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력, 신고에서 치유까지
        2011년 04월 16일 03: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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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여성들의 성폭력 사건 해결을 지원해온 한국성폭력상담소가,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담은 책 『보통의 경험』을 펴냈다.

    ‘피해자를 위한 DIY 가이드’인 이 책은 성폭력에 관한 오해와 편견 바로잡기, 성폭력에 대응하는 여러 가지 방법과 제도, 유형별 대처법, 피해자의 자가 치유까지 성폭력 사건 해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신고에서 치유까지

    『보통의 경험』(한국성폭력상담소, 이매진, 12000원)은 무엇보다 ‘피해자 리더십’을 강조한다. 성폭력 피해자는 흔히 무력하고 나약한, ‘불쌍한 사람’이라고 보는 통념과 편견에서 벗어나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피해자 자신의 힘을 믿자는 것이다. 사건에 관해 가장 잘 알고 있고, 몸으로 직접 겪어내고 가장 많이 고민한 피해 당사자가 바로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독자들이 이런 ‘피해자 리더십’을 기를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1부에서는 피해자가 성폭력에 관해 바로 알고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을 다질 수 있게 도와준다.

    "성폭력은 밤길의 괴한이나 ‘변태’처럼 이상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것이다", "여자들의 짧은 옷차림이 성폭력을 유발한다" 등 널리 퍼진 편견을 설득력 있게 반박한다. 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한 피해 당사자들의 사례를 들려주며, 다양한 길을 선택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나 자신’이라는 점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2부에서는 구체적인 사건 해결 절차와 그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와 기관을 알아본다. 개인적인 해결, 사법적인 해결, 소속 집단에서 해결하는 방법, 국가가 마련해둔 구제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각각의 방법을 선택할 때 유의해야 할 점, 가해자와 대면할 때 준비해야 할 사항, 증거를 수집하는 방법, 많은 사람들이 낯설어하는 민형사 소송의 절차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저자들의 꼼꼼하고 자세한 설명은 자칫 복잡한 사건 해결 과정이 버겁고 막막해 포기할 수도 있는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성폭력에 대한 편견들

    3부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성폭력 유형을 알아보고, 각각의 경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직장 내 성폭력, 데이트 성폭력, 친족 성폭력, 대학 내 성폭력, 아동 성폭력 등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유형들은 그 경험이 다른 만큼 사건을 해결하려 할 때 염두에 둬야 할 내용도 조금씩 다르다.

    저자들은 자신의 커리어와 사건 해결 사이에서 고민하는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에게 조언을 들려주고, 성인과 다른 아동 피해자를 대할 때 보호자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알려주기도 한다. 2부에서 알아본 해결 절차를 자신이 겪은 일에 적용하려 할 때, 3부의 유형별 대처법을 통해 더 구체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4부에서는 성폭력 피해 때문에 상처를 입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치유할 수 있게 조언해준다. 가해자를 처벌하거나 피해 보상을 받는 것만큼, 나 자신을 보살피고 ‘다시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모든 피해자는 저마다 치유의 속도가 다르고 호흡이 다르니, ‘상처 받은 나’를 바라봐주고 자신의 템포를 찾자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부록에 실린 피해자 지원 기관 연락처는 당장 피해 상황에 처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정보다. 전국의 성폭력 상담소, 아동 성폭력 사건을 지원하는 해바라기아동센터, 병원 진료부터 법적 지원까지 제공하는 원스톱 지원센터와 친족 성폭력 등으로 당장 거주할 곳이 없는 피해자들이 찾아갈 수 있는 쉼터의 연락처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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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한국성폭력상담소

    성폭력이 성차별적 사회에서 살고 있는 여성에게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회의 문제라는 것을 알리고, 성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활동하는 여성운동 단체다. 1991년 문을 연 뒤 20년간 6만 7000여 회의 상담을 통해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고,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는 사회적 제도를 제언했다. 또한 성폭력을 조장하는 한국 사회의 성문화를 바꾸는 활동을 통해 평등과 평화를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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