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순고장', 고리원전 재가동 무기한 연기 왜?
        2011년 04월 19일 09: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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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시마 이후 시대’를 살고 있는 국민과 ‘후쿠시마 이전 시대’를 살고 있는 정부.

    지난 12일 부산 고리1호기가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되는 사고 발생 이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일처리를 비판하며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뽑은 제목이다. 이 문장 하나가 정부가 얼마나 원자력 안전에 대한 무감각한지 정확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

    한수원은 가동중단 사고가 일어나자 사소한 사고라며 이튿날 재가동 날짜를 서둘러 밝혔다. 그러나 한수원은 이렇게 발표하면서 원전 안전성을 판단하는 원자력안전기술원(KINS)과는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 원전이 고장나면 KINS에서 안전성을 판단하고 나서 교육과학기술부가 재가동 여부를 결정하게 돼있다.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한수원은 사소한 사고엔 통상 3일 뒤 재가동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에 들어간 KINS는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가동을 무기한 연장했다. 국민들이 수명을 연장한 후쿠시마 1호기 사고 이후 원전 고장 소식에 극도로 민감해 있는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한수원도 한심한 일이지만, 지금까지 사고가 날 때마다 얼마나 많이 매뉴얼을 무시했을까 생각하면 대형사고가 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조선일보 4월19일자 사설 

    다음은 4월19일자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봇물 터진 “원전 반대”>
    국민일보 <농협 “전산장애는 사이버 테러”>
    동아일보 <논문 10편중 8편 한번도 인용 안돼>
    서울신문 <“100명이상 초전문가의 소행”>
    세계일보 <51년이 지났어도 아물지 않는 상처>
    조선일보 <미 신용등급 전망 20년 만에 첫 하향>
    중앙일보 <P세대 “북한인권법 통과시켜라”>
    한겨레 <대기업 노조, 고용불안 겪으며 실리에 매몰>
    한국일보 <기관따라 제각각 ‘널뛰기 여론조사’ 주요결정 왜곡・정치불신 부추긴다>

    원전반대 바람, 일본 넘어 한국으로 빠르게 확산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응답이 54%(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 결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일본의 분위기가 국내에도 옮겨 붙었다. 고리원전 1호기의 무신경한 사고처리가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경향신문 4월19일자 1면

    허남식 부산시장을 비롯한 부산, 울산, 경주 등 원전 가동지역의 지자체장과 의회가 앞다퉈 고리 1호기 가동중단,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중지 등 원전 폐쇄를 요구하고 나섰다(경향신문 1면 <봇물 터진 “원전 반대”>).

    부산 남구의회는 고리1호기의 폐쇄와 추가 건설계획도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고, 부산 북구의회와 연제구의회도 고리 1호기 원전 폐쇄 등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각각 채택했다. 울산시의회도 고리 1호기 가동 중단과 월성 1호기 수명연장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8개의 원전이 가동 혹은 건설 중이며, 앞으로 4기의 추가 건설계획이 잡혀 있는 부산 고리지역 의회가 원전건설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정부의 원자력 르네상스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비판여론이 커지자 가동 중단 1주일째를 맞고 있는 고리원전 1호기의 재가동을 무기한 연기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18일 “전원공급 차단기의 부품 품질조사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가동은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고리 1호기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을 국제기구에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원전 문제 해답은 원전 안전점검이 아니라 해체하는 것

    한겨레는 한발 더 나아가 사고 위험성이 높은 노후 원전의 폐쇄를 주장했다. 한겨레는 사설 <고리 1호기, 관건은 안전점검이 아니라 해체다>에서 “(정부는) 원자로에 대한 파괴검사에서 불합격되자 비파괴검사로 바꿨으며, 수명평가나 방사선 영향평가도 제대로 받지 않도록 했다…우리 원전 전체사고의 20%(127건)가 고리 1호기에서 발생했다”며 “지금은 안전성을 점검할 때가 아니라, 안전한 해체를 위한 계획마련에 전력을 쏟을 때”라고 밝혔다.

    세계일보도 사설 <원전,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에서 “2016년까지 원전 8기를 완공해 원전 의존률을 40%대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혹시라도 원전 수출을 의식해 안전 문제를 등한시하는 일이 있어선 더더욱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부, 부동산PF 부실처리 ‘배드뱅크’ 설립 논란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을 처리하기 위한 민간 배드뱅크를 상반기에 설립하기로 했다.

    배드뱅크는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이나 부실채권만을 사들여 별도로 관리하면서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구조조정 전문기관을 말한다.

       
      ▲한겨레 4월19일자 1면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KB, 우리, 신한, 하나, 산은 등 5대 금융지주회사 회장을 불러들였고, 은행들은 배드뱅크 설립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 PF 부실이 6조3000억원에 이르고 전체 금융권 부실은 10조원에 가까운 만큼 배드뱅크가 처리해야 할 채권규모는 6조~10조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의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정부가 PF 문제와 관련한 금융회사의 소극적인 태도에 강한 분노를 표시하며 건설회사에 자금을 지원하라고 압박한 것에 대해 “금융당국이 PF 문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금융회사와 건설업체 동반 부실이라는 ‘신용공황’의 조짐까지 보였던 PF 부실채권 문제가 해결의 실마를 찾을지 주목된다(동아일보)”는 쪽과 “결국 무모한 사업 확장과 정부 정책 잘못으로 빚어진 PF의 부실은 결국 은행부담으로 넘어가게 됐다(한겨레)”는 쪽이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경향신문에 “김 위원장의 어김없는 관치가 반복되고 있는 느낌”이라며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부실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규모가 더 커진 것은 건설사 구조조정을 지연시켰던 처방이 잘못됐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대검 중수부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개시권 준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검찰관계법심사소위는 18일 대검 중수부의 수사기능을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또, 경찰에는 수사개시권을 주기로 했다.

    법원관계법심사소위도 대법관 수를 현재 14명에서 2014년까지 20명으로 늘리고 법조일원화를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해 2020년부터는 10년 이상 경력자만 법관에 임용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국회가 중수부 기능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고 반발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조선일보는 3면 <검찰 “권력형 비리수사 못해”…내심 힘 빠질까 염려> 기사에서 검찰은 표면적으로는 대형 권력형 비리 수사가 어려워진다고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검찰권 약화와 직결되기 때문에 반대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력이 축소되면 검찰총장 권한도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개특위는 20일 전체회의에서 검찰, 법원소위에서 논의내용을 보고받은 뒤 사법개혁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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