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 군사비 1900000000000000원
    군축, 평화와 복지의 행복한 만남을
        2011년 04월 12일 08: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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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4월 11일(현지시간) 발표한 ‘2010년 세계 군사비 통계 백그라운드 페이퍼’에 따르면, 2010년 세계 군사비 총액은 1조6300억 달러(2009년 불변가격 기준. 현재 원화 기준 1900조원 수준)에 달한다.

    이 보고서에는 군사비지출 순위 10위까지만 나타나있기에 한국의 군사비와 순위는 나타나있지 않다. 하지만, 이 연구소의 홈페이지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한국의 작년 군사비는 2009년 불변 가격으로 약 243억 달러에 달해 브라질에 이어 12위를 점하고 있다.

    참고로 IMF, CIA 등에 따르면 2010년 한국의 총 GDP는 약 9863억 달러로 세계 15위이다. GDP 순위에 비해 앞서는 군사비의 순위는 한국이 과도한 군비를 지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과도한 군비 지출은 GDP 중 군사비 비율에서도 나타난다. 이 보고서에도 나타나 있지만, 2010년 전 세계의 GDP 중 군사비 비율은 약 2.6%에 달한다. 그런데 2.6%라는 수치는 2010년 한해만 해도 6980억 달러에 달하는 군사비를 사용해 전 세계 군사비의 42.8%를 차지하는 미국 때문에 생긴 수치이다.

    만약, GDP 대비 4.8%의 군사비를 지출하는 미국이 영국과 같은 2.7%의 군사비를 쓴다면 약 3926억 달러가 줄어들고, 전 세계 GDP 중 군사비의 비율은 약 2.1% 수준으로 급감한다. 그에 비해 한국의 GDP 중 군사비 비율은 2009년 현재 약 2.9%나 된다.

       
      ▲NATO 공동 군사훈련 모습. 

    NATO 등에서 군사비를 산정할 때 포함시키는 군인복지기금이나 국방·군사시설 이전비, 주둔군 지원비 등이 빠져 있음에도 그렇다. 참고로 2010년 군인복지기금은 6908억 원, 국방·군사시설 이전비는 2599억 원, 주한미군기지이전 관련 예산은 6967억 원에 달한다.

    이 보고서에서 밝히고 있듯이, 2010년 전 세계 군사비의 증가율이 1.3%에 그친 것은 2008년 발생 이래 현재까지도 포르투갈 등에서 지속되고 있는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재정적 어려움 탓으로 보인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지는 않았지만, 프랑스의 경우 -8.4%, 독일은 -1.3%, 영국은 -0.8%를 기록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2009년 대비 2010년의 증가율은 3.9%에 달한다.

    구조적 원인과 정세적 요인?

    이렇듯 한국의 군사비 비율 등이 세계 전체에 비해 과도한 것은 우선, 분단 혹은 정전 상태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지속과 재정 부담에도 불구하고 2011년 군사비가 2010년에 비해 약 6.2%나 늘어나 전년 증가율을 크게 웃돌게 된 데는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불안한 정세가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4월 12일 ‘세계 군축 행동의 날’을 맞아 한국의 국민들과 주요 정당에게 묻고 싶다. 그런 군비증강으로 평화가 확보될 수 있는가? 상대가 도발을 했고, 언제 또다시 도발을 일으킬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런 이상주의적인 평화론은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타박할지 모르겠다.

    그럼 바꿔 묻겠다. 우리의 안보는 더 튼튼해지는가? 지난 수십 년 동안 북한보다 5배(국방부 주장 군사비 기준)~20배(공식 군사비 기준)의 군사비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북한의 비대칭 위협을 억제할 수 있는 길은 거의 없다고 하지 않는가? 설사 F-15K가 공대지 미사일을 쏠 수 있다고 할지라도 산 뒤에 숨어서 쏘는 장사정포를 어찌할 수는 없는 것은 그 단적인 예이다.

    분단 혹은 정전 상태와 연평도 사태를 거론하며 우리와 유럽의 상황은 다르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유럽과 우리의 상황은 다른 점이 있다. 그러나 유럽에서 비단 그리스 등 IMF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국가뿐만 아니라 프랑스 등도 군사비를 감축한 것은 경제위기 속에서 시민 개개인의 안보와 경제가 당장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에 그에 우선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안보와 시민의 안보가 따로 놀지 않고, 때로는 군사안보보다 경제안보가 더 중요한 것이다. 한국 시민의 안보와 경제가 프랑스 등보다 더 위기에 처해있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그런데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 따른 군비증강의 불가피성 주장, 혹은 군축에 대한 외면은 비단 반북주의자뿐만 아니라, 북한과의 화해·협력을 주장하는 이들에게도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후자 중 일부의 경우, 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이 선군정치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그들에게 부담을 줄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인 듯하다.

    민주당 등이 햇볕정책의 지속을 주장하면서도 군축 등에 소극적인 것은 교류협력부터 시작해 군사적 문제의 해결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거나, 군사적 신뢰 진전 등 운용적 군비통제가 제대로 되어야 실질적 군비통제 혹은 군축이 가능하다는 오랜 신화 때문으로 보인다.

    그들이 햇볕정책은 군비를 튼튼히 한 가운데 동맹을 튼튼히 해 북한이 도발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토대 위에 출발한다며, 이명박 정부 안보무능론(과 민주당 정부 안보유능론)을 주장하고 4대강 예산을 국방예산으로 전용하면 동의할 수 있다는 주장 등을 한 것은 결코 연평도 이후의 일시적 분위기 탓은 아니다.

    사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민주당 정부 집권기 동안 국방비가 거의 배로 증액되었다. 1999년에는 13조7490억 원이었는데 2008년에는 26조6490억 원이다. 이렇게 대대적인 군비증강이 있었기 때문에 북한이 그게 무서워서 도발을 안 한 것인지, 화해·협력 정책의 진전의 결과였는지 민주당 등의 진지한 성찰을 요한다.

       
      ▲한미합동 군사훈련 반대 시위(사진=민주노동당) 

    평화 없으면 복지 없다? 군축으로 평화와 복지의 행복한 만남을

    “평화 없으면 복지 없다”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경우를 성찰해 볼 것을 권한다. 주변의 아랍 국가들과 상시적인 긴장 상태 혹은 준전시 상태인 이스라엘의 GDP 대비 군사비는 2008년 당시 약 7.3%임에도 불구하고 사회보장과 보건 등 복지비의 비중은 약 16.8% 정도였다.

    이는 당시 약 2.7%의 군사비를 사용한 한국의 복지비 7.7%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과도한 군사비 탓, 혹은 구조적 상태를 핑계로 현재처럼 미진한 복지 예산을 늘릴 수 없다고 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한 것이다. 이스라엘 대 탈냉전 이후 한국의 사례는 복지를 위한 철학과 정치적 역관계의 문제를 제기한다.

    OECD 주요 국가와 한국·이스라엘의 분야별 재정지출 비교 (GDP 대비-2008년 기준, 단위: %)

    분야

     

    주요

    국가
    총지출
    일반공공행정
    국방
    공공질서 및 안전
    경제 사업
    환경 보호
    주택, 지역 사회 개발
    보건
    오락,문화, 종교
    교육
    사회보장
    이스라엘
    44.30
    5.60
    7.26
    1.68
    2.70
    0.66
    0.53
    5.51
    1.66
    7.40
    11.30
    스웨덴
    52.49
    7.77
    1.49
    1.37
    4.29
    0.35
    0.77
    6.96
    1.15
    6.94
    21.38
    미국
    38.74
    4.93
    4.60
    2.23
    4.09
    0.00
    0.69
    7.95
    0.31
    6.43
    7.51
    일본
    36.97
    4.71
    0.93
    1.42
    3.68
    1.23
    0.60
    7.44
    0.12
    3.89
    12.94
    OECD
    평균
    44.83
    5.88
    1.59
    1.71
    5.07
    0.71
    0.79
    6.44
    1.26
    5.56
    15.83
    한국
    30.45
    4.29
    2.72
    1.33
    6.64
    0.96
    1.08
    3.94
    0.76
    4.95
    3.78

    출처: OECD, 『National Accounts of OECD Countries』. http://stats.oecd.org/
    국회예산정책처, “우리나라와 OECD 국가의 분야별 지출 비교,” 특히 p.7

    물론 이스라엘의 복지비 비중은 OECD 평균인 22.27%에 크게 모자란다. 제대로 된 복지를 위해서도 평화체제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북한에 비해 5배~20배 정도의 군사비를 사용해도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없다면, 역으로 군비동결과 통상무기의 감축을 통해서 평화를 선도하고, 복지를 구조화시키는 적극적 정책이 필요한 때이다.

    핵을 폐기하면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를 만들어주겠다고 강변할 것이 아니라, GDP 대비 15%에 이른다는 북한 군사비의 부담을 줄이는 군축을 통해 북한 스스로의 숨을 트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남한 민중의 더 많은 복지를 위해서도, 북한의 경제회생과 인민의 생존권 확보를 위해서도 군축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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