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금속 "입장 없다"
        2011년 04월 21일 02: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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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노조가 비판적 여론이 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정규직 자녀 우선 채용’ 조항을 단체협약에 포함시킬 것을 결정한 것에 대해 노동계 내부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불안정 노동에 종사하는 젊은 층들을 조직 대상으로 삼고 있는 청년유니온은 21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지난 해 벌어졌던 외교통상부 전 장관의 자녀특혜 사건과 이번 현대차 노조의 결정이 청년들에게 크게 다르지 않게 비친다”며 “청년실업과 경쟁, 불안정노동에 시달리는 수많은 청년들의 가슴에 못을 박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청년유니온 "청년 가슴에 못박는 결정"

    청년유니온은 또 "부모를 잘 만나야만 특혜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동조합이 필요하고 노동운동이 존재해왔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 정규직 노조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지만, 자동차 공장 정규직으로 있는 것이 ‘특혜’가 돼버린 한국사회의 황량함이 묻어나 씁쓸하다"고 말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도 20일 "정규직 채용 세습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에 찬물을 끼얹은 반노동자적 행위이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85명의 해고자와 550여명의 정직자들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저버리는 배신행위"라고 비판했다.

    ‘자녀 우선 채용’에 반대했던 조창묵 현대차 판매위원회 서북부지회 지회장은 "심각한 문제이고,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정말 갑갑하다."며 " 이런 요구안을 대의원 한 명의 현장 발의도 아니고 집행부가 만들었다는 것 그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이 단순히 세습의 문제가 아니라 자칫 또 다른 노예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이 문제"라며 "당장 생산직 노동자들이 가산점이 필요하다고 하면, 관리자들이 똑같이 해도 아무 말 못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동자 자녀는 노동자 되는 거고, 관리자 자녀는 관리자 되는 또 다른 신분사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심각한 안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대의원대회를 통과했다는 것이 부끄럽다."며 "절대로 이렇게 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지부와 회사의 담합구조

    단병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자녀 일자리를 걱정하는 노동자 개인의 심정은 이해하겠지만, 노조에서 이 같은 안을 공식적으로 채택한 것은 잘못”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자녀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은 누구나 똑같다.”며 “지금처럼 불안정한 노동, 비정규직 노동자가 절반 이상인 상황에서 이에 대한 투쟁을 하지 않고, 정규직 자녀의 고용 보장만 요구하는 것은 상당히 이기적인 행위라는 평가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노동운동의 원칙 문제와는 별도로 회사 측에서 이 같은 안을 받아들이기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 안을 받아들이면 회사도 비판 여론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며 “일부 회사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대차가 가지고 있는 중요성과 상징성 때문에 회사가 노조 안을 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는 “전형적인 정규직 노조와 사측의 담합 구도 속에서 나올 수 있는 행동”이라며 “불법 파견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화 투쟁을 거부하면서 자기 자녀들 취업에 우선권을 주는 것은 정규직 이기주의일 뿐”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최근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를 거부했기 때문에 자신들은 그런 제안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노조는 판단한 것 같다”며, 회사 쪽이 노조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노동계 한 관계자는 이번 현대차 징규직 노조의 요구 내용이 노사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대목이 있다고 분석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관계자는 사회적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회사 측과 교섭을 하고 성과를 낼 경우 오는 9월로 예정된 선거에서 이경훈 지부장의 재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노동계 일각 긍정 평가도

    회사의 입장에서는 일정 수의 정규직 입장 채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채용 인원의 일부만이라도 퇴직 노동자나, 고령 노동자 자녀의 입사에 유리하게 적용하는 제도를 만들어 놓는다면, 전체 조합원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크게 높이는 효과를 얻을 것이 분명하다고 이 관계자는 전망했다.

    하지만 노동계 일부에서는 현재 장기 근속자 우대 조항이 시행되는 사업장이 있다는 점, 장기근속 노동자들에게는 그만한 우대 조항이 가능하다는 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피해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정규직 자녀 우선 채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경우 사회적인 비판 여론과는 일정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정호희 대변인은 “입장 없음이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으며, 금속노조 강지현 선전실장은 "내부 논의 중이지만 현재로서는 별도의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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