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대통합, 야권 선거연대 병행 논의
    단일정당, 폭력적 용어…노동있는 복지
        2011년 04월 22일 06: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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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진보신당 전국위원회는 ‘노회찬 새 진보정당 추진위원장 인준’을 위한 원 포인트 회의였다. 인사와 관련된 부분에 단일 안건이지만 회의는 4시간이나 진행되었다. 그만큼 노회찬 추진위원장을 둘러싼 쟁점이 많았고 이견은 팽팽했다.

    독자파 전국위원들은 노회찬 위원장이 진보대통합을 강하게 주장하고 내년 총선에서 가설정당을 만들 것을 주장한 것은 당 대회 결정사항과 배치되는 것이라 주장하며 인준을 반대했다. 그러나 노회찬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당 대회 결정사항을 존중한다”고 말했고, 전국위원회는 결국 62%의 찬성률로 그를 인준했다.

       
      ▲인터뷰 중인 노회찬 진보신당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추진위원장(우)과 이광호 <레디앙> 편집국장(사진=정상근 기자) 

    노 위원장은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과정에서 패권, 북한 문제가 갔는 의미, 대안적 공동가치, 국민참여당의 참여 문제, 2012년 선거 연대 전략 등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노동의 배제와 탄압은 복지와 병행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심상정 전 대표와 이견을 보였던 연립정부론에 대해서 노 위원장은 찬반을 따지자면 자신은 ‘반대의 입장에 있지 않다’며 다만 다양한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지금 그 문제를 논의할 때가 전혀 아니"라고 밝혔다. 노 위원장은 또 “세력 간 통합이 아닌 비정규직, 서민 등 정치에서 소외된 주체들을 새 진보정당의 새 주체로 세우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18일 오후 진보신당 대표실에서 이광호 <레디앙> 편집국장이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 *

    20년만에 다시 맡은 ‘임무’

    – 90년대 초에 진보정치 추진위원회(진정추) 대표를 맡았다. 이제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새로운’ 진보정당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새로운 진정추’ 위원장이 된 개인적인 소회를 얘기해 달라.

    = 감회가 새롭다. (진정추)당시는 진보정당을 만들자고 하는 사람들 자체가 소수파였다. 민족민주진영 등 다수파는 진보정당이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는 경향이 많았다. 그래서 정말 독립운동 하듯이, 자갈밭을 일구는 그런 상황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주객관적 정세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당시에는 초기 진보정당의 실패, 민중의 당, 한국노동당 등의 실패 위에서 진보정당을 재건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나는 실패의 경험 속에서 교훈을 얻어내야 새 진보정당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나는 실패의 첫 번째 원인으로 다수의 동의와 참여로 진보정당을 출범시키지 못하고, 운동진영이 분열해 특정 정파만의 당으로 출발한 점을 꼽았다.

    두 번째 원인으로 당시 노동운동의 참여가 있기는 했으나 조직된 노동운동의 공식 지지선언 없이 각자가 참여했던 점, 세 번째는 국가보안법, 선거법 등 법적 제약을 꼽았다. 당시 (진정추를)추진하면서, 세 번째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해나가야 되는 문제지만 앞의 두 가지 문제는 우리가 해결을 해야 진보정당 창당이 가능하다고 봤다.

    그리고 전국연합의 주요 부분이 새로운 진보정당에 참여하고, 민주노총이 지지를 선언하면서 10년 만인 2000년 1월, 민주노동당의 창당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리고 다시 20년 후, 나는 새로운 진보정당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나는 여전히 우리가 당 건설기를 경과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새로운 당이 창당된다고 당 건설이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당이 뿌리 내리고 골간을 갖추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돌아가야 할 시점은 2008년이 아니라 2004년

    – 2008년 분당 이후 진보정당 운동에 대한 진지한 평가와 성찰을 할 사이도 없이 총선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 이후에도 의미 있는 대중적 평가가 없었던 것 같다. 이제 또 선거를 앞두고 통합 논의가 한창이다. 연석회의는 다자간 협상 테이블이라서 관련 논의를 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진추 활동에서 이 부분에 대한 논의 계획을 가지고 있나?

    = 평가와 성찰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실제로 진보신당이 2008년 3월 창당하고 아주 급하게 총선 치른 직후에 당 차원에서는 조직적으로 진보정치 10년에 대한 성찰과 평가 작업이 있었다. 약 6개월 정도 작업해서 굵직한 보고서도 만들어 냈고, 나도 그 보고서를 천천히 봤지만, 성찰과 평가가 어느 정도 성숙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성찰과 평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에 기초한 새로운 실천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할 수 있는 기한이 짧았거나 우리의 역량이나 고민의 정도가 불충분했던 지점이 있다. 성찰 평가가 물론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일정하게는 추진되었다고 생각한다. 작년 9월 당발특위안을 만들어 낸 과정과 이번 당 대회 논의 과정도 물론 엇갈린 평가가 있겠지만 그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본다.

    분당이라는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는 역사적 시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으로 본다. 절대적 평가가 있을 수도 있지만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분당의 역사적 의미와 정치사적 의미도 달라질 수 있다. 분당이 진보정당 운동의 총체적 파국은 아니지만, 1기 진보정당 운동의 문제점이 분당이라는 파괴적 현상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우리가 돌아가야 할 시점은 2008년 3월이 아닌 2004년 3월이다. 분당이 잘 된 것이냐 잘못 된 것이냐는 논쟁은 무의미하다. 마치 분당이 없었던 것처럼 하거나 원인 무효를 선언하고 분당 이전으로 복원하는 것이 우리의 길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진보정당 운동의 하향곡선을 그린 2004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노회찬 추진위원장 

    2004년 진보정치가 최대 성과를 냈지만 정치세력화는 흔들리는 조짐이 보였다. 많은 경고의 목소리가 있었음에도 스스로 혁신하지 못해 2007년 대선에서 처참한 실패를 했고 연이어 분당이라는 상황이 이어졌다. 때문에 과거를 반성하고 돌아간다면 지지도가 최고에 달했던 2004년을 향해야 한다.

    2004년부터 진보정치 하향 곡선

    – 원내 10석을 얻은 2004년이 진보정치의 하향 변곡점이라고 판단하는 근거를 더 설명해달라.

    =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2004년의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2004년의 성과는 국민들의 유보적 지지였다. 지켜보고 제대로 잘 할 경우 지지하겠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그동안 한 일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이후 하게 될 일의 기대감 섞인 지지였다고 본다. 그래서 그때는 지금의 민주당 정도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이다. 

    문제는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에 비해 우리의 태세가 부족했다. 10석 정도의 힘을 가지면서도 현실에서 아파하는 노동자나 서민에게 다가서지 못했고 그들에게 당장 필요한 문제도 해결이 안 되었다. 그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일이 필요했음에도 우리는 오히려 우리의 높아진 지위를 바탕으로 우리의 얘기를 하기 바빴다.

    우리가 운동권 정당에서 환골탈태하고, 다양한 내부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그러지 못했다. 동시에 내부에서도 정파갈등이 커져갔다. 정파라는 것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 그것을 조직 내에서 완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구비하거나 리더십을 강화시키는 노력이 빨리 병행되었어야 했는데 오히려 갈등만 커져 나갔다.

    결국 대중적 관심사와 다른 문제로 우리 내부에서 싸우는 형태가 된 것이다. 우리가 추구했던 여성, 비정규직의 당은 구호로 그치고, 진척이 안된 상태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국민들이 우리에게 걸었던 기대를 철회하게 된 것이고 그 최하점이 2007년 대선이었다.

    의원 개개인은 잘 했지만, 팀워크가 문제

    – 같은 맥락에서 2004년 당시 민주노동당에 10명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해 달라.

    = 당시 민주노동당의 의원들은 대한민국 의회가 보여준 평균 이상의 능력이 있었다. 당의 조직적 뒷받침도 어느 당보다 충실했다고 본다. 그 속에서 마음껏 기량을 발휘했다. 개개인의 의정활동은 우수한 편이었다고 보이는데, 다만 하나의 집단으로서 어떤 역할을 했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면에서 미흡한 점이 많았다.

    의회 활동이 대중운동과의 관계에서 소통의 양과 질이 낮았다. 대부분이 부탁하면 들어주는 식의 청부활동이었다. 사실 비정규직 문제 논의 과정이나 주요한 노동 현안과 관련해서도 진보정당으로 책임 있게 나섰다기보다 민주노총의 요구는 받아줘야 하는 식이었고, 대여관계에서 방향을 상실한 적도, 전략적 판단이 부족한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우리 힘으로만 가능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 국가보안법 같은 경우도 원칙만 내세울 것 아니라, 7조(고무, 찬양 등)라도 제대로 없앴더라면 이후 수많은 피해사례들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공직자비리수사처 부분도 마찬가지다. 당시 열린우리당의 퇴행적 태도로 우리의 피해가 적지 않았지만, 우리 역시 진보정당 발전에 무엇이 도움될지 전략적 고민이 부족했다.

    – 패권 문제와 북한 문제가 통합 논의 과정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반드시 정리돼야 한다는 입장부터, 통합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들고 나오는 ‘알리바이’라는 주장도 있다. 과거보다 미래가 중요하다며 이 문제를 그냥 지나치기는 어렵다고 본다. 또한 이 문제가 과거의 문제만은 아니고, 미래의 문제이기도 하다. 통합 논의에서 이 문제가 차지하는 의미와 비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문제의식은 양당뿐 아니라 새 진보정당에 참여하는 모든 분들의 기대와 희망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모두의 문제라고 말하고 싶다. 대중정당이나 수권정당을 지향하면서, 남북의 특수 관계 속에서 놓였던 한국의 독립적 진보정당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갖는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사실 패권문제와 북한문제는 같은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패권문제의 경우 다양한 세력들이 진보라는 기치 하에 함께 모일 수 있지만 사안마다 바라보는 각도, 시각, 지향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들 세력이 어떻게 함께 하느냐가 중요했다. 브라질은 우리보다 스펙트럼이 넓은데 다원적 민주주의 강조되어있고 시스템도 갖고 있다.

    물론 시스템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부분인 것만은 틀림없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어렵더라도 노력을 기울여 제대로 합의하도록 만드는 리더십의 문제도 있다. 패권은 사실 만연한 문제다. 소수 세력이 다수와 똑같이 발언할 수는 없겠지만 공존하고, 서로가 보완할 수 있는 노력이 중요하다.

    새 진보정당과 북한 문제

    북한문제의 경우 우리가 인정할 현실이 있다. 3대 세습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은 아무 얘기를 한 바 없지만 여기에 대해 누가 지적한 적이 없다. 그런데 진보정당에 왜 그것이 되물어져야 하는가? 그것은 이데올로기적인 공격도 있지만, 진보세력이 친북세력 아니냐는 국민적 의혹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 때문에 제기되는 질문이다. 

    그리고 그 의혹을 불러일으키는데 진보세력에 일단의 책임이 있다. 나는 종북이란 말을 쓰지 않고 잘못된 용어라고 보지만, 비판할 때 비판하지 않고, 북한 정권이 하는 일을 문제 삼지 않고 지지했던 과거는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진보정당이)3대 세습을 지지하는 것 아닐까 하는 의혹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니, 우리도 언급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한 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겠으나, 의혹을 씻을 수 있는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고, 새 진보정당은 그런 단계에서 한 단계 혁신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 진보신당 당 대회의 북한 관련 결정 내용을 두고 장벽을 설치했다는 평가도 있고, 실질 논의가 시작될 수 있는 진보신당의 조건 또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된다는 견해도 있다.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신당 당 대회 결정이 6.15 선언-체제 인정-에 위배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4월 2일 중앙위 결정은 눈길을 끄는 대목도 있다. 남쪽의 독자적 진보정당 선언, 사안에 따른 북쪽 비판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점 등이 그것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진보진영이 이 문제를 피해가야 할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이고 창조적으로 논의를 이끌 필요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 짧은 시간 내에 그런 내용이 도출될 수는 없을 수 있으나, 정파적 입장을 넘어서, 진보정당의 대북관, 분단체제 인식의 21세기적 정립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진보 양당의 최근 결정 사항에 대한 평가와 논의 전망에 대해서 얘기해 달라.

    = 일단 민주노동당도 과거와 다르게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국민의 시각을 더 많이 의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향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충분한가에 대해서는 좀 더 심도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 사실 진보진영 누구에게도 익숙한 것과의 결별, 관성화된 사고방식 극복은 필요하다.

    국민적 시각에서, 특히 우리가 대변하려는 비정규직, 노동자, 서민들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다시 보는 것이 필요하고, 그런 점에서 이 사안 자체가 협상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것은 분명하다.

    북한 문제 뜨거운 쟁점될 것

    – 2012년 대선 전까지 공동대표제 실시, 1인 1표제 등 민주노동당이 패권 문제 해결을 위해 내놓은 대안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 나는 개인적으로 진보신당 창당 이후 민주노동당의 주요 인사들로부터 패권주의에 대한 깊은 반성을 담은 의사 표현을 많이 접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의 솔직한 말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1인 1표제에 대한 강한 확신과 도입에 대한 필요성, 열의 같은 것들도 많이 접했다. 그리고 그러한 제도나 방식들이 패권주의를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그러나 충분한가에 대해서는 더 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사실 백 가지 약속보다는 기본태세가 중요하다. 태세의 변화가 없다면 언제 어디서든 다시 이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논의 과정에서 다양한 세력이 함께 어울릴 태세가 되어 있는가 하는 점은 논의과정에서 확인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이것은 내년 총선, 나아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지역과 후보 조정 등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 새로운 진보정당의 지향점에 대해 ‘노동이 존중받는 복지국가 건설’을 강조하고 있다. 각 정파들이 유행처럼 또는 시대정신으로 주장하고 있는 복지 담론의 변별점의 기준선으로 증세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노 위원장께서 ‘노동의 존중’을 내세웠는데, 이것이 복지 담론의 변별점이 될 수 있다고 보는지. 복지가 재분배라면, 노동과 자본 사이의 1차적 분배를 강조했다. 보충 설명을 해 달라.

    = 요새 강연을 나가면 자주 언급하는 대목이 복지다. 그중에서도 ‘복지 감별법’에 대해 언급을 많이 하고 있다. 복지를 얘기하는 정치인들 중에는 진짜와 가짜가 있는데 이를 어떻게 감별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나는 좋은 노동, 노동유연화에 대한 전면적 전환을 얘기하지 않고 더 많은 복지 얘기하거나 강조하는 경우는 병을 주고 약을 주는 의사와 마찬가지라고 본다.

       
      ▲이광호 편집국장. 

    결국 1차 분배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고용이고, 노동시장 정책의 문제이며 그것이 신자유주의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다. 두 번째는 노동운동 억압 정책인데, 이것을 유지하면서 복지를 얘기하는 것은 장독 밑에 구멍을 더 크게 내면서 물을 더 붓겠다는 것이다. 이는 복지에 대한 실현성과 지속 가능성 모두를 의심스럽게 한다.

    노동정책 전환없는 복지는 허구

    오히려 복지에 대해 책임 있는 진지한 고민을 한다면 복지수요를 줄이는 노력부터 하고, 그래도 복지수요가 발생하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노동정책 전환이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정당은 과거 무상교육, 무상의료, 부유세 도입을 제기해서 사회적 주목을 얻은 바 있다. 하지만 우리가 원조였다는 역사적 사실에만 집착해서는 안된다. 자기가 원조였다는 사실만 강조하는 것은 실제로는 대안을 제시할 수 없는 무능을 고백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본다.

    물론 그 당시 선언적으로 복지를 제기한 것도 뜻 깊은 일이었다. 다만 현 시점은 그 얘기만 반복하는데 그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원조답게 지금과 같이 사회양극화가 심화된 속에서 복지에 관련된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전면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의 논쟁도 비생산적인 이데올로기적 논쟁이다. 어떤 것은 전면적으로 가야 하고, 어떤 것은 선별적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그것 자체를 논쟁하는 것은 단순한 자세에 대한 논쟁일 뿐이다. 때문에 복지 논쟁을 정치세력 간에 하기보다 국민과 대화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국민이 어떤 복지를 더 요구하는지 소통을 해서 국민을 대변하는 복지 정치세력이 되어야 한다.

    – 언술수준에서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나 보수세력들은 ‘고용이 곧 복지’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노 위원장의 얘기와는 그 의미가 다르겠지만, 현상적으로는 유사성이 있다. ‘감별법’을 말해 달라.

    = 고용은 1차 분배 과정에서의 중요한 지점이고, 복지는 1차 분배 후 남는 문제를 다루는 2차 분배이기 때문에 고용이 곧 복지는 아니다. 다만 좋은 고용이 되면 복지수요가 적어지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나 보수세력들이 어떤 고용을 해왔는가? ‘복지가 고용’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명박 정부야 말로 반복지-반고용 세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평등, 연대, 평화, 생태 보편적 가치로 손색 없어

    – 노 위원장은 독자적이고 강력한 진보정당의 건설이라는 기본 원칙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다. 가치와 주체가 항상 주요 논의의 대상이자, 실천적 과제이며, 당면한 선택 사항이다. 이 둘은 형식적으로는 분리 논의가 가능할 수 있지만, 현실 속에서는 함께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복지, 반신자유주의, 6.15선언 지지, 반자본주의 등 다양한 층위에서 다양한 기준들이 제시되고 있는 것 같다.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유일한 기준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어떤 대안적 가치가 중심이 돼야 된다고 보나.

    = 가치라고 하면 굉장히 추상적인 담론을 말 할 수밖에 없다. 다만 나는 평등, 연대, 평화, 생태라는 진보신당의 가치가 특정 당의 고유 개념이라기 보다 새롭게 만드는 진보정당의 보편적 가치로 손색이 없다고 본다. 다만 구체화할 필요는 있다. 평등은 기회의 균등, 차별 금지가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비정규직, 사교육 현실 타파가 주요한 정책과제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자유주의 세력과 이러한 근본 문제에서 일치할 수 있는지 대단히 의문이다. 어느 정파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그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다른 길을 걸어왔던 게 아닌가? 그런 점에서 그들과 함께 하고자 한다면 충분히 검증이 필요하다.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특히 복지가 유행하고는 있지만 일본에서 원전사고가 터진 것을 계기로 생태문제 제기되고 있는데, 이런 문제도 진보의 주요한 가치로서 확인될 필요가 있다. 원전정책, 에너지 정책, 이른바 개발주의 정책, 지금도 (자유주의 세력은)개발주의에 대해서는 지난 정권과 현 정권이 서로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 왔다.

    기득권 버리고 나서야

    – 복지국가 진보정치연대라는 진보신당 내부 의견 그룹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복지를 접착제로 해서 민주당 일부까지 함께 하는 단일정당론을 주장하고 있다. 당 대회 결정과 다르고, 진보정당의 독자적 세력화와도 입장이 다른 것 같다. 어떻게 평가하나?

    = 그쪽의 주장을 더 들어는 봐야겠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내가 2008년 10월에 제기한 민들레연대, 복지국가 중심 새 진보정당 건설과 유사한 면이 있다. 당시 나는 정치세력 간 담합에 의한 새 진보정당 건설보다는 정책과 가치를 중심으로 헤쳐 모이자, 그렇게 되면 과거 지난 정권에 참여했더라도 불문하고 함께 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나의 이런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민주당 쪽 사람들이 복지국가를 얘기하고자 한다면 민주당을 나와야 한다. 그런데 단일정당론은 오히려 민주당으로 들어오라는 것 아니냐, 그럼 민주당이 복지 중심의 당이냐? 그렇지 않다. 복지를 가지고 단일정당 만드는 목표가 있다면 (민주당)당 내에서 활동할 것이 별로 없다.

    (야권 단일정당이)가능하냐, 아니냐는 질문은 자유주의 정당, 다른 야당에 있는 분들 중 복지를 얘기하는 사람들을 향해야 한다. 그들이 자기 기득권을 버리고 복지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당내에서 당원들을 설득할 문제는 아니다.

    연석회의도 마찬가지다. 연석회의가 문턱을 높여 과거의 전력을 따지는 곳은 아니다. 복지 정책 동의하면 들어올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런데 여기 들어올 생각은 안하고 복지와 반복지가 섞여 있는 당에 들어오라며, 단일정당이라는 폭력적 용어를 쓰고 있다.

    – 진보대통합, 새로운 진보정당을 얘기하면서 ‘도로 민주노동당’은 아니라고 대부분 사람들이 말하고 있다. 그것 이상의 주체 형성을 의미하는 다양한 표현들이 있는데,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반영이겠지만, 대부분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것 같다.

    진보 3당이나 민주노총 중심의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과 다른 대중 조직의 결합, 진보적 시민사회의 정치적 결합, 촛불 시민을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희망과 전망의 구체화라는 차원에서 새로운 진보정당의 가능한 주체들에 대해서 손에 잡힐 수 있게 얘기를 해 달라. 

    진보신당 창당정신 되돌아봐야

    = 나는 특정 정당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도로 민노당’이라는 표현 말고, 진보신당의 창당 정신으로 되돌아가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는 진보의 재구성, 가치와 세력의 재구성을 말한 바 있다. 나는 진보신당 초기부터 당 대표 시절에도 양당 통합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정해왔고, 그런 제안은 일언지하 거절했다. 깨진 화분으로 화분을 복원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새 진보정당의 주체는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본다. 하나는 대중적 차원에서 새 진보정당의 창당운동이 진보정당의 가장 중요한 구성 부분인 노동자층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어떤 진보정당에도 참여하지 않고 바라만 보아 왔던, 기존의 진보정당 활동에 실망과 피해의식 갖고 있는 노동 대중들이 창당의 주역으로 나서야 한다. 수는 중요한 것이 아니지만 대중적으로 10만 명 규모가 참여하는 대중운동이 필수적이다.

    두 번째는 각 부문과 여론을 주도하는 시민사회의 최대 규모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학계, 법조, 문화예술, 시민운동 등은 이제까지 87년 대선 92년 대선을 중심으로 결집한 바 있고, 그 과정에서 부침이 있었는데, 지금은 민주당도 복지를 얘기하는 마당에 그들이 원심력을 잃고 흩어지는 현상이 있다.

    그리고 범야권 단일정당이란 말이 나오면서 흩어지는 속도가 가속화되어 시민사회에 위기감도 있다. 새 진보정당에 걸맞으려면 대중적 차원에서 대대적 창당운동이 벌어지는 것과 함께 이런 여론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계각층에서 대대적인 결집을 이루어 내는 일이 필수적으로 중요하다.

    나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협상도 물론 대단히 중요하다고 보지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협상이 잘되면 새 진보정당이 탄생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건 조건 중 하나이고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새 진보정당을 만드는 것도 민주노동당과의 화해나 재결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진보신당 창당정신을 어떻게 잘 구현 할 것인가의 문제다. 진보신당을 이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충분치 않다는데 동의를 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다.

    혹 새로운 길이 도박은 아닐까, 후퇴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는 있다. 그 우려를 이해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를 불식시킬 전망을 진보의 재구성 과정에서 보여주는 것이 현 단계에서 중요하다. 분당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새 진보정당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국민참여당, 자기 설명 더 필요하다

    – 진보의 합창과는 어떠한 관계인가?

    = 진보의 합창은 논의가 다 끝난 것은 아니다. 논의 중이지만, 노동-시민사회계에서 자발적으로 새 진보정당에 입당할 대중적 결의를 하겠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이 양당이 합당하라는 압박이 아니라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원점에서 시작한다는 결의로 일어난 자발적 운동이라고 본다.

    시민사회는 지금 혼미한 국면에 놓여지면서 분할되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야권 단일정당론도 있지만 진보의 재구성 움직임도 있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진보신당도 도로 민주노동당에 대한 고민이 깊다. 때문에 그러한 움직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만 그 논의 어떻게 될지 가닥이 잡힌 것은 아니기에 말하기 조심스럽다.(이 인터뷰는 진보의 합창 제안 기자회견 이전에 진행됐다)

    – 국민참여당이 최근 ‘연석회의’에 참여하겠다는 의견을 최고위 결정으로 공식 제안해왔다. 이에 대한 진보신당의 입장은 무엇인가? 연석회의 논의 계획은?

    = 진보신당에서는 공식적으로 입장이 정해진 것 같지는 않고, 추진위에서 논의된 바도 없다. 아마 대표단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는 이 정도다.

    다만 내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우리는 단순히 선거연대하기 위해서 모인 것이 아니다. 중장기적 전망의 당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바로 그 당을 함께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참여당이 진보정당 길을 계속 갈지에 대한 자기 설명이 필요하다.

    – 유시민 대표의 뿌리는 민주당에 있고 분명 그쪽에 더욱 친화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들이 많다. 참여당이 비정규직이나 노동정책에 대해서도 진보정당과 날카롭게 대비되고 있지 않는가? 진보정당이 쌍수들고 환영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시큰둥한데도 지속적으로 진보진영에 대고 발언하고 공개적으로 선언을 하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 나는 정치인이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뚜렷이 밝히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8자 연석회의 모인 사람들은 진보정당을 하자는 사람이지 진보+자유주의 정당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진보정당을 하겠다는 건지 진보+자유주의 정당인지는 그쪽의 설명이 필요하다.

    연석회의에서 선거연대 방침 정하기 어려울 것

    – 가설 정당 제안 이후 이와 관련된 반응이나 움직임들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새정추 위원장을 맡아서 그 부분에 대한 적극적인 활동이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더 좋은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고 본다. 연석회의의 우선 순위에서는 밀릴 수도 있겠지만,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나?

    = 민주당이나 학계나 다른 정치세력 속에서 가설정당에 대해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평가도 있긴 하다. 나는 선거연대의 방식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지만, 어느 정당도 이에 대한 구체적 방식을 얘기한 적이 없고 진보신당도 정한 바 없다.

    4.27 재보선이 끝나면 선거연대의 필요성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공감하는 분위기가 있을 것이다. 때문에 이를 실현시키는 방법론 모색이 전개되지 않을까 싶은데, 나는 민주당이 소탐대실 하지 않고 통 크게 협상에 임하는 것이 가장 무난한 방법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것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그런 협상이 되지 않을 경우 야권이 공동으로 국민참여경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며, 이를 위해 가설정당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지, 가설정당 자체가 주요 지점이나 목표는 아니다.

    연석회의에서는 앞에 언급된 줄기들이 이야기된 이후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선거연대 필요성과 그 방법에 대해 얘기 될 것이다. 다만 이건 상대가 있는 것이고, 여러 카드를 가지고 임해야 하기 때문에 선거연대에 대한 하나의 방침을 연석회의가 경직된 방법으로 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이번 4.27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순천에 후보를 내지 않았고 김해에서는 경선방식을 받아들여 예선에서 떨어졌다. 이를 두고 민주당의 통 큰 양보라는 얘기가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는가?

    = 순천을 단일화했다고 볼 수 있는가? 결국 민주당을 가출해서 후보들이 나온 상황이기 때문에 나는 이것을 절반의 단일화라고 본다. 김해을의 경우 다행히 단일후보가 되긴 했지만, 그 과정을 보면 내년 총선에서 합의에 의한 여론조사가 가능하겠는가라는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연립정부 반대 입장은 아니지만

    – 심상정 전 대표의 ‘연립정부론’에 대해서 비판적 언급이 있었고, 심 전 대표는 노 위원장이 자신의 진의를 잘못 파악한 거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강력한 진보정당을 만들어서 2012년 총선에서 교섭단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은 두 사람 의견이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또한 이 같은 진보정당의 힘이 바탕이 돼야 자유주의 정당과의 의미 있는 연대가 가능하다는 점도 같은 생각인 것 같다. 만약 가설정당 전술이 대선에서 성공했을 경우, 진보정당이 책임과 권한은 어떻게 공유할 수 있나?

       
      ▲노회찬 위원장 

    = 나는 우선 연립정부에 대한 찬반논쟁은 지금 벌일 시점이 아니라고 본다. 나도 찬반논쟁에서 반대 입장에 서있지 않다. 나는 참여정부 때 선거법을 매개로 소연정을 제안한 바도 있다.

    또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이 문제를 이데올로기적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처럼 자주적, 민주적 정부라는 얘기가 있는데 그런 식의 언급은 피했으면 좋겠다.

    세 번째는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 연립정부의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이 불가능 하나? 그건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제의 특성 아래 연립정부론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지방공동정부가 언급되었지만 그게 정확한 공동정부는 아니다.

    연립정부 만들고, 유지할 힘은 권력관계에서 나온다. 의원내각제 하에서는 연립이 깨지면 정권도 무너지지 않나? 대통령제는 연립이 깨져도 정권은 안 무너진다. 연립을 강제할 힘에 차이가 있다. 연립정부에서 철수를 해도 그 정권은 그대로 있기 때문에 철수하는 쪽은 약자일 수 밖에 없다.

    연립정부는 그것을 하지 않으면 정권을 얻을 수 없는 쪽에서 요구하고, 소수파는 그 제안에 대해 다른 요구를 하는 것인데, 우리가 먼저 연립을 요구하면 그걸 관철시키는 댓가로 뭔가를 잃어야 한다. 이 문제는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어느 정도 의석을 차지할 것인가에 따라서도 달라질 문제다. 우리의 힘과 압력으로만 되는 문제가 아니다.

    대선과 관련해서도 야권이 지리멸렬 한다면, 그래서 야권연대로도 돌파하기 힘들다면 그때에 진보세력 완주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다. 지금부터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을 설정해 놓고 그것을 목표라고 정해놓으면 전술운용의 여지가 막히는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더 고민하고 연구해보자는 것이다.

    연석회의, 속도감과 책임감 필요

    – 연립정부가 아니더라도 책임과 권한을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이 뭔가?

    = 대통령 중심제는 사실은 대통령 책임제다. 책임을 나눠가질 수 없다. 권한과 관련해서도 국무회의에서 엉뚱한 정책이 다뤄질 수 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우리가 입각했다고 생각해 보면 그 연립이 얼마나 오래갈 것인가 의문이다. 오히려 진보정당에 더 보탬에 되는 것은 독일식 정당비례명부제다. 우리의 도움 없이 정권을 못 잡는다면, 우리가 가장 절실한 것을 관철할 기회로 삼자는 것이다.

    – 연석회의 2차 대표자회의에서 합의한 일정(4월, 5월 합의문 발표, 6월 참여단체 내부 결의, 9월 창당)에 맞춰 논의와 실천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있어야 된다고 보나.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 연석회의가 속도감 있고, 책임감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안 될 것이다. 나는 두 가지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한 편으로는 정당 간 협상이 그것이다. 진보신당-민주노동당, 진보신당-사회당 이렇게 양자간 협상이든, 3자가 모이든 정당 간 협상이 별도로 시작되어야 한다.

    명실상부한 새 진보정당을 창당하기 위한 대중적 창당운동의 조직화 문제가 어느 한쪽에서 전담할 수는 없는 것이다. 곳곳에서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그런 것들과 함께 어울어지는 새로운 단계가 필요하다. 그것이 나중에 원탁회의로 만든다거나 할 수도 있다. 그 과정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정당 간에 합의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된다. 진보신당은 새로운 진보정당 추진위원회를 만들었고 민주노동당이나 사회당과 관련 기관이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정당 간 협상을 하면서 대중적 운동과 관련된 다양한 논의와 추진이 필요하다. 이런 단계가 잘 진행되고 합의가 이루어지면 연석회의가 확대될 수도 있다.

    진보신당 창당정신 구현이 내 임무

    – 말씀하신 것처럼 연석회의와 진보신당-민주노동당 사이의 논의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진보양당의 논의가 실제로 중요하다는 판단을 가지고 있는 쪽의 견해인 것 같다. 또 진보진영의 통합 논의와 함께 내년 범야권 선거연대 논의도 함께 진행돼야 하는 측면이 있다. 통합과 선거연대 논의 틀들이 어떻게 설계되고 진행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나?

    = 일종의 다자간 협상 비슷한 것이다. 이게 어느 한 테이블에서 모든 것이 확정되지 않을 것이지만, 중요한 테이블은 있을 것이다. 그것이 1차적으로 연석회의이며, 정당 간 협상테이블이 새로 마련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잘 되면 더 많은 세력과의 함께 할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4.27 재보선이 지나면 한 트랙으로는 새 진보정당 건설에 대한 일이 추진되겠지만, 그게 끝나기 전에도 민주당 등과 선거연대 협의가 시작될 수 있다. 시기적으로 병행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10월이면 현 지도부들 중 대권주자들은 지도부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선거 협의는 또 다른 트랙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 마지막으로 진보정당 당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나는 우리 당원들이 참으로 심사가 복잡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 당이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되었고 원한만큼 실컷 활동을 해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과거의 아픈 기억까지 생각나는데 우리 전체의 운명이 바뀌는 논의가 진행되기 때문에, 한편으로 그 필요성에 공감되면서도 우려가 크고 갑갑한 마음이 있을 것으로 본다.

    나는 어려울 때일수록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이 길을 떠날 때의 자세,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정도라고 보고, 우리의 창당 정신이 무엇인지, 그 배경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본다.

    나는 개인적으로 진보신당의 창당정신은 유효하다고 본다. 새 진보정당에서도 내가 할 일이 있다면 진보신당 창당정신을 구현하는 일일 것이다. 거기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있다. 조용히 있는 것이 편할지는 몰라도 강물은 흘러가고 있다. 백척간두에 한치 앞도 안보이지만 몸을 던져서라도 진보의 지평을 넓히는 일에 함께 나설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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