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있다는 말에 힘을 낸다!
        2011년 04월 13일 04: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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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가 한가지 꾀가 생겼다. 사람을 바라보는 안목(眼目)이다. 오랫동안 농촌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다. 어떤 사람에 대하여 느낌을 가질 필요가 있거나 이야기를 해야 할 때, 그가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먼저 살펴보게 된다.

    그 장면을 보면 ‘시작이 반’이라고 그에 대한 이해의 폭은 한결 깊어지고 성숙해진다. 동시에 그가 하는 일이나 짓는 농사의 대강이 그려진다. 그리되면 내 맘속에서 그에 대한 생각들이 춤을 춘다. 시간이 지나며 첫 느낌과 별반 다르지 않게 살아가는 그의 삶을 마주하게 되면 그와의 관계는 순조로워지고 이야기는 풍성해진다.

       
      

    390년 포고나무의 꿈

    마을 앞 웅장하고 정겨운 포고나무(팽나무)는 390년 동안 동촌마을의 상징이었고 꿈이었다. 또 어릴적부터, 아니 태어날 때부터 애틋한 추억이었고 내 삶이었다. 몇 년전 태풍 매미가 마을을 휩쓸고 간 자리에 포고나무도 양가지 중앙이 찢어지는 생채기를 남겼다. 응급처치를 하고 재작년까지도 잎사귀를 키우며 잘 견디어 주었는데….

    작년엔 왼쪽가지에만 잎을 틔우기에 걱정을 했다. 그 무더운 여름날엔 어른과 아이들의 어울림의 공간이었고 놀이터인 동시에 친구이고 삶의 터전이었다. 나무위에 놀이터처럼 기어 오르며 놀았고 더운 여름 시원한 그늘아래 고무신으로 연결하던 기차놀이도 생각나고, 가을이면 노란 황토빛으로 잘익은 포고한알 먹으면 겉껍질의 보드랍고 달콤한 맛과 딱딱한 씨방이 ‘딱’하고 터지는 소리…

       
      

    포고나무 바로 아래 냇가에서 수영도 하고 수영하다 지쳐 추우면 새파랗게 변한 입술을 달달떨며 뜨거운 돌밭에 온몸을 맡기다가 나무 밑에 줄지어 가는 개미를 잡아 싸움도 시키고…. 어른들의 큰소리와 코고는 소리도 들리고, 막걸리에 취하고 나그네가 쉬어가는 곳.

       
      
    올 겨울엔 딱따구리가 죽은 나뭇가지를 쪼아대더니 4월 식목일날 웅장한 모습도 이젠 그루터기만 남았네. 왜 이리 가슴이 공허하고 마을이 텅빈 것 같을까요? 나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여!

    새어린 기목나무를 심고 주위경관을 이쁘게 단장해 놓았어도 390년의 꿈을 대신할 수 없네요. 아! 사무치게 그리웁네. 동촌마을 포고나무여!

    – 2010년 8월 , 함안 군북면 동촌마을 안태영

    경남 함안 군북면 동촌리에 390년 포고나무의 꿈을 그리워한 농부가 있다. 생을 다한 포고나무에 대한 경외(敬畏)와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의 소중한 것들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픈 꿈 그대로 이루어 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4백년을 살다간 포고나무의 의미를 토마토 농장에서 꿈의 농법으로 실현하는 이야기다.

    꿈을 담은 토마토 희망봉형제 농장

    동촌마을 포고나무 옆에 희망봉형제농장이 있다. 안태영, 안재영(형) 형제가 나란히 토마토농사를 짓는다. 안태영씨는 자신이 짓는 농사를 ‘꿈의 농법’이라 부른다. 전국에 같은 농법으로 짓는 농가가 40여명이 된다. 품종은 yes1을 선택하여 재배한다. 이 품종은 원래 맛이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독특한 재배기술을 발휘하여 일반품종보다 저온에서 키우고 작물의 본성을 잘 헤아려 장점이 많은 아주 멋진 작품으로 만들어 냈다.

    이 꿈의 농법은 여러가지 기술적 노하우가 있지만 한마디로 “네가 알아서 살아라!”가 핵심이다. 양액재배이든 토양재배이든 물과 양분을 최대한 억제하며 키운다. 어떤 경우에는 너무 방임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양관리를 한다.

    원리는 물이나 양분을 충분하게 주기 시작하면 뿌리를 뻗지 않고 나무가 게을러진다. 생명활동을 열심히 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조건을 야물게 만들어 주고 “나무야! 이제부터는 네가 스스로 살아가거라” 주인으로부터 이렇게 독립선언을 당하고 나면 토마토나무는 진지하고 치열하게 살기 위한 몸짓을 시작한다.

       
      ▲방울토마토 뿌리밑에서 본 장면이다. 꿈의 농법으로 자라난 토마토의 뿌리는 촘촘하기 그지없다. 굵은 뿌리와 가는 실뿌리들이 씨줄날줄로 왕성한 기세를 자랑한다. 물과 양분을 찾아 나무가 무던히도 애쓴 흔적이다. 
       
      ▲뿌리부 깊숙히 손을 넣었다. 보통의 양액 재배라면 양액으로 흥건하거나 흐를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습기가 거의 없다. 손가락에 물기가 묻어나지 않는다. 물을 거의 안준다. 아까워서 못준다. 애써서 견뎌왔는데 물을 확 줘버리면 긴장이 풀어진다. 나무 스스로 자생력을 갖춰 최선을 다해 살아내도록 관리하는 기술이다. 

    꿈을 담은 토마토는 재배기간이 일반 방울토마토보다 1.5배 더 길다. 보통 방울토마토는 파종(播種)하고 60일이면 꽃이 피고, 약 100일정도 지나면 수확을 한다. 하지만 안태영씨는 150일 정도가 되어야 수확을 시작한다.

    그만큼 과육의 조직이 치밀해지고 야물게 되고 당도가 높아진다. 9~10Brix정도의 당도를 내는데 보통의 토마토들은 6~7Brix정도에 머문다. 저장기간도 오래가고 상온에서 놔두면 건포도식으로 썩지 않고 말라만 간다. 토마토 자체의 내적 생명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재배기간이 길면 인건비를 포함해서 그만큼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 아닌가? ” 물었다. ”아닙니다. 날짜만 더 들어갈 뿐이지 비용은 오히려 적게 들어갑니다. 수확량도 많습니다.”

       
      ▲화방이 상상 이상으로 길고 열매를 많이 매단다. 어떤 경우에는 1m정도 되는 화방도 나온다. 충분히 기다려 전체가 다 익었을 때 한꺼번에 수확을 한다.
    한번 따내고 다시 전체가 익을 때까지 충분히 기다린다. 한참 절정일 때는 방울토마토 천국이 된다.

    보통은 한 화방에 열린 것중에서 빨갛게 익어가기 시작하면 익는 순서대로 바로바로 따내야 한다. 제때 따내지 않으면 열과가 발생하고 농익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 수확철이 다가오면 일손투입이 정신 없이 바빠지게 된다. 그런데 꿈을 담은 방울이는 충분히 다 익을 때까지 기다린다.

    한번 수확하고 나서 한 15~20일쯤 기다리면 온천지가 빨갛게 완숙방울이가 된다. 그 시점에 일시에 일손을 투입하여 수확한다. 인건비의 효율이 극대화 된다. 시간도 절약되고 사람도 절약되고 일거양득이다. 거기다 충분히 완숙된 신선함이 품질을 한층 높여준다. 남들은 서너번에 걸쳐 하는 일을 한번에 해결하는 셈이니 효율성이 높다. 나무자체의 자생력을 높여주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다.

    완숙토마토나 방울토마토 최대의 적은 역병이 드는 것이다. 일종의 균의 침입인데 잎, 줄기 열매 할 것 없이 곰팡이 형태로 시커멓게 변해서 ‘흑사병’같은 느낌이 들게된다. 안태영씨는 작물의 자생력을 높이고 온도와 습도관리 등 오랫동안의 노하우를 살려 최선의 상태로 유지함으로써 대응한다. 물론 그 동안 아주 여러 번 쓰디쓴 실패와 좌절을 맛보고 견뎌낸 결과물이다.

       
      ▲ 꿈의 농법은 큰 토마토에도 적용된다.

    좋아서 하는 일

       
      ▲안태영 조선옥 부부. 
       
      ▲안태영씨가 6년간 탔던 자동차 운반 전용선 와일드아이리스호(좌)와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의 아름다운 전경. 

    안태영씨(1961년생)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해양고교를 나오고 목포해양대학을 졸업했다. 군대생활을 마치고 80년대 중반부터 6년간 자동차 운반전용선 와일드아이리스호 기관사로 일했다. 어린 시절 돈을 많이 벌어 커다란 목장을 지어 넓고 푸른 초원에서 소 키우는 것을 꿈꾸어 왔다.

    그 당시 큰형님이 선원생활을 하고 있었고 배를 타면 돈을 많이 번다는 소리에 주저 없이 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기관학과 전문과정을 공부하고 배를 탔다. 하지만 열심히 배를 타고 있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게 내가 정말로 원하는 일이 아닌데….” 하는 공허한 마음을 다스릴 수 없어 마침내 농촌으로 돌아오기로 결심한다.

    선원생활을 그만두고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1년여 우여곡절을 겪고 젖소 두마리를 사서 키울 때 아내를 만났다. 1990년대 초반의 일이다. 어느 날 리어카를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면서 가는 모녀의 모습을 보았다. 어찌나 보기가 좋았던지 옆 동네 후배에게 그 처녀가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내성적이던 그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막무가내로 그 집에 찾아가 딸을 주십사 이야기했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고향에 정착하여 농업적 삶으로 행복이 쌓여가던 날들도 잠시, IMF 외환위기때 연대보증으로 돈도 떼이고 물리기도 해서 마음고생 많이 했다. 하지만 맛 좋은 토마토생산을 위한 공부와 벤치마킹, 여러가지 실험은 지속적으로 시행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이웃에서 같이 토마토재배를 하는 형님 내외분과 함께 ‘희망봉형제농장’이라는 상표를 디자인해서 국내판매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친환경무농약재배 기술과 적은 비용으로 질 좋은 농사를 짓기 위한 컨설팅을 받았다. 이른바 ’꿈의 농법’의 시작이다. 이를 계기로 같은 농법을 공유하는 전국적인 회원조직(40여농가)이 생겨났고 지속적으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동촌마을에서는 2007년 다섯 농가가 모여 ‘친환경 온누리작목반’을 결성하고 현재에는 10개의 농가가 함께하고 있다.

    안태영씨 내외는 고객들이 맛있다고 평가해주는 한마디 듣는 맛에 농사를 짓는다. 고맙다고 인사하는 고객들의 마음에 저절로 흥이 난다. 두 사람은 정말 좋아서 농사를 짓는다. 일거수일투족에 그 마음이 묻어난다. 만나서 이야기 나누다 보면 농사짓는 신명이 어깨에 들썩거린다. 사람은 자기가 가장 잘 할수 있는 것,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을 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 

       
      

    박스에 담는 작업도 고객에게 직접 보내드리는 경우 일일히 손으로 한알 한알 담는다. 기계로 크기별로 중량재서 드르륵 담아 내는게 아니라 한알씩 손으로 잡아 담는다. 혹 꼭지로 인해 상처가 날까 싶고 정성을 보내고 싶어서다. 조선옥씨 왈 “제 마음을 담는 겁니다. 싱싱할 때 담으면 그림 같아요! 아까와서 못 먹을 정도에요. ^^” 그 말뜻이 이해된다.

    390년 포고나무의 꿈을 자신의 마음속에 영원히 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또 다른 꿈 ‘꿈을 담은 토마토, 꿈을 담은 방울이’를 만나는 여정은 즐겁기 그지없다. 소중한 우리가족들에게서 건강한 웃음을 바란다면 오늘부터라도 누가 생산했는지 모르는 원료와 각종 화학첨가물로 범벅이 된 가공품보다 자연의 기운과 동촌마을 포구나무의 꿈을 그대로 물려받은 토마토를 밥상위에, 소파위에 내어 놓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Tip

    토마토의 우리말 이름은 일년감이다. ‘일년(一年)을 사는 감’이란 뜻이다. 얼마전 미국 시사지’타임’에서도 토마토를 ‘21세기 세계10대 건강식품’중 하나로 선정했다. 토마토의 빨간색을 내는 성분이 리코펜이다. 암을 유발하고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를 이 리코펜이 억제해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토마토를 날로 먹는 경우가 많지만 건강을 위해서라면 익혀 먹는게 좋다. 리코펜은 올리브오일 같은 식용유에 볶아먹을 때 체내 흡수율이 높아진다.

       
     

    토마토는 정력(精力)에 좋고 고기처럼 기름기 많은 음식과 함께 먹으면 위장에서 소화를 촉진시키고 산성식품을 중화하는 역할도 한다. 신진대사를 돕는 비타민C, 지방 분해를 돕는 비타민B, 모세혈관을 강화하고 고혈압을 개선시키는 루틴, 철분, 칼슘 등의 성분도 고루 갖추고 있다.

    토마토를 먹을 때 설탕에 찍어 먹는데 설탕은 체내에서 분해될 때 토마토속의 비타민B를 소모시킨다. 그러므로 설탕보다는 약간의 소금을 곁들이면 토마토의 단맛이 살아나고 소금의 나트륨성분이 토마토속의 칼륨과 균형을 이뤄 영양흡수를 도와준다. 방울토마토는 일반토마토보다 크기는 작지만 영양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일반토마토는 파랄 때 수확하여 후숙 과정을 거치지만 방울토마토는 빨갛게 익은 다음 수확하므로 토마토의 리코펜 성분을 더 많이 섭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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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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