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조작 '선수'들의 모든 것
        2011년 04월 16일 04: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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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기업홍보는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광고가 전부인 줄 아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전 세계 주요 활동가와 연구자로 구성된 『스핀 닥터』(윌리엄 디난, 데이비드 밀러 지음, 노승영 옮김, 시대의창, 28000원) 저자들은 기업홍보의 다양한 측면과 그것의 진짜 의도를 파헤친다.

    이들은 기업홍보의 범위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넓으며, 홍보산업의 교묘하고 복잡한 기법이 정치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러한 정보 조작을 ‘스핀’이라 부르며, 정보 조작을 전문적으로 행하는 로비스트와 홍보전문가를 ‘스핀 닥터’라고 부른다. 스핀 닥터라는 단어를 낯설게 느끼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스핀 닥터는 이미 우리 주변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개념으로, 지난 대선에서는 이명박 진영의 스핀 닥터들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저자들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지는 홍보 거래의 어두운 비밀을 차근차근 폭로한다. 홍보 거래에는 더러운 속임수를 비롯한 사기, 가짜 연구소와 싱크탱크, 가짜 풀뿌리 운동, 막후 조종, 스파이 활동 등이 동원되는데, 더 중요한 것은 대중이 진실에 접근하지 못한 결과로 경제적 불평등과 전 지구적인 환경 재앙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업은 거대 산업이 위협받거나 기업이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반드시 홍보전문가, 로비스트, 싱크탱크, 위장 단체를 활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한다. 그 대가로 우리가 빼앗기게 되는 것은 당연히 공공의 이익이다.

    살인자 코카콜라, 환경 파괴자 엑손의 기업홍보 그림자

    『스핀 닥터』는 코카콜라, 브리티시 석유, 엑손, 몬산토 등 이름난 기업의 범죄 행위를 폭로한다. 또한 미국과 유럽연합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독립적이라고 자처하는 싱크탱크와 연구소들이 거대 기업의 은밀한 자금을 받고 있다는 놀라운 정보를 새롭게 공개한다.

    이 책을 읽으면 정치와 산업의 각 분야에서 스핀이 작동하는 생생한 메커니즘을 엿볼 수 있다. 미국 공화당은 공공 홍보 컨설팅 전문 업체인 DCI 그룹을 활용해 미국 정계를 집어삼켰고, 스코틀랜드 양식 업계는 양식 연어가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정당한 문제 제기를 담은 사이언스 논문을 왜곡하기 위해 미디어를 물타기하고 대중을 속였다. 브리티시 석유는 석유 회사가 환경친화적이며 지속 가능하다는 확신을 대중에게 심어주려고 기후 변화를 부정한다.

    국제정책 네트워크라는 싱크탱크는 기후 변화와 관련해서는 엑손 편을 들고, 농업과 식품에 대해서는 유전자 변형 기업의 편을 든다. 이 단체의 돈줄은 거대 기업이며, 거대 기업은 기업홍보의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정보 조작은 유전자 변형 식품에 대한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데서도 잘 드러나는데, 기업을 공격하는 반대 운동에 대항하기 위해 미디어용 시위를 조직하고 NGO에 소속된 전문가의 신뢰성을 직접 공격하는 것을 보면, 그들의 더러운 속임수를 얼마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일은, 콜롬비아 노동조합인 시날트라이날에서는 코카콜라에 맞선 노조 지도자들이 우익 암살단에게 살해당하는 끔찍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 * *

    저자 : 윌리엄 디난 (Dinan, William)

    스코틀랜드의 스트래스클라이드 대학 사회학 교수. 여러 대학, 연구소, 기관 등에서 연구원과 자문을 지냈으며, Spinwatch.org의 공동 창립자이자 공동 편집자다.

    저자 : 데이비드 밀러 (David Miller)

    스트래스클라이드 대학 사회학 교수. 선전, 정보 조작, 로비에 대한 저술로 널리 알려져 있고, Spinwatch.org의 공동 창립자이자 공동 편집자다.

    역자 : 노승영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원 협동과정에서 인지과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주)언어과학연구원을 거쳐 환경운동연합에서 일했고, 현재 환경연구소 생태지평의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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