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권연대 미래, 순천 보면 나온다
        2011년 04월 20일 09: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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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 이래,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촛불정국 이후, 여당과 야당의 정치행태는 뚜렷하게 갈려왔다. 한나라당은 국회 과반수를 훌쩍 넘기며 1990년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자당과 맞먹는 매머드급 여당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종속적 관계를 여전히 탈피하지 못했다. 대통령과의 일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한, 집권당이 정국의 독립변수를 작용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언론 관심집중 지역, 야권연대 초점 안돼

    야당의 정치행태에서 독보적인 것은 다름 아닌 ‘야권연대’다. 물론 연대로는 성이 차지 않아 통합정당을 부르짖는 정치세력도 있지만, 통합은 연대의 최고 형태라는 점에서 야권연대의 여러 가지 형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문성근, 정동영, 유시민 등이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 지지 유세에 나서고 있다. (사진=민주노동당)

    이번 4.27 재보선에서 야당의 화두 역시 ‘야권연대’다.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를 강원도지사, 분당을, 김해을 국회의원 재선거 모두 야권단일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와 1:1구도로 치러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이 야권연대의 형식은 띠고 있지만, 관심의 초점은 정작 야권연대의 성공 여부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즉 유력 대선후보의 출마에 따른 민주당 내 역학구도와 이와 연동되어 전개될 한나라당 계파간 이해득실 여부에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분당을은 본선경쟁 전 이미 정운찬 영입론과 손학규의 출마 여부를 놓고 언론의 관심과 거대 양당 간 신경전이 뜨거웠던 지역이다. 선거 초반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에 비해 야당의 강력한 대선후보라는 무게감으로 상당한 폭발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됐던 손학규 후보였지만,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듯 세대 간 차이가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날 뿐 결과를 예측하기는 아직 힘들어 보인다. 세대 간 지지 성향의 차이를 근거로 당락의 열쇠는 투표율에 있다는 점 정도가 부각되고 있다.

    중앙선관위 자료에 의하면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성남 분당 세대별 투표율은 손학규 후보 지지 성향이 강한 20대, 40대에서 각각 46%, 60%, 강재섭 후보 지지성향이 강한 30대, 50대 이상에서 각각 54%, 65%로 나타났다.

    또한 2008년 18대 총선 정당투표율(분당을)을 살펴보면 한나라당이 46.1%, 당시 통합민주당,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득표율을 합친 것이 32.4% 정도다. 어느 것 하나 손학규 대표에 유리할 것이 없는 곳이지만, 현재 여론조사 기관마다 들쭉날쭉 하는 결과 자체는 손학규라는 개인적 요인이 표심에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재보선 결과와 보수 양당 내부 정치

    즉 손학규의 인지도나 개인에 대한 선호가 상대당 후보를 앞선다는 점, 그리고 그가 유력한 대선후보이자 한나라당과 대립적인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에서 젊은 층의 투표율뿐만 아니라 충성도가 약한 한나라당 지지층의 이동 정도도 승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 분당을 선거결과가 이후 정국에 미칠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과연 대부분 언론의 분석대로 손학규의 승리가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을 공고화한다거나 한나라당 내 지도부와 소장파(주로 수도권 출신), 친이와 친박 간 갈등 등 균열의 증폭으로 연결될 것인가? 반대로 손학규가 패배했을 경우, 이는 곧 민주당 지도체제에 변화를 가져올 만큼의 파급력을 가질 것인가?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번 재보선 결과가 양당 내부정치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 직후인 5월 초에 양당 모두 원내대표 선거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선거결과에 따라 선명성 대 협상력, 보수 대 개혁의 선호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겠지만, 이것이 당내 질서나 특정인의 진퇴가 거론될 정도의 후폭풍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손학규 후보의 경우 이미 출마의 정치적 의미를 지역선거에 국한시키지 않고, “중산층의 변화”와 이를 이끌 제1야당 대표로서의 ‘의무’에 둠으로써 일종의 예비대선의 성격을 부여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의미부여가 패배할 경우의 개인적인 타격에 무게감을 더해 줄 수도 있겠지만, 대표로서의 ‘정치적 희생’이라는 의미도 함축하고 있어, 선거패배 때문에 그의 정치적 위상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분당을 출마를 종용했던 당내 특정 계파들이 손대표의 낙선을 빌미로 지도부 흔들기에 나선 다면, 매우 ‘부도덕’하게 보이거나, ‘함정 정치’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어 이들에게도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야권연대 파괴력 시험대

    한편 강원도 선거는 이광재 전지사에 대한 강원도민의 정치적 판결이라는 점에서, 김해을은 유시민과 국민참여당에 대한 정치적 검증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야권의 적극적 연대전술임을 내세운 야권단일후보의 정치적 의의가 왜소해 보이기는 분당을 선거와 동일하다.

    이렇듯 이번 선거에서 정작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곳에서는 야권단일후보가 갖는 파괴력과 역동성이 어떻게 구현될 것인가하는 궁금증을 해소해주기 힘들게 됐다. 이런 의미에서 오히려 야권연대의 내일을 점쳐 볼 수 있는 곳은 여론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전남 순천이다. 순천은 알다시피 민주당의 텃밭이지만, 민주당이 ‘통 큰 양보’로 무공천을 선언한 지역이다.

    그러나 무공천 선언이 무색하게도, 민주당 소속인 후보자 5명이 탈당한 후, “당선 후 복당”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며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게다가 박지원 원내대표는 유력한 무소속 출마자를 방문, 격려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한 술 더 떠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들은 민주노동당 후보를 두고 유권자들의 반공정서까지 자극하고 있다.

    이번 순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당의 이중적인 행태는 야권연대, 혹은 야권단일후보 전술이 성립과정 못지않게 시너지효과를 가지며 내부적인 지속성을 가질 수 있느냐에 더 큰 문제와 과제가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만약 무소속 후보들간 ‘반야권단일후보 연대’를 위한 합종연횡이 이루어지고, 이것이 당락에 영향을 준다면 이후 야권연대를 위한 다양한 시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자명하다. 야권연대의 ‘가까운’ 미래를 보고 싶다면 순천을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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