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 군사기업의 전모를 밝히다
        2011년 04월 16일 03: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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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강대국인 미국을 뒷받침하는 힘 중의 하나는 막강한 군사력이다. 그래서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분쟁을 유발하거나, 군사적 갈등 현장에 끼어들고, 지구의 질서 유지를 위한 내무반장의 역할을 자임해 왔다. 그러나 세월의 힘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베트남 전쟁 때부터 미국은 이렇다 할 승전보를 올리지 못했고, 급기야 소말리아의 블랙호크다운 추락사건과 함께 미국의 위신은 땅에 떨어진 바 있다.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동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모두 군기를 잡기는 힘에 부친 것이다. 이에 미국이 택한, 은밀하면서도 손쉽고, 어찌 보면 추잡한 전략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용병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었다.

    신간 『블랙워터-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용병부대의 부상』(제러미 스카힐 지음, 박미경 옮김, 삼인, 25000원)는 미국 정부의 지원 아래 성장하여 이라크 등지에서 화려하게(?) 활약을 펼친 최강 용병부대 ‘블랙워터’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

    저널리스트인 저자에 따르면 블랙워터는 우선 그 규모에서 상상을 초월한다. 저자가 글을 쓴 시점 기준으로, ‘글로벌 대테러 전쟁’의 전위 군단으로 양성한다는 부시 행정부의 암묵적 지침 하에 급성장한 블랙워터는 언제든 소집 가능한 전직 특수부대 요원과 군인 및 은퇴 경관 21000명의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었다.

    아울러 실제로 미국 국내를 비롯해 9개국에 2300명 이상의 민간 용병을 배치했으며, 중무장 헬리콥터, 소형 감시 비행선 등 20여 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매년 수만 명의 연방 경찰과 지역 경찰 그리고 이른바 ‘우방국’의 군대를 훈련시키는 군사 센터의 역할도 했다. 또, 노스캐롤라이나 모욕에 7000에이커에 해당하는 기지까지 뒀다. 이쯤 되면 단순한 흥신소나 용병 소개소 정도가 아니라, 거대한 민간 군인 양성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왜 미국은 정규 부대를 양성하지 않고, 민간 군사기업을 통해 용병을 제공받은 것일까. 이 대목에서 블랙워터와 미국의 더러운 거래 관계가 드러나는데, 문제의 핵심은 이른바 시행규칙 17조로 알려진 법령과 관계있다.

    이 법령은 이라크에 있는 계약직 민간 군인들의 기소를 면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데, 이로써 블랙워터 용병들은 법적 보호를 받으며 현역군인과 달리 살인과 고문을 ‘마음대로’ 자행할 수 있는 보호막을 얻은 것이다.

    저자는 실제로 블랙워터 대원들이 이라크에서 얼마나 무자비하게 학살을 자행했는지를 소상히 고발하고 있다. 결국 미국은 자신의 위신에 어긋나는 모든 더러운 일들에 대한 하청을 블랙워터에 일임한 셈이다. 국가가 청부한 살인을 행하는 거대한 기업. 그곳이 바로 블랙워터이다. 

                                                      * * * 

    저자 : 제러미 스카힐(Jeremy Scahill)

    폴크상을 수상한 독립 기자이다. 《네이션》의 단골 기고가이며, 미국 공영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국의 〈데모크라시 나우!〉의 통신원으로서 활동한다. 스카힐은 이라크, 구 유고슬라비아, 나이지리아의 보도를 담담해왔다. 현재 그는 네이션 연구소에서 퍼핀 재단의 저널리즘 강좌를 맡고 있다.

    역자 : 박미경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 졸업. 옮긴 책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블랙워터>, <마리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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