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 새들의 '간통'과 비밀
    2011년 04월 16일 03: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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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친자 확인 10건 중 3건은 남의 자식”이라는 통계가 있다. 아내의 불륜에 대한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던 남자들이 유전자(DNA) 감식을 의뢰하여 나온 이 결과를 접하고, 번식적 이득을 누리기 위해 혼외정사를 하는 쪽은 주로 남자들이라는 사고에 허를 찔린 적이 있을 것이다.

왜 수컷들은?

물증을 확실히 손에 쥔 남자들은 외도한 아내를 용서하고 남의 자식을 계속 키울 수 있을까? 부정에 대처하기 위해 진화한 인간의 심리전략 중 하나가 질투라면, 배우자의 배신에 불같이 반응하는 것이 진화심리학적으로는 옳다.

심증도 있고 물증도 있으나 어쩔 수 없이 남의 자식을 키우는 수컷들이 있다. 명금류(참새목의 노래하는 새)에 속하는 아카디아딱새 수컷은 새끼들 중 절반에 해당하는 남의 자식을 먹여 살리고, 두건솔새 수컷은 자신의 배우자 암컷이 마치 옆집 수컷과 간통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듯 행동하며, 남의 자식을 키우기 위해 1,000번 이상의 먹이 조달 여행을 떠난다.

‘간통’한 암컷에도 불구하고 수컷들이 먹이를 계속 구해 나르는 이유는 그렇지 않으면 둥지 내의 다른 새끼들뿐만 아니라 자기 자식에게도 해가 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새책 『암컷은 언제나 옳다』(브리짓 스터치버리 지음, 정해영 옮김, 이순, 13800원)는 20년 이상 남·북아메리카의 새들을 연구했으며, 경력의 대부분을 새들의 ‘간통’ 연구에 바쳐온 행동생태학자 브리짓 스터치버리의 역작이다. DNA 감식으로 친자 확인 검사가 가능해지기 전까지 오랫동안 새들은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종으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조류 세계에서 가장 잘 지켜진 비밀 중 하나는 많은 새들이 상당히 높은 비율로 불륜을 저지른다는 사실이다. 저자의 흥미로운 이력이 말해주듯 짝짓기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들은 놀랍도록 복잡한 성 전략을 진화시켜왔음이 분명하다.

수컷은 유혹하고 암컷은 선택한다

어째서 암컷들은 옆집 수컷과 불륜을 저지르고, 수컷은 배우자의 공공연한 혼외정사를 속수무책 지켜볼 수밖에 없는가? 저자는 짝짓기와 번식에 관한 한 암컷이 선택권을 갖고 수컷들을 무한경쟁으로 몰고 간다는 성 선택 이론으로 이를 설명한다.

수컷은 대체로 암컷의 처분에 달려 있으며, 선택의 주도권을 쥔 암컷은 필요에 따라 배우자를 속이고 불륜을 저지르고 자식을 버린다. 암컷의 배우자 선택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왜 수컷들이 암컷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가? 명백하게 ‘암컷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다. 아름다운 깃털로 치장하는 요정굴뚝새 수컷과 봄날 아침마다 열렬한 춤 공연을 펼치는 큰초원뇌조 수컷, 그리고 복잡한 레퍼토리로 새벽 합창을 하는 호주동박새 수컷은 짝짓기라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다른 수컷들과 치열한 군비경쟁을 벌인다.

문제는 암컷이 그리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러 마리가 동시에 춤 공연을 펼치는 큰초원뇌조는 눈싸움 경합과 차고 쪼는 몸싸움으로 만신창이가 되어도 결국 구애 공연의 중앙무대를 차지하지 못하면 암컷에게 퇴짜를 맞는다.

일부일처제, 충실해서? 기회가 부족해서?

조류 암컷은 일반적으로 알을 수정할 정자가 필요할 때만 수컷의 접근을 성적으로 받아들인다. 문제는 번식기가 겹치는 데서 일어난다. 참새목과 명금류의 새들은 전체 종의 86%가 빈번하게 외도를 저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이 이런 불명예를 안은 이유는 번식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열대새에 속하는 회색개미새 부부는 1년 내내 함께 노래하고, 함께 식량을 구하고, 함께 알을 품고, 함께 새끼를 먹이고, 함께 침입자와 싸운다. 열대새들의 경우, 번식기가 길고 암컷들의 생식 시기가 동일하지 않은 점이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중요한 이유다.

회색개미새 중 동시에 생식능력이 생기는 암컷은 10% 미만이기 때문에 수컷이 아무리 구애를 한다고 해도 암컷이 알을 낳을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냉대받기 쉽다. 다시 말해 바람피우기가 여간 어렵지 않은 것이다.

왜 어떤 종은 평생을 함께하고, 어떤 종은 배우자와 새끼를 가차 없이 버리는가? 저자에 따르면 일부일처제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충실함보다는 기회 부족의 결과일지 모른다. 겉으로 영구적인 부부 결합 패턴을 보인 회색개미새도 옆집에서 더 나은 기회가 주어지면 주저않고 제 짝과 이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랫동안 ‘영역’을 차지하고 ‘긴 수명’을 누릴 수 있는 이익이 배우자에 대한 ‘충실함’으로 나타난 것뿐인 것이다.

‘떠돌이새’와 ‘양육 조력자’의 생존전략

이 책에는 새들의 번식 행동 외에도 둥지 찾기, 동기(同氣)간의 경쟁, 공동양육, 군집 생활의 전모, 그리고 생사를 건 철새의 이동 등 야생동물이 자연에서 살아가고 후손을 이어가기 위하여 선택하는 다양한 생존전략과 진화의 과정이 서술되어 있다.

인간은 새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선택압을 바꾸어놓고, 주어진 행동의 득과 실을 재조정할 수 있다. 인간이 진화를 재설계하는 셈이다. 그에 대해 저자는 변화하는 환경에 새들이 얼마나 빨리 행동을 적응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유전적 차원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행동들이 개체군 내에서 일반화되려면 최소한 수백 년은 족히 걸린다는 점이다. 따라서 생활양식이 특수하고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대단히 민감한 종들은 쉽게 멸종될 것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새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고, 다음 세기 안에 전체 새의 15%가 멸종, 1000종 이상의 새가 사라질 것이라고 저자는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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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브리짓 스터치버리 (Stutchbury, Bridget)

20년간 남·북아메리카의 숲과 정글을 헤치며 명금류(참새목의 노래하는 새)의 행동을 연구해온 행동생태학자이다. 경력의 대부분을 새들의 간통 연구에 바쳐왔다. 현재는 열대 삼림황폐화와 철새의 이동, 기후변화와 새들의 생존 등 묵직한 주제를 연구하고 있다.

섹스와 간통, 배신과 이혼에 얽힌 새들의 사생활뿐만 아니라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새들의 생존전략을 밝혀내는 자신을 스스로 ‘새 탐정’(Bird Detective)이라 부른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나 토론토에서 자랐다. 퀸즈 대학에서 이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예일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미스소니언협회에서 협동연구원으로 일했고 현재 캐나다 요크 대학에서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역자 : 정해영

성균관대 불문과,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한영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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