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부 노선논쟁, 야권 연대는?
    2011년 05월 09일 05: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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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비준동의안 통과를 계기로 민주당에서도 노선 논쟁이 불붙고 있다. 지난해 당 대회를 통해 ‘보편적 복지’를 당론으로 채택하며 좌클릭했던 민주당이지만 뿌리 깊은 보수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에서는 “민주당의 좌클릭이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합당론에서 "눈치 보지 말라"까지

민주당 내에서는 다가오는 2012년 총선과 특히 대선에서 진보진영과의 선거연대에 나서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목소리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연대의 수위와 관련해서 “단일정당을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진보 쪽에 너무 눈치 볼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까지 다양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정당 지지율이 한나라당보다 높게 나오는 등 환경이 좋아짐에 따라 진보진영과의 연대에 소극적이거나 비판적인 목소리들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EU FTA 비준동의안 통과 이후 6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사진=민주당) 

한-EU FTA비준 동의안 처리에 합의했던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야권 연대연합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하는 것이고, 정책연합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국민참여당과 우리가 근본적으로 일치하지는 않는다”며 “최소한 각 당의 정체성을 인정하며 연합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선거연합을 하되, 정책에 관해서는 진보정당과 분명한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진보정당이 정책과 가치를 상대적으로 중시하고 있어, 그의 이 같은 발언은 향후 야권 연대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해주는 셈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4.27재보궐선거 정책연합에 대해서도 “야4당 합의 내용은 처음 보았고, 다른 최고위원들도 마찬가지”라며 “(손학규 대표가)서명을 했을 때 최소한 최고위에서 논의를 해야 되고, 당론으로 결정할 때 의원총회를 거쳐야 한다”고 말해 정책연합에 대한 민주당의 공식적인 책임성까지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박지원, "야4당 정책합의" 당론 아니다? 

그는 “그 내용에 대해서 불만을 갖는 것은 아니"라며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은 반대를 하면 선명성은 유지할 수 있지만, 우리 민주당은 87석의 제1야당이기 때문에 반대를 하더라도 국익과 국민을 위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는 한-EU FTA비준 동의안 처리에 합의한 자신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향후 한-미 FTA비준 동의안 처리에 대해서도 진보정당과는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에는 한-미 FTA에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찬성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도 8일 트위터를 통해 “(한-EU FTA는)야권연대나 당의 정략보다 우선하는 문제”라며 “우리도 언젠가는 여당이 될 것이기에 야당과의 연대도 중요하지만 국민과 국익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다. 그는 이어 “결국 이번 사태는 야3당에게 선명성을 부각시키려는 정략으로 끝났으며, 나는 우리 민족이 ‘닫으면 패배하고 열면 승리한다’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 진보블록에서는 이에 대해 비판적이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6일 최고위원회에서 “당은 FTA와 관련해 (관점이)작년 10.4전당대회 이전 이후가 다르다”며 “전당원의 결의로 당은 담대한 진보의 길을 선택했으며 정부가 엉터리 협상으로 체결해 온 불평등 한-EU FTA는 정면으로 보편적 복지노선과 충돌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이어 “일부 의원들은 우리 당의 강령과 정치노선에 대해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한-미 FTA 앞에서도 이렇게 우왕좌왕해서는 민주당의 장래는 없으며, 이를 어떻게 대응하고 저지할지에 대해 지도부의 확고한 신념은 물론이고 당 전체 소속의원들의 이론무장과 당의 노선과 갈 길에 대한 공감대, 공유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 FTA 놓고 입장 차이 커

이인영 최고위원도 같은 자리에서 “민주당의 정체성은 민주당 스스로 지킨다”며 “한-EU FTA 비준연기 요구는 야권연대 이전에 정도로 가는 민주당의 정의에 대한 신념과 관련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00만 농민과 600만 자영업자 운명이 걸린 문제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넘어 국가정체성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의 신임 원내대표 선거는 민주당의 노선 논쟁의 향방을 다소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선호, 김진표, 강봉균 의원이 출마한 원내대표 선거에서 세 후보는 보편적 복지를 위한 재원마련 방안과 관련해 입장이 갈리고 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유선호 의원은 “부유세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반면, 김진표, 강봉균 의원은 증세에 조심스럽다.

야권연대의 중심축인 민주당 내부가 혼란스러워진 상태에서 당장 다가오는 총선에 야권연대를 도모하고 있는 진보정당들의 속내도 복잡해 보인다. 진보정당들이 ‘가치 중심의 선거연합’을 강조해 온 만큼, 야당과 정책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책 선거연대를 하는 것은 시실상 불가능하다.

노세극 새세상연구소 정책연구위원은 “야4당 정책 단위에서 몇 차례 토론회를 했는데 FTA 문제의 경우 답이 잘 안나온다”며 “민주당 내 찬성론자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설득이 잘 안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 내부에 찬반이 갈려 있기 때문에 민주당 내부 조율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노 연구위원은 “정책연합 없이 권력 중심으로 야권연합을 하는 것은 야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비정규직과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타협을 볼 수도 있을 텐데 FTA는 힘든 상황에서 야권연대의 향방이 어떻게 흘러갈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야권연대 향방 불투명

박철한 진보신당 정책실장은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더라도 정책연합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할 수밖에 없다”며 “재정과 예산 등과 관련해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 텐데, 그 위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의가 안되는 정책을 띄워놓고 협상을 한다면 그것은 말잔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하지만 이번 재보궐선거를 통해 야권연대의 힘이 어느 정도 증명이 되었고 총선 등에서 유권자들의 강한 요구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에게 압박의 요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선거연대의 틀이 깨지면 민주당의 정권 심판론도 흔들려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의 욕심이 있고, 이 때문에 정책연합에서 여러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민주당도 이 틀을 깨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지난 9일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한-EU FTA 처리과정에서 야권연대의 심각한 후퇴가 나타났지만 더 이상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민주당이 야권연대의 의미를 어떻게 인식했는지에 대한 성찰과 야권연대 정책합의의 무게에 대한 재고에 더해 야권연대의 이행을 위한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함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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