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승리 유시민…조선일보 "민주당 망연자실"
    2011년 04월 13일 0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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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자 주요 일간지들은 학생과 교수의 연이은 자살을 낳은 ‘카이스트 사태’를 지난주에 이어 며칠째 중심 뉴스로 다루었다. 하지만 비록 비중은 덜하나 그 못지않게 빠짐없이 챙긴 뉴스가 있었으니 바로 김해을 ‘유시민의 승리’ 소식이 그것이다.

오는 4월 27일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김해을 선거구에서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가 야권단일후보로 선출되었다. 이 후보는 지난 10~11일 이틀 동안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곽진업 민주당 후보를 3.5%포인트 차로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들은 이에 “지난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김진표 의원과의 경기도지사 후보 단일화 경선(여론조사)에서 0.96%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던 유시민 대표가 이번에도 민주당에 이겼다”고 일제히 전했다

중앙일보는 “여론조사를 하루 앞둔 9일 김해을 지역엔 민주당 의원 86명 중 절반이 넘는 44명이 출동했다”며 “그러나 이들 44명은 지난달 24일부터 김해에 상주하며 이봉수 후보를 지원한 유 대표 한 명을 이기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경선 결과로 유 대표는 ‘노무현의 적통’ 계승 경쟁에서 민주당에 이겼다고 주장할 근거를 마련한 셈이 됐다”는 점도 빼놓지 않고 부각했다.

다음은 13일자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4대강 주변 ‘친수구역’ 후보지 벌써부터 땅값 ‘들썩’>
국민일보 <뜨는 소셜커머스 끓는 소비자 불만>
동아일보 <내년이면 中에도 재스민 혁명 활짝 필 것>
서울신문 <별 줄인다더니…거꾸로 가는 국방개혁>
세계일보 <찌아찌아 한글 지원 말뿐>
조선일보 <22조 4대강 공사 이어 20조 지류사업 벌인다>
중앙일보 <“0.01점당 6만원 등록금 내가 낸 아이디어지만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한겨레 <방사능 유출 통제불능 ‘경고’>
한국일보 <일 원전 스트론튬 첫 검출>

   
  ▲중앙일보 4월 13일자 4면. 

‘뜨는’ 유시민 관심 둔 보수언론

중앙은 “이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건 자신에게 유리한 ‘100% 여론조사 경선’ 방식이 채택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 대표는 이를 관철하기 위해 ‘국민참여경선’을 주장하는 민주당에 맞서 ‘벼랑끝 전술’을 썼다. “떴다방 정치를 한다”, “연탄가스 같다”는 비난까지 받았으나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중재로 민주당이 측이 설득되자, 유 대표는 참여당 관계자 수백명에게 이런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여론조사 전화가 올 경우를 대비해 집 전화를 휴대전화에 연결해놓는 ‘전화 착신’을 하도록 권하자”는 것이었다.

   
  ▲한겨레 4월 13일자 3면. 

한겨레는 <‘단일화 승부사’ 유시민 또 웃었다>는 기사에서 “유시민 대표는 지난달 19일 당 대표로 뽑인 이후 김해을에 상주하다시피 해왔다. 참여당은 충북 제천시 기초의원 여론조사 경선조사에서도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야권 단일후보를 거머쥐었다”며 “열성적인 당원들이 바닥을 훑는 선거운동 방식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이어 “국민 지지도에서 야권 1위를 달리고 있는 유시민 대표는 야권에서 입지를 넓힐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후보로 나선 지난해 경기도지사 야권후보 경선과 당 대표로서 참여한 이번 단일화 경선에서 연거푸 승리함에 따라 대외적으로 ‘유시민의 위력’을 한껏 과시하게 됐다”는 이번 경선의 의미를 해석했다

하지만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다. 김해을 본선에서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와 일전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봉수 후보가 김 후보를 앞서고 있긴 하나 그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한겨레는 “김해을에서 패배할 경우 (유시민 대표는) 외부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다시 부닥치게 된다. 그가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 중재안을 거부한 점은 부담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하면서 “더 통합적이고 겸손한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는 참여당 관계자의 언급을 전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은 경선 결과에 때한 민주당 측의 ‘반감’을 비중있게 보도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유시민한테 또 당했다” 민주당 망연자실>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결과는 받아들인다고 선언했으나, 속으론 ‘부글부글’ 끓는 민주당 의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한 재선의원은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이번 재·보선에 당 대표가 출마한 분당을이나 강원도지사 선거보다 김해을 결과에 더 신경을 썼다”며 “이번에도 참여당에 밀린 만큼 내년 총선 때 어떤 봉변을 당할지 알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수도권 3선 의원은 “이번에 유시민의 기를 꺾어놨어야 하는데…”라며 “내년 총선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동아일보도 <유시민 기사회생…민주 “또 알박기”>란 기사를 통해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경선 과정에서 참여당의 태도를 ‘알박기’라고 비판한 김진표 의원의 목소리를 담았다. 김 의원은 “유 대표는 김해을의 확실한 승리를 위해 민주당과 통합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르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4월 13일자 5면. 

조선, ‘개혁 포기’ 서남표 총장 버리나?

언론들은 12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의 발언을 일제히 주요 뉴스로 전하는 한편, ‘서남표식 개혁’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연이어 비판을 가했다.

눈길을 끄는 건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였다. 서남표식 개혁을 총장 부임 직후부터 적극 지지해왔고, 최근까지도 퇴진에 부정적이었던 조선은 13일자 신문에서 서 총장에 약간 돌아선 듯한 논조를 보였다. 물론 학생과 교수의 잇단 자살을 낳은 ‘개혁’이 “잘못됐다”가 아니라 다른 의미에서 비판이다.

   
  ▲조선일보 4월 13일자 1면. 

1면에 실린 카이스트 관련 기사 제목부터 그렇다. <백기 든 카이스트, 역주행>이다. 조선은 이 기사에서 “카이스트는 12일 저녁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학사경고 면제, 8학기 동안 수업료 전액 장학금 지급, 교양과목 영어강의 철회, 학업부담 20% 경감 등을 담은 ‘학사운영 및 교육개선안’이란 이름의 수습책을 발표했다”고 전하면서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 총장이 그동안 추진했던 대학 개혁에 찬성하지만 그는 학교 운영에서 리더십의 한계를 보였다”는 교육과학기술부 고위 관계자의 언급을 달았다.

4면 머리기사는 <“카이스트, 공부 더 해도 모자랄 판에 후퇴해서야”>란 제목의 윤종용 전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인터뷰 기사다. 윤 전 회장은 이 인터뷰에서 카이스트의 수습책이 “학생들의 학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제도인데 이를 없앤다는 것은 공감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카이스트 학생들의 공부 열정이 높은 것을 알고 있지만, 미국이나 심지어 인도의 유명 공대에 비해선 아직 전공 수업 시간이 부족하다. 조금 힘들더라도 대학 때 기본이 되는 공부를 많이 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연구·생산 현장에서 세계의 경쟁자들을 이기기 어렵다”며 “카이스트 학생들의 학습량을 줄이겠다는 결정은 이공계 전반의 흐름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조선 보도에 따르면, 서남표 총장은 학사경고 폐지 등 학교 측이 발표한 일부 수습책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 총장은 12일 조선과 인터뷰에서 “국회 다녀온 후에야 수습책 발표를 알았다”며 “학사경고는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은 끝까지 서 총장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듯 보인다.

서 총장은 이날 국회에 출석해 “국민과 유족들에게 심려를 끼쳐 깊은 사과를 드린다. 등록금 차등 지원제는 폐지하고 영어강의는 학생들 의견 수렴을 통해 완화하겠다”면서도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학사운영이) 잘되고 있다고 본다”며 여전히 사퇴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은 “이번 사태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카이스트가 5년간 개혁이란 이름으로 해온 양적 팽창에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경쟁과 효율을 강조한 교육정책이 빚어낸 상징적 사건”(김상희 의원)이며 “이번 사태를 우선적으로 수습하고 사퇴를 적극 고려하겠다고 말하는 게 국민정서에 맞는 해법 아닌가”(안민석 의원)라고 공세를 퍼부었다. “너무 자리에 연연하는 것처럼 보인다”, “소통이 안되는 것 같다”는 여당 의원들의 비판도 쏟아졌다.

   
  ▲경향신문 4월 13일자 4면.

청와대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상징인데…” 고민

청와대 쪽의 반응도 나왔다. 한겨레는 <거취 문제 촉각 세운 청와대>란 기사를 통해 ‘청와대 권한 밖의 사안’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카이스트 사태에 신경을 쓰는 기류가 읽힌다”고 보도했다. “서 총장이 ‘경쟁’을 화두로 한 이명박 정부 교육 정책의 상징처럼 알려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청와대는 “서 총장이 물러나는 게 해법은 아니다”라는 쪽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서 총장이 추진해온 정책들이 이명박 정부 교육 개혁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고, 좌파 진영에서는 이를 비판해왔다”며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쉽게 서 총장이 물러나기는 어렵다. 자리를 유지하면서 해법을 찾아가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겨레 4월 13일자 4면.

다른 핵심 관계자도 “이번 사태로 서 총장 체제의 부작용이 부각되고 있지만, 서 총장이 들어선 뒤 카이스트의 수준과 위상이 높아지는 등 성과들도 많다”며 “서 총장의 공과를 정확히 평가해서 신중하게 풀어갈 문제”라고 밝혔다.

서남표식 개혁을 지지해왔던 동아는 철학자 강신주의 ‘철학자으로 세상읽기’란 연재물을 통해 자살을 선택한 학생들의 나약함을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강씨는 <과학영재들이 거목으로 자랄 기회, 스스로 꺾고 있는 건 아닌지…>란 제목의 글에서 “KAIST 학생들을 자살하도록 만든 일차적 책임은 성적제일주의를 제도화한 모든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들이 아직 학생이라는 점에서 학부모와 학교 당국은 깊게 반성할 일”이라는 점은 분명히 하면서도 “아무리 학생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은 스무 살이 넘은 성인이기도 하다. 성적을 유일한 인정 수단으로 강제하는 외적인 힘에 대해 저항하지 않았던 책임, 이것은 분명 KAIST 학생들이 떠맡아야 할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저항 대신 “자의반 타의반 성적제일주의를 수용했”다는 강씨의 생각이다.

강씨는 이어 “KAIST에 입학할 정도라면 성적제일주의가 모든 사람이 인정받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사고방식이자 편견이라는 사실쯤은 알아차릴 만한 지성을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며 “아무리 교육당국이 성급하게 자신들의 배를 갈라 황금 알을 얻으려 한다고 할지라도, 스스로 배를 갈라서 죽을 일은 아니다. 누가 우리 과학 영재들을 이렇게 어리석고 약하게 키웠는가?”라고 물었다.

“과학을 위해서라도 그들은 성적을 유일한 인정 수단으로 강제하는 외적인 힘에 저항해야만 했다. 그것은 자살이란 자기 파괴적이고 소극적인 방식으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동아일보 4월 13일자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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