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심의 중심에서 의심을 해방하다
        2011년 04월 23일 12: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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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근대 철학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데카르트의 형이상학을 대표하는 저작 『성찰』(양진호 옮김, 책세상, 7900원)의 새로운 완역본(라틴어 원전 번역으로는 두 번째)이다.

    데카르트는 평생을 프랑스 종교 내전과 30년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살면서 철학 대 신학, 구교 대 신교, 구교 내 개혁과 보수로 대립하던 사상의 전선을 마주해야 했다. 이성 없는 신앙은 광기와 살육으로 이어진다는 시대의 교훈 앞에서 그는 이성에 기초한 소통의 단초를 찾기 위해 인간 내면을 성찰했다.

    이 책은 모든 것에 대한 의심에서 출발해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학문의 토대를 발견하고, 다시 그 모든 것을 의심에서 해방시키는 정신의 자기 성찰 과정이다. 이것은 곧 ‘생각하는 자아’를 철학의 제일원리이자 근대적 주체로서 발견하는 철학의 혁신 과정이기도 하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있다”라는 코기토Cogito 명제는 데카르트의 이상적 인간관이자 공동체 구성 원리였고 정치관, 종교관이자 학문론이었다. 이 책을 통해 이전의 철학적 주제들은 새롭게 정비되었고, 방법론적 측면에서는 누구도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하는 사유의 혁명이 이루어졌다.

    데카르트의 ‘성찰’은 현실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묻고 따지는 사유의 방식이자 고립된 주체 간의 소통의 길을 모색하는 철학의 근본 행위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과정과 결실을 보여준다.

    또한 옮긴이는 해제에서 데카르트의 삶과 시대와 사유를 총체적으로 조감하는 한편 당대로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데카르트가 유럽 철학사에 미친 영향을 소개함으로써 데카르트 철학의 역사적, 철학적 의미를 섬세하게 드러내고 있다.

    데카르트의 전사(前史)에서 시작해 이 책의 주제와 방법론의 혁신적 의미를 거쳐 최근의 연구 동향 및 현재적 의미로 이어지는 해제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완결된 텍스트로서, 데카르트 철학 및 근대 철학사 이해를 위한 길잡이로 손색이 없다. 

                                                      * * *

    저자 : 르네 데카르트 (Rene Descartes)

    예수회 학교에서 프랑스어, 라틴어 문법, 그리스-로마의 수사학, 논리학, 윤리학, 자연 철학, 수학, 형이상학 등을 공부했고 대학에서는 법학을 공부했다. 학교를 떠난 후에는 약 3년간 네덜란드와 독일 지역에서 군 생활을 하며 북유럽 여러 지역을 여행했다.

    이후 찾아간 파리에서는 예술, 과학, 종교, 철학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상 검증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는 이런 파리를 떠나 사상적으로 개방되어 있던 네덜란드로 이주해 약 20년간 머물며 주요 저술들을 집필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 방법론을 비판하고 자신의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는 프랑스어 저작《방법서설》을 출판했다. 이후 이 방법이 의존하는 제일원리를 ‘생각하는 자아’로서 확고히 제시한《성찰》을, 철학을 비롯한 자신의 학문적 성과들을 집대성해 교과서 형식으로 집필한《철학의 원리》를 출판했다.

    자신의 당대부터 뜨거운 찬반 논쟁을 불러왔던 데카르트는 이후 철학을 비롯한 모든 학문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유럽의 역사에서는 근대의 출발점으로, 철학사에서는 근대 철학의 아버지로 평가받는다.

    역자 : 양진호

    철학 고전 번역 작업과 병행해 유럽 근대 철학을 주제로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칸트의 선험 철학과 존재론의 관계에 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철학자들의 자발적 참여 네트워크인 ‘전국철학자앙가주망네크워크(PEN)’의 실무도 맡았다.

    스피노자의《데카르트 철학의 원리》를 번역했고,〈스피노자의《데카르트 철학원리》(1663) 연구 (1) :〈서론〉에서 ‘신 증명’과 ‘순환논증’의 문제〉,〈방법적 회의는 어떻게 가능한가 : 데카르트의 판단-의지 이론에 관한 연구〉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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