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지금 막스 베버인가?
        2011년 04월 16일 04: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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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새로 나온 책 『소명으로서의 정치』(막스 베버 지음, 최장집 엮음, 박상훈 옮김, 폴리테이아, 13000원)는 지난 2010년 여름에 진행했던 최장집 교수의 정치철학 강의를 바탕으로 한 첫 번째 결과물이다.

    강의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마키아벨리, 홉스, 로크, 루소, 흄, 애덤 스미스, 몽테스키외, 제임스 매디슨, 알렉시 드 토크빌, 막스 베버 등 12강좌로 이루어졌다.

    이 책은 최장집 교수가 1백 쪽이 넘는 분량으로 베버의 정치철학에 대해 쓴 해제와, 박상훈 박사가 새롭게 번역한 베버의 핵심 텍스트인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함께 묶어낸 것이다.

    오늘의 한국 사회와 정치의 현실이 철학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정치가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되기 위해서는, 정치가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우리 자신부터 정치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정치의 수준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먼저 정치에 대한 이해 방법이 좋아지거나 최소한 궤를 같이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우리 스스로부터 정치에 대한 판단력과 상상력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정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에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정치 언어가 풍부해져야 하고 지적 사고의 기반도 튼튼해져야 한다. 정치에 대한 사고의 지평을 뚜렷하게 확대했던 정치철학의 거인들로부터 배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왜 베버인가?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어떤 정치가가 한국 사회에 요구되는가를 둘러싸고 논의가 한창이다. 구체적인 여러 인물들이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다. 이는 곧 정치가로서의 자질과, 그를 평가할 수 있는 윤리적 판단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이 중요한 것은 정치란 무엇이고, 정치가란 어떤 존재인지를 이해하는 데 있어 고전 중의 고전이며, 이 책만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책이 없기 때문이다. 평생토록 베버는 학자이면서 동시에 정치가가 될 수 있는가의 문제를 끊임없이 탐색했고, 또 고민했다.

    정치적 사실 내지 진실을 객관적으로 규명하는 학자로서의 역할과, 정치에 뛰어들어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와 대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정치인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55세에 이 책을 썼으며, 그다음 해에 사망해 이 책은 사실상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베버가 텍스트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정치를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이 진지한 것이라면, 정치 자체는 항상 책임의 도덕에 기초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명으로서의 정치』는 정치인이 가져야 할 정치 도덕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그 이상을 말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텍스트로부터 정치를 이해하는 방법과 아울러 이성적인 정치적 판단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베버는 신념 윤리와 책임 윤리를 구분함으로써, 두 개의 대립적이고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명제가 동시에 가능할 수 있다는 이율배반적 구조가 정치 행위의 본질적인 측면이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그는 인간적 현실이 얼마나 복합적이고 다원적인 것인가, 그리고 얼마나 이중적이고 모호한 것인가를 동시에 일깨워 준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치 행위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균형적 판단, 절제, 나아가서는 겸허함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오늘날 베버를 읽는다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정치와 권력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패러다임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커다란 지적 자원과 만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 * *

    저자 : 막스 베버(Gordon C. Max Weber)

    독일 에르푸르트에서 태어났으며, 하이델베르크, 슈트라스부르크, 베를린, 괴팅겐 대학에서 법학, 경제학, 역사학, 철학 등을 공부했다. 1889년 베를린 대학에서 중세 이탈리라 상사(商社)에 대한 논문으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1891년에는 고대 로마 농업사에 관한 연구로 ‘하빌리타치온’(독일 대학교수자격)을 취득했다.

    1894년에 프라이부르크 대학의 경제학 및 재정학 정교수로 초빙되었다. 그리고 1897년에는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경제학 및 재정학 정교수로 초빙되었으나 얼마 후 심한 정신적 질환을 앓게 되어 1903년 10월 대학에서 물러나 명예교수가 되었다.

    1919년 뮌헨 대학의 사회과학, 경제사 및 경제학 정교수로 초빙되었으나 1920년 6월 14일 급작스런 폐렴으로 한창 원숙한 지적 경지에 이른 쉰여섯 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 그의 영원한 정신적 고향인 하이델베르크에 안장되었다.

    막스 베버는『경제와 사회』및 『종교사회학논총』1~3권 등을 비롯해 문화과학과 사회과학 담론의 다양한 차원 ― 이론적 논의, 경험적 연구, 역사적 접근, 비교연구, 방법론적 성찰 그리고 이론과 실천의 관계 등 ― 에 걸쳐 실로 거대한 지적 유산을 남겼다. 1984년부터 총3부 41권(실질적으로 52권)으로 된『막스 베버 전집』이 출간되고 있다.

    편자 : 최장집 

    1943년에 태어나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부임한 뒤 2008년 8월 정년퇴임까지 25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그동안 미국 워싱턴대학,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분교, 코넬대학, 스탠포드대학 객원교수 및 일본 아시아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2000년에서 2007년까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소장을 맡았다. 

    역자 : 박상훈

    ‘정치 없는 정치학’보다 ‘정치와 정치학의 만남’을 지향한다. 인간 현실에 튼튼한 기초를 갖지 않는 공허한 담론이 우리 사회의 정치와 정치학을 지배하고 있는 것에 대해 몹시 불만이 많다.

    충남 청양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한국 지역 정당 체제의 합리적 기초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2000년에 고려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도서출판 후마니타스의 대표로 있다.

    대표작은 『만들어진 현실: 한국의 지역주의,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문제가 아닌가』(2009년)로 <시사in>이 주관한 ‘2009년 사회과학 분야 올해의 책’, <한겨레>가 주관한 ‘2009년 국내서 분야 올해의 책 10권’에 선정되었다. 그 밖에 『미국 헌법과 민주주의』(공역, 2004년), “1단계 민주화의 종결”(2007년), 『어떤 민주주의인가』(공저, 2007년), 『리얼 진보』(공저, 201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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