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운동의 위기극복과 민주노총
    2011년 04월 20일 09:5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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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최근 행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는 비판의 목소리 자체가 아니라, 그 비판의 내용에 대하여 민주노총이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비판들은 다양한 형태로 제출되고 있으며, 그 접근방식 또한 다양하다. 비판들의 요지는 민주노총이 투쟁력과 조직력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당면투쟁에 대한 대중적 지도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과 진보정치대통합이나 상설연대체 구성 등과 관련한 상층의 논의질서를 형성하는 문제에만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이 현장을 대상화하고, 투쟁을 외면하는 등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 제시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이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된다. 

어찌보면 그렇게 새로울 것도 없는 비판이다. 민주노총이 출범한 1995년 이후 끊임없이 제기되었고, 다양한 형태의 위기담론들 속에 녹아있는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제기되고 있는 다양한 비판들은 신자유주의 질서를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중심으로 민주노조운동의 혁신과 진보정치의 재구성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이가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지도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말은 현장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또다른 표현이다

민주노조운동은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국면에 직면하면서부터 극단적인 탄압과 정리해고의 광풍, 비정규직 확대정책 등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앞세운 자본과 정권의 노동유연화 및 정리해고 합법화, 파견법 시행 등 법제도의 탈규제 정책 등에 속수무책 밀려왔다.

현장이 무너져내리는 소리에 위기의식은 어느 때보다 고조되었고,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들도 제시되었다. 비정규직 철폐와 산별노조 건설을 핵심으로 차이와 차별을 뛰어 넘는 민주노조운동의 기풍을 진작하는 것, 즉 ‘노동자운동의 계급적 단결을 조직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제적인 혁신방안들이 제출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비정규직은 여전히 양산체제에 놓여 있으며, 산별노조는 질적 수준을 담보해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정규직 철폐를 내걸고 투쟁한 지 십수 년이 지나고 있지만 우리의 현실은 비참하다. ‘1,000만 불안정 비정규 노동자 시대’가 목전으로 다가왔고, 여전히 비정규직을 확대, 양산하기 위한 개악법안들은 줄줄이 대기 상태에 있으며,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혹사되고 있는 현실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 비정규 노동자의 조직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민주노총에서도 5%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짧게는 수백 일에서 길게는 수 년 동안을 처절하게 싸우더라도 민주노조운동의 기세와 역량이 모아지기보다는 그 주체들만의 결의와 결사로 투쟁을 이어 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오죽했으면 ‘질긴 놈이 승리한다’는 말이 유행처럼 퍼져 나갔겠는가.

정규직 집행부 눈치보기

계급적 단결을 통해 위력적인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는 민주노조운동의 현실, 그 현실의 무능함으로 인해 현장은 장기투쟁으로 내몰리는 것 아닌가. 우리들의 투쟁이 자본과 신자유주의 정권의 간담을 서늘해지도록 위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지 않은가.

산별노조운동은 단순하게 기업별 노조활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출된 것이 아니었다. 산별노조의 핵심은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실현하는 것에 있었으며, ‘계급적 산별노조 건설’이 목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현장을 조직하고 일으켜 세우기 위한 현장투쟁은 뒷전이다. 비정규 불안정 노동을 철폐하기 위한 전체 노동자의 위력적인 투쟁조차도, 같은 산별노조의 조합원임에도 불구하고 단일한 대오를 형성하지 못할 정도로 ‘무늬만 민주노조’이고, ‘무늬만 산별’인 실정을 극복하기 위한 자기반성이 없으며, 현장의 목소리를 귀 담아 들으려는 소통계획 역시 부재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장이 무너져 내린 것만을 한탄하는 지도부의 모습과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계급적 단결을 무너뜨리고 훼손하는 정규직 집행부들의 눈치보기에 급급해있는 지도부의 모습들, 바로 이런 모습들이 오늘 민주노총을 추락하게 하고 그 지도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핵심이자 주범이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의 지도력은 지극히 당연하게도 현장으로부터 조직된다. 또한 그와 같은 현장의 조직력은 견실하고 건강한 계급적 투쟁력을 바탕으로 더욱 강고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현장의 상황들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며, 계급적 투쟁력을 조직하기 위한 투쟁에 대해서도 눈치보기에 급급해 있는 민주노총의 오늘이 바로 민주노조운동 위기의 근원이자, 지도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먼저 눈을 돌려야 할 착목점이라 하겠다.

반MB, 반한나라 전선보다도 ‘반신자유주의 독자적 정치세력화’ 실현이 급선무다

‘진보’가 유행어처럼 통용되고 있는 시기는 아마도 처음이지 싶다. 진보를 빼놓고는 어떤 대화조차도 불가능하게 된 시기가 되어버린 듯하니 말이다. 그동안 ‘진보’를 비켜가기 위해 애써왔던 신자유주의 세력들조차도 스스로를 진보라 치장할 지경이다.

진보가 갖는 담론이나 그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형성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진보가 시대의 유행어처럼 수식되는 근저에는 ‘반MB’에 대한 정치의식을 진보로 포장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MB의 집권초기, 광우병 투쟁을 통해 형성된 반MB 국민정서는 그 이후 4대강 개발이나 학교급식 문제, 교육 및 의료정책 등 모든 영역에서 MB정권의 (보수)독재에 대립하는 정치적 지형을 진보(민주)로 통칭해왔다.

특히 지난 해 지방선거에서 MB와 한나라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선거연합 등을 통해 ‘진보민주 단일후보’나 ‘진보교육감후보’ 등의 이름을 내걸고 일정한 성과를 내면서부터는 MB와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들이 진보세력인 것처럼 포장되기 시작했고, 2012년 총선과 대선 등 권력재편기를 앞두고 그 내에서는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다각적인 방법으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합종연횡과 연대연합 등을 시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도 2011년 신년사를 통해 ‘진보정당 대통합과 이에 기초한 진보민주진영의 총단결을 이뤄내는 것이 민주노총의 방향’임을 강조했다. MB정권과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들이 단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무척이나 그럴듯한 구상이다. 그러나 지난 역사와 오늘의 현실은 이와 같은 구상이 ‘반MB 신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비판적)지지에 다름 아님을 각인시켜 준다. 멀게는 87년이나 92년 대선이 그러했고, 가깝게는 지난 해 6․2지방선거와 7․28 재보궐 선거에서도 드러났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4·27 재선거구도 역시 그와 다르지 않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지난 시기와는 달리 몇 곳의 기초단체와 의석 수를 양보받아 낼 수 있게 되었다는 점 정도이다.

반노동자적 정치 지형

그러나 정작 그와 같은 ‘반MB 범진보 단일전선’이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일 수 없다는 점이며,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와는 전혀 관계없는 오히려 이를 더욱 후퇴시키고 반동의 길로 내모는 반계급적 반노동자적 정치 지형이라는 점에 있다.

MB에게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이 잃어버린 역사로 기억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노동자 민중에게는 오십보백보에 불과한 차이밖에는 없으며, 노동자 민중의 희생만을 강요한 신자유주의 정권이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문제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여기에 있다. 즉 민주당 등을 포함한 ‘민주’나 ‘개혁’ 혹은 ‘진보’로 스스로를 치장하고 있는 세력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그들에 대하여 명확하게 신자유주의 세력으로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한나라당과 MB를 심판하더라도 그 자리에는 또다른 이름의 신자유주의 세력들이 정국을 주도하게 될 것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오히려 그들을 견인하거나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만 있을 뿐이다.

정리해고를 입법화하고 파견법 및 비정규법안을 제정하고 개악한 세력이 바로 그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공기업을 구조조정하고, 그 어느 정권보다도 많은 노동자들이 차디찬 길바닦으로 내몰리고 감옥을 채워야 했던 시절이 바로 민주당 집권 10년 동안 노동자들의 삶이었는데도 말이다.

노동자, 정치들러리 안돼

결국 민주노총 등이 주창하는 반MB 단일전선을 구축하자는 이야기는 민주당 등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을 지지하자는 궤변에 다름 아니며,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나 현장을 계급적으로 강화시켜 나가는 길과는 전혀 반대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하는 꼴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와같은 방침이 조합원들의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억제하고 제한함으로써 현장을 더욱 약화시키고 조합원들을 정치의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서 두 번째 비판의 핵심이 있다. 민주노총은 투쟁을 통해 건설된 조직이다. 또한 투쟁을 통해 쟁점을 형성하고 기회주의 세력들을 강제해 냄으로써 정국을 주도해 나갔다. 그러나 현재 민주노총의 모습은 어떠한가?

상층의 교섭에만 치중하고 있을 뿐 그 어떤 정치력도 확보해 내지 못하고 있다. 무릇 교섭력이나 정치력은 현장의 조직력이나 투쟁력에 바탕을 두고 형성되는 법인데도 현재 상태는 토대없이 상층 논의가 무성하게 전개되고 있을 뿐이다.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노총’을 주창하기 전에 민주노총 자체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는 정국에 대한 주도권은 고사하고 조합원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는 민주노총이 될 수 밖에 없음을 각인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외면하고 찬물을 끼얹는 반노동자적 행위조차도 눈감고 모른 체하는 작금의 조직 기풍부터 쇄신하기 위한 분골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력들과 손잡기 위한 기회주의적 행보를 당장 그만두어야 하며, 현장 조합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노동자가 독자적인 정치계급으로, 조합원이 정치의 주체로 우뚝 서 나갈 수 있도록 아래로부터의 진보정치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시킴으로써 노동자가 정치의 들러리로 대상화되는 것을 막아 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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