동 의혹 철저히 규명해야>란 제목의 사설에서도 두 후보 측의 의혹을 모두 거론했다. 중앙은 사설에서 “4·27 재·보선에 출마한 후보들의 불법 선거운동 사례나 의혹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지역의 선거를 전국적인 선거처럼 과열시키더니 급기야 불법 선거운동과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혼탁상을 보이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선관위와 사법당국은 철저히 조사해 불법이 있다면 의법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흙탕 선거’ 부각하며 투표율 걱정

    이외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언론들의 재보선 관련 보도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과 세계 1면에는 <역시나 도진 ‘진흙탕 선거전’>, <재보선 막판 혼탁 극심>이란 비슷한 관점의 기사가 각각 실렸다.

       
      ▲한국일보 25일자 1면 

    한국은 기사에서 “재보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대다수 지역의 판세가 혼전인 가운데 여야는 불법 선거운동을 벌이거나 고소ㆍ고발전에 치중하고 있어서 극심한 선거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썼다.

    흥미를 더하는 건 한국 4면에 실린 판세 분석 기사다. 한국은 “세대별 투표율과 여야의 막판 고발∙비방전, 부동층의 향배 등이 4ㆍ27 재보선 막판 변수로 부상했다”면서 “특히 강원지사 보궐선거에서 우세를 유지해왔던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 측의 불법전화 홍보가 적발된 것이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낙마로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된 지역 민심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제는 다음이다. 이어 “일단 여당 후보에게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비방전이 장기화할 경우 정치혐오감을 키워 젊은 층의 투표율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한 여론조사 전문가의 언급이 나온다. 이 기사의 부제목 역시 <비방전 장기화땐 정치혐오감에 투표율↓ 우려>이고 실제 그럴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순간 언론이 할 역할, 그리고 책임은 없을까?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진흙탕 선거’를 부각하는 언론이 “정치혐오감에 따른 투표율 하락” 걱정을 하고 있는 형국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은 <재보선 혼탁 불법공방 유권자가 심판하자>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여야 정당들이 주도해서 유권자의 눈과 귀를 흐리게 하는 퇴행적인 선거전 행태에는 엄정한 법 집행으로 철퇴를 가해야 한다”면서 “그전에 유권자들이 그들 주장의 청탁(淸濁)을 가려 심판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이틀 뒤 투표를 통해 불법의 싹을 자르면 된다”고 주장했다.

    “각 후보 진영이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내지르고 봤다면 유권자가 나설 수밖에 없”으며 “한 선거를 두번 세번 치르게 됨으로써 야기되는 모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유권자 모두가 재·보선으로 인한 피해자라는 인식을 갖고 또다시 후회하지 않도록 선거 결과로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들이, 역시 사설에서 언급된 “여러 사례들이 명백한 불법 행위인지, 선거에 악용하려는 저급한 술책에서 비롯된 흑색선전인지” 제대로 가려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만큼 유권자들의 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국회에는 정치자금법이나 뇌물수수, 선거관련법 위반 등으로 재·보선 사유를 제공한 경우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묻는 법안이 제출되어 있다고 한다. 서울은 “여야는 이 법안에 대한 논의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일보 25일자 4면 

    회담장 내부가 몹시 궁금했던 북한 병사

    25일자 신문 1면에는 ‘기사’가 아닌 ‘한장의 사진’이 진보·보수 언론을 막론하고 일제히 주요 뉴스로 실려 눈길을 끌었다. 한국·호주 수교 50주년을 맞아 공식 방한 중인 길라드 총리가 24일 판문점을 방문한 가운데, 군사정전위 회담장에서 설명을 듣는 총리 일행 뒤편에 회담장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한 북한군 병사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창문 속이 몹시 궁금한 듯 유심히 내부를 살피는 이 병사의 호기심어린 표정은, 조금씩 각도가 다르긴 했으나 국민·경향을 제외한 7개 일간지 1면을 모두 장식했다. 특히 한겨레·조선·중앙·한국이 고른 사진은 똑같았다.

       
      ▲중앙일보 25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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