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나 그리운 사람, 최정규
        2011년 05월 09일 07:58 오전

    Print Friendly

    최정규 동지의 60여 년의 삶을 기록한 ‘아빠의 이야기’가 5월 9일부터 <레디앙>을 통해 연재된다고 한다. 기쁘고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그의 삶이 평범하지 않았던 만큼 세월의 무게보다 더 무거운 글이 무게가 있을 것으로 짐작되어 벌써 옷깃이 여미어진다.

    옷깃이 여미어진다

    1990년 1월 22일,민주노총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이 결성되고, 한국노동운동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 전노협은 당시 어용인 한국노총을 반대하고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운동을 표방하는 조직으로써 전평이 와해된 이후 40여년 만에 세워진 민주노조의 전국조직이었다.

    전노협의 결성을 전후해서 국가권력과 자본은 전노협을 와해시키기 위해 초법적이고 폭력적인 탄압을 가하였다. 전노협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서울시내 전역에 전단을 살포하였고, 우익단체가 동원되어 전노협을 반국가단체라며 방송차가 연일 거리선전을 하고 다녔다. 노동부(현 고용노동부), 경찰, 검찰, 안기부(현 국정원), 자본이 한 덩어리가 되어 전노협에 참여한 노동조합을 탈퇴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날뛰었다.

    노동자들은 전노협을 사수하기 위해 자본과 국가권력의 탄압에 맞서 치열하게 투쟁을 전개하였다. 민주․진보세력도 전노협을 지키는 것이 곧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는 마음으로 전노협 사후를 위해 함께 나섰다.

    최정규 동지는 바로 이 격동의 시기에 알게 되었다. 그는 당시 독일에서 광부로 일하며 전노협의 유럽후원회를 결성하여 국제적 연대와 지원을 위해 노력하였다. 이러한 그의 활동이 전해지면서 힘겨운 투쟁을 전개하던 노동자들에게는 큰 힘이 되었고, 국내의 전노협 후원에 대한 반향을 크게 불러 일으켰다. 전노협 위원장인 나와 그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벌써 20년 전이다.

    최정규 동지의 노동운동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참으로 대단했다. 그는 91년 하반기 20년에 가까운 독일에서의 광부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하여 전노협에서 활동하였다. 당시 노동운동 활동가들이 제일 기피했던 재정사업을 자원하여 험하고 힘든 일을 도맡아 하였다. 상근자들의 활동비는 고사하고 사업비마저 없어서 허덕이는 등 극심한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전노협으로써는 그의 헌신적인 활동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전노협, 격동의 시기에 그를 만나다

    민주노동당이 결성된 이후에는 남원에 있는 당 연수원에서 당원 교양사업을 위한 활동에 매진하였다. 연수원이라고는 하지만 폐교를 임대하여 개원을 한 터라 허술하기 이를 데 없었던 것을 오롯이 그의 손을 거쳐 연수원으로써의 면모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당원들이 이곳을 다녀감으로써 열성적인 당 활동가로 발전하였다.

    1990년대 중반기부터는 이주노동자와 다문화 운동을 위해 노력하였다. IMF경제위기 이후 정부와 자본은 저임금 정책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제도를 적극 모색하였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조치는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취업제도만을 시행한 터라 대부분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현대판 노예제라는 환경에서 착취를 당해야만 했다. 최정규 동지는 이러한 이주노동자들의 문화와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였다.

    20년에 가까이 그가 한국에서 보여준 활동은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운동 그리고 이주노동자 운동의 토대를 세우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리고 그는 언제나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힘든 일을, 그러나 누군가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꼭 필요한 일을 스스로 찾아다니며 활동한 참된 활동가로의 모범이었다.

    중국의 유명한 시인 두보는 개관사시정(蓋棺事始定)이라 하여 "어떤 사람인지는 그가 죽은 뒤에 비로소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신중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최정규라는 이름 석자는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운동의 역사에 소중하게 기록되어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다. 그의 60년의 삶의 기록은 많은 사람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갈 것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